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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내역 없음…"엄마가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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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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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3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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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과학문학공모전 중단편소설] 대상 '관내분실'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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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관내 분실인 것 같습니다.”

사서의 말에 지민이 눈썹을 찡그렸다. 분실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도서관 내에서 마인드가 분실된 겁니다. 검색 결과가 없고, 반출된 흔적도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분명히 이거, 여기서 받은 건데요.”

지민이 들고 있던 카드를 다시 뒤집어 확인했다. 이 도서관에서 발급된 카드가 확실했다. 복잡한 고유부여코드와 도서관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지민이 황당해 하며 물었다.

“일시적인 오류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오류가 아닐 거예요. 저도 이런 상황은 여기 온 이후로 처음인데…”
“……그게 무슨.”

항의하려던 지민은 사서의 표정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사서는 곤란해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응시하던 화면은 반대편에 서 있던 지민에게도 반투명하게 비쳤다. 해석할 수 없는 복잡한 문자들이 어지럽게 떠 있다. 하지만 화면 가운데의 메시지는 지민도 알아볼 수 있었다.

[김은하 : 2E62XNSHW3NGU8XTJ 인덱스 내역 없음.]

사서는 짧은 침묵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은하 씨는 여기 어딘가에 계실 겁니다. 다만… 찾을 수가 없어요.”

* * *

엄마가 실종되었다.

그러니까, 죽어서야 실종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생전에도 지민은 엄마가 실종되리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엄마는 너무 찾기 쉬운 사람이었다. 지민은 엄마가 죽기 전 몇 년 동안 다녔던 장소를 한 손에 모두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엄마가 이제 와서 어디로 간 걸까. 언제 사라진 걸까. 그 시점도 위치도 지금은 알 수 없다. 지민이 엄마를 찾아온 것은, 그녀가 이 도서관에 기록된 이후로 벌써 삼 년이 지난 이후였으니까.

살면서 처음으로 찾아온 도서관이었다. 둥근 지붕과 야트막한 부지, 건물을 둘러싸고 꾸며진 정원과 연못은 이곳을 첨단기술의 집약체라기보다는 차라리 오랜 전통을 가진 관광명소처럼 보이게 했다. 건물에 들어서거나 나오는 사람 중 실제로 책을 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이 장소를 도서관이라고 불렀다.

한때 도서관이라고 불렸던 구식 도서관들은 관광명소가 되거나, 그럴 가치가 없는 장소들은 대부분 전산화되었다. 지금의 도서관은 다른 개념이다. 이곳에 있는 건 책도 논문도, 그 비슷한 자료들도 아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은 층층이 쌓인 마인드 접속기가 마치 구식 도서관에 끝없이 늘어섰던 책장처럼 보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 사람들은 추모를 위해 도서관을 찾아온다. 도시 외곽의 거대한 면적을 차지했던 추모 공원, 캐비넷에 유골함을 수납한 봉안당, 그리고 도서관으로. 추모의 공간은 점점 죽음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소로 변해 왔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이들 중에 헌화를 하기 위해 꽃을 가져오는 사람은 없다. 대신 도서관에서는 마인드에게 건넬 수 있는 데이터를 판다. 꽃이나 음식, 생전에 고인이 좋아했던 물건들을 모방하는 데이터 조각들이다.

사후 마인드 업로딩이 보편화 된 것은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영혼이 데이터로 이식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영원히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곧, 이식된 데이터는 고유의 자아와 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는 반론이 쏟아져 나왔다. 수없이 많은 심리학 실험과 자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이 마인드들을 대상으로 행해졌다. 오랜 논란 끝에, 마인드들은 생전의 망자들을 그럴싸하게 재현해내지만 단지 재현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 되었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지 과거의 기억에 근거하여, 죽은 사람이 했을 반응을 가상하여 보여줄 뿐이라는 의미다.

그래도 마인드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는 이들은 많았다. ‘아빠는 지금 이곳에 없지만, 도서관에 가면 언제든지 아빠를 뵐 수 있어요.’ 그렇게 활짝 웃으며 말하는 어린아이가 다큐멘터리에 나왔다. 방송 프로그램 사이의 짧은 광고 영상에서는 한 여자가 헤어진 남편과 마인드 접속기를 통해 감동의 재회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학계에서 마인드를 어떻게 정의하든, 마인드 도서관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여전히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상실감은 달라졌다. 타인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이를테면 ‘그 사람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뭐라고 말해주었을까?’ ‘살아 있다면 이 이야기를 듣고 분명히 기뻐해 줄 텐데…’ 같은 그리움과 갈망을 도서관이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삼 년 전에 죽은 엄마는 이 도서관에 기록되었다. 엄마의 사망 소식 이후에 지민이 우편으로 받은 수십 장의 마인드 매뉴얼에 따르면 그렇다. 하지만 지민은 도서관을 찾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후회가 되었다. 엄마가 분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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