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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지 않았던 임신, 혼란스러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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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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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0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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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과학문학공모전 중단편소설] 대상 '관내분실'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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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집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저녁이 되어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던 준호가 지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늘 도서관에 가겠다고 일주일 전부터 말을 해왔으니, 만남이 잘 성사되었는지를 궁금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못 봤어. 분실이래.”
“분실?”
“응. 검색이 안 된다고 하더라.”

준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자기가 뭘 잘못 챙겨갔겠지.”
“그런 거 아니야.”
“카드 확인해봤어? 어머님 카드는 맞고?”
“여보. 나도 그 정도는 다 알아서 챙겨.”

무심코 신경질적인 대꾸가 튀어나왔다. 준호도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민은 무안한 기분이 되어 입을 다물었다. 뜻밖의 일에 예민해진 모양이었다. 준호는 머쓱해 하며 사과했다.

“미안. 분실이라니.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다 보니…”

지민은 대꾸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준호의 반응이 저런 것도 이해가 된다. 지민에게도, 마인드 도서관에서 마인드가 분실되었다는 이야기는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기까지 했으니까. 설령 진짜 종이책을 보관하는 구식 도서관이라면 이해라도 갈 텐데. 집에 오는 길에 도서관 내 분실, 마인드 업로딩 분실, 태그 실종 등으로 온갖 키워드를 넣어가며 비슷한 사례를 검색해보았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데이터가 지워진 거냐고 물으니 그것도 아니라고 하고. 도서관 어딘가에 저장이 되어 있을 텐데 검색이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애초에 엄마의 이름이나 인적사항 중에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는 일 아닌가.

사서는 당장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며 내일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 역시 이런 사례는 처음 접하는 것 같았다. 지민은 차라리 그게 일시적인 오류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이 없는 지민의 옆에서 준호 역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준호는 다시 침착한 태도로 돌아와 지민을 달래기 시작했다. 시스템적인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재차 항의하면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방법이 있겠지. 일단 천천히 알아보자.”

걱정 어린 시선이 지민을 향했다.

“한창 중요할 시기인데,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니까….”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을 준비해서 내오겠다는 준호의 뒤를 지나서 욕실로 향했다. 탁, 하고 문을 닫았다. 세면대 위로 쏟아지는 물소리가 날카로웠다. 거울에 비치는 지민의 모습은 복잡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을 대강 씻고 방 안으로 들어선 지민의 시야에, 병원에서 받아왔던 임신 초기의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가 보였다.

임신 8주는 위험한 시기이다. 자연유산의 대부분이 이 무렵에 일어나므로 몸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겹게 들었다. 뜨거운 물로 목욕하는 것도,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도 모두 신경 쓰이는 일이 된다.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라는 것에 대한 말도 다 달라서 지민은 머리가 아팠다. 복용할 수 있는 약도 별로 없는 데다가, 무슨 말을 하거나 말을 듣는 것도,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소한 일들도 모두 유산이나 태아 발달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직 인간의 형상은커녕 제대로 된 신경체계조차 구축하지 못한 세포가 어떤 살아있는 인간보다도 강한 존재감을 지니는 셈이다.

아이를 가지게 된 건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의도한 바는 있으나 간절히 원한 일은 아니었다. 지민보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이 보여주는 아이 사진을 볼 때만 해도, 귀엽다는 생각 외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 생명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으므로. 지민은 좋은 엄마가 될 자신도 없었고, 아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할 자신도 없었다.

준호는 끈질기게 지민을 설득했다. 설득은 그럴싸했다. 요즘은 아이를 낳는다고 직장에서 크게 손해를 보는 시대도 아니고, 출산과 육아 휴가도 엄마와 아빠 중 원하는 쪽이 쓸 수 있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복직한 다음에는 사내 육아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자녀가 있는 부부들에게 제공되는 세금 공제나 주택 우선 분양권과 같은 혜택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임신한 동안만 좀 고생하면 돼. 아기는 금방 크잖아.” 주위 친구들도 결혼한 부부는 아이가 있어야 사이가 더 좋아진다며 지민을 구슬렸다. 지민은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는 않았지만, 준호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일이고, 남들도 다 겪는 일이니까. 마냥 거절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섣부른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피임 칩을 팔에서 빼낸 이후부터 곧장 후회가 밀려왔다. 각오는 했지만, 예상했던 시기보다도 빠르게 덜컥 임신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민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제 지민의 안부 대신 뱃속 아기의 안부를 물어왔고, 그제야 지민은 자신이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모두 뭘 조심해야 한다며 한마디씩 하는 탓에, 원래 좀 둔감하다는 소릴 듣던 지민조차 예민해져 있었다.

속옷에 비친 출혈에 놀라 병원으로 달려간 날, 병원에서는 아주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유산될 가능성도 있으니 짧은 휴가를 내기를 권했다. 사흘 뒤에는 심한 입덧이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지민은 마침 맡고 있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회사에서는 흔쾌히 휴가를 쓰라고 했다. 결국 공휴일까지 연달아서 사이사이에 병가를 냈고, 열흘의 휴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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