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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그건 진짜 사람이 아니야"…동생 유민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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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초엽
  • 2017.10.1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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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과학문학공모전 중단편소설] 대상 '관내분실'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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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아무리 그가 그렇게 말한다고는 해도, 지민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데이터는 접속할 수 없다면 소멸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지민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의문이 있다. 만약 동생이나 아버지 중 누군가가 엄마의 인덱스를 지웠다면, 왜 하필 소멸이 아닌 실종을 택한 것일까. 다음 순간 한 가지 떠오른 답이 있었다. 모든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관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유족분들 사이의 합의가 전혀 없으셨던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이런 상황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습니다. 보통은 마인드를 소멸하는 것으로 처리하다보니….”

설마, 사과하는 것으로 본인들의 잘못은 더는 없다고 넘어갈 생각인가? 따져 물으려던 차에 관리자의 옆에 서 있던 직원이 갑자기 남자에게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패드에 띄운 자료는 반대편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지민과 준호는 맞은 편의 두 사람이 소곤거리며 대화를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엄마는 언제 사라진 것일까? 만약 엄마가 죽은 이후로 바로 도서관에 찾아왔다면 만날 수 있었을까? 솔직히 엄마를 그렇게 간절하게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도, 막상 엄마의 실종을 알게 되고 나니 심경이 복잡해졌다.

앞에서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하던 관리자와 직원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아, 그건 아직 테스트 단계에… 사용하기에 너무 이르지 않나?”

지민의 시선이 관리자에게 향했다.

“손상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해볼 만하겠군.”

관리자가 두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표정이 바뀌어 있었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 *

“뭐 때문에 이제 와서 엄마를 찾는대? 관심도 없더니만.”

카페에서 만난 유민은 그녀를 보자마자 퉁명스레 말했다.

관리자는 해결 방법에 대해 검토한 다음 며칠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지민은 그날 밤 남동생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듯한 반응이 돌아왔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곧이어서 연락한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연락은 엄마의 부고 소식이었다.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유민은 엄마가 도서관에서 분실되었다는 이야기에도, “그럼 송현욱 그 인간이 또 무슨 짓을 했겠지.” 하고는 무신경한 반응이었다. 소멸된 것은 아니라거나, 인덱스가 지워졌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엄마의 마인드를 한 번도 찾지 않은 건 동생 역시 마찬가지인듯했다. 유민은 지민보다도 더 빨리 엄마를 포기했다. 그녀에 대한 감정이 무엇이든 이미 많이 희석되었을 것이다. 유민은 엄마의 실종 자체보다는, 지민이 이제 와서 굳이 엄마를 만나보려는 이유를 더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진짜 사람도 아니잖아. 무덤이나 뼛가루처럼 뭐가 진짜로 남은 것도 아니고. 그거 다 그냥 동영상 같은 거야. 반응할 수 있으니까 기분이야 좀 다르겠지만. 무슨 대단한 거라도 되는 듯이 홍보하던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과장 광고야.”

지민은 테이블에 턱을 괸 채로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그래도, 난 기분 나빠. 예전으로 치면 허락도 없이 관을 못 찾게 옮긴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렇게 말하니까 좀 섬뜩하다.”

한 모금 마신 홍차는 너무 쓴맛이 강했다. 커피 전문점에서 홍차를 시키는 것이 아니었는데. 유민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다.
“하긴. 어떤 사람들은 그걸 진짜 사람처럼 대하더라. 난 소름 끼칠까 봐 근처도 안 가봤지만.”
“직원들도 그냥 단순한 데이터처럼 보는 것 같지는 않았어.”
“그래. 직접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 근데 진짜 엄마는 왜, 갑자기?”

유민의 묘한 시선이 지민을 향했다. 지민은 모른 척 되물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해?”
“그건 그렇지. 그런데 누나는 엄마 싫어했잖아.”
“….”

대답하지 않는 지민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유민이, 고개를 내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지민은 차를 머금고도 여전히 목이 마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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