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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마인드 검색 기술을 시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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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초엽
  • 2017.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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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과학문학공모전 중단편소설] 대상 '관내분실'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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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엄마의 흔들리던 시선이 지민을 향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또 그렇게 반응할 것이 뻔하다.

“난 엄마가 해주는 밥이나 빨래, 설거지 같은 거 필요 없어. 굶어도, 집이 더럽고 냄새나도, 그냥 엄마랑 떨어져 있는 게 더 좋아. 엄마 노릇? 언제 엄마 노릇을 했어? 밥을 차려주면 나한테 내내 소리를 질러도 그게 엄마 노릇이 되는 건가?”

빈정거리는 지민의 앞에서 문득 엄마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가 그렇게 상처받고 슬픈 표정을 지을 때마다, 지민은 다시 가슴을 팍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엄마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럴 거면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지 말지. 아빠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지 말지. 집 안의 유리란 유리는 다 깨고, 벽에 피를 묻히고, 우리가 한 시간만 전화를 받지 않아도 비명을 지르는 대신 그냥 떨어져 살지. 유민이가 집을 나갔을 때라도 정신을 차리지. 멀쩡할 때는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가 돌아서는 순간 너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말하지나 말 것이지. 서로가 없는 존재인 것처럼, 일찍부터 서로를 체념하고 살았더라면 더 편했을 텐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민이 너는 엄마한테 남은 전부야. 그런데 말을 그렇게 해?”
엄마는 여전히 울고 있다.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왜 몰라주는 거니? 내가 이렇게…”
눈앞에는 여전히 엄마가 벽에 던져서 깨진 그릇의 파편이 튀어있다. 상처 입히고, 다시 사과하고, 또 상처를 주고, 다음 날에는 없었던 일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 모든 것이 다 지긋지긋했다. 사랑한다는 말은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엄마한테는 나 말고 아무것도 없어? 그렇게 될 때까지 뭘 했는데.”
그녀와 자신 사이에 남아있던 약한 끈마저 잘라내고 싶었다.
“누가 엄마더러 자기 인생을 포기하랬어?”

그 대화는 지민이 기억하는, 엄마와 지민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 이후로 엄마의 질환은 점점 더 악화되었고, 지민은 엄마를 포기했으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따로 월세방을 얻었다. 엄마는 결국 병원에 들어갔다. 지민은 대학을 도중에 그만두고 한국을 떠났다.

지금도 엄마를 원망하느냐고 한다면, 사실 그렇지 않다. 분노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왜 문득, 그녀를 만나겠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지민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눈치챘는지, 유민이 손가락으로 톡톡 책상을 쳐서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누나도 참 이상하다. 난 그냥 잊으려고 할 것 같은데.”

분명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를 만나려고 한 것은, 마지막 남은 감정까지 모두 정리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지민은 엄마가 기억 속에서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것을 반복재생했다. 지금 지민의 뱃속에서, 심장이 뛰고 있을 아이를 생각했다. 아직 지민은 그 아이를 사랑하지도,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엄마는 지민을 어떻게 사랑했을까. 사랑할 수 없는 관계를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사람은 더 불행해진 게 아닐까. 그렇다면 굳이 이제야 엄마의 마인드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엄마의 분실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지민을 당혹스럽게 한다는 사실이었다.

* * *

휴가는 금방 끝이 났다. 지민은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팀장은 그녀를 불러 업무 분장이 바뀌었다는 내용의 통보를 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민의 업무는 약간의 변동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동안 그녀가 맡아왔던 프로젝트는 이제 거의 완료되었고, 이따금 진행 상황만 확인해주면 그만이었다. 지민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받을 줄 알았는데, 팀장은 지민이 곧 출산과 육아 휴가를 가질 것을 염두에 두고 이제 특별한 프로젝트는 당분간 맡기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지민은 약간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아이가 생기면, 가정에 집중해야 하잖아. 그런 걸 다 고려했어. 지민 씨가 나름대로 일 욕심이 많은 것도 알고… 그래도 나는 처음에는 아이를 직접 키우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 지민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당분간 지민이 맡게 될 업무를 설명해주면서, 그녀보다 열 살은 많은 팀장이 머쓱한 듯이 웃었다.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다. 하지만 지민은 그녀의 말을 딱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휴가를 갔다 온 동안 새로 생긴 업무를 인수하고, 퇴근하기 전 다음의 할 일을 정리하는 동안 모니터 화면 한쪽에 커다란 영상통화 메시지가 떴다. 업무 관련으로 온 전화는 아니었다. 지민은 주위의 눈치를 흘끔 보고, 헤드폰을 꽂고 전화를 연결했다. 도서관에서 온 전화였다.

“송지민 씨 되시죠?”
남자는 본인을 마인드 도서관의 연구기획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선 지민이 겪은 일에 대해 사과를 표했다. 원칙적으로 유족들은 마인드를 소멸하거나 인덱스를 제거하는 등의 권한을 가지는 것이 맞지만, 유족들 사이에 전혀 소통이 없는 등의 여러 경우가 있다는 문제에 대비해 새로운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소멸의 경우는 유예 기간을 두고 유족들 모두에게 공지하는 절차가 있지만, 이번과 같은 사례는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비로소 본론을 꺼냈다.
“예전에 말씀드린 방법 말인데요. 지민 씨의 일에 저희가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마인드 검색 기술을 도입해보려고 합니다.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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