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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혼란…"마인드는 정신의 박제에 불과할까?"

머니투데이
  • 김초엽
  • 2017.10.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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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과학문학공모전 중단편소설] 대상 '관내분실' <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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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이너
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야… 우린 별로 사이좋은 가족도 아니었잖아.”
“하지만, 엄마랑 우리는 이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어떻게 아무 흔적이 없지.”
“그게 중요한가? 이제 와서 뭘 새삼스레 그래.”

유민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민이 갑자기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설명할까. 짧은 고민을 하는 사이에, 유민이 무신경하게 덧붙였다.
“송현욱한테 연락해봐. 양심이 있으면 뭐라도 갖고 있겠지.”

영상 통화를 종료한 지민은 힘이 빠져서 소파에 주저앉았다. 이제 와서 엄마를 동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지민과 유민을 정서적으로 학대했고, 제대로 된 사랑을 준 적도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고립된 세계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엄마를 그렇게 고립시켜 버린 것들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왜 지민뿐이어야 했을까. 그럼으로써 세상에 단 하나도 흔적을 남기지 못하도록 만든 상황은, 필연적이었던 걸까. 그건 전부 그녀의 조울증 때문일까.

엄마는 지금,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도서관 어딘가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원래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할까.

지민은 TV를 켰다. 계속해서 채널을 돌렸다. 뚝뚝 끊기는 목소리들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문득 지민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한 채널에서 마인드 업로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민은 채널을 돌리던 손을 멈추었다.

“인간의 영혼을 구성하는 물질은 무엇일까요? 마인드 도서관의 등장 이후로 수십 년간 가장 주목받는 질문입니다.”

한 명의 여성 MC를 둘러싼 네 명의 남성 패널들이 마인드와 영혼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던 중이었다. 패널 중 누군가가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신호의 연속으로 해석할 수 있고, 마인드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것은 뇌 속의 다양한 화학적 신호들, 펩타이드와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전기적 신호로 데이터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했다. 여자가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부정적입니다. 마인드가 영혼이 아니라는 가장 결정적인 반박은, 그렇게 스캐닝 된 시냅스 패턴이 더 이상 가소적으로 변형되지 않는다는 관찰로부터 나왔죠. 한 사람의 자아는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성장하고, 배우고, 반응하고, 노화하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변형되지 않는 마인드는 영혼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은 시점에서 고정되어 버린, 일종의 정신의 박제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요?”

만약 우리가 사고 언어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면, 그래서 시냅스 패턴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그러면 도서관 안에 저장된 마인드들은 나름의 영혼과 자아를 가지게 될까? 그들은 몸을 잃었지만 그 안에서 살아 숨 쉬게 될까?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주어지는 자극들을 느낄 수 있다면, 그들을 도서관 밖의 사람들과 다른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토론은 서로 그런 질문을 던지다가 싱겁게 끝났다.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알 수 없지만, 학자들의 사고 언어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어정쩡한 마무리 멘트가 이어졌다.

지민은 다시 엄마를 떠올렸다. 마지막에 그녀는 세상을 완전히 떠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민은 엄마가 마인드 업로딩에 동의했다는 사실도 조금 믿기가 어려웠다. 정말로 지민이 기억하는 엄마라면, 그녀는 마인드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사라지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것이 정신의 박제에 불과하다고 해도 말이다. 만약 정말로 엄마의 인덱스를 끊은 것이 아빠라고 해도, 지민은 아빠를 더 원망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지민은 마인드에 대한 동생 유민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그것이 아무리 생전의 사람들을 잘 모방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을 또 다른 자아를 가진 진짜 정신으로 대하는 것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끊어진 인덱스와 생전의 엄마에 대해 생각할수록, 머릿속의 실타래가 엉켜갔다. 풀리지 않았다.

토론 프로그램은 이제 검은 화면으로 페이드 아웃되며 나레이터의 목소리만을 남겼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마인드들은 우리가 생전에 맺었던 관계들, 우리가 공유했던 것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뇌에 남기는 흔적들과 세상에 남기는 흔적들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억한다는 것이죠. 설령 마인드와 자아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영원히 미해결로 남게 된다고 해도, 적어도 우리는 마인드를 통해 고인들을 더욱 선명하게 추억할 수 있을 겁니다.”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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