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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놔" 부모님에 행패 부리는 남동생,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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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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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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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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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기자

Q) 70대 후반이신 저희 부모님은 장가 안 간 남동생과 살고 계시는데, 얼마 전부터 시작된 동생의 행패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이제는 부모님의 안전이 염려되는 지경이 이르렀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딸인 저와 아들인 남동생 이렇게 남매를 두셨는데, 저는 오래 전에 결혼을 해서 따로 살고 있고, 동생은 마흔을 넘겨서도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님 댁에 같이 살고 있습니다. 동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다가 몇 년 전 그만 두고 그 다음부터는 뚜렷한 직업이 없이 백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마흔이 넘도록 직장도 없고 장가도 안 가는 동생과 부모님의 관계가 당연히 좋을 수는 없었지만, 표면상으로는 그럭저럭 큰 말썽 없이 지내왔는데 몇 달 전 사건이 터졌습니다. 연로하신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서 가진 재산을 거의 다 날린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그 때부터 동생은 부모님 특히 아버지에 대해서 분노를 터뜨리면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그 때부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아무 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진다고 합니다. 밥상을 둘러엎은 적도 부지기수이고 문을 발로 차서 부수거나 유리를 깨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당신도 이렇게 밖에 못 하면서 왜 그렇게 나를 못 살게 굴었냐’고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바보, 병신’이라고 욕을 한다네요. 사기당한 걸 알고 나서부터 우울증에 걸려 집 밖에도 안 나가시고 식사도 거의 못 하시는 늙은 아버지에게 말이죠.

사실 동생의 이런 패악질이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긴 합니다. 아버지는 저희 어릴 적부터 성적이 좋고 모범생이었던 저를 편애하시고 남동생에게 ‘너는 누굴 닮아서 그 모양이냐. 누나 절반만 해봐라’고 혼을 내시곤 했습니다. 내성적인 동생은 사춘기와 청년기에는 부모님에게 별로 반항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와서 그 때 일을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늘 저와 비교당하면서 야단맞았던 기억이 동생에게 깊은 상처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부모님이 제가 결혼할 때 집을 한 채 장만해주셨기 때문에 동생은 내심 아버지의 남은 재산은 자기 몫이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인데,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서 돈을 다 잃었으니 자기가 받을 재산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더 화가 나나봅니다. 행패를 부릴 때마다 ‘내 돈 내놔라’하고 난리를 친다네요.

사흘이 멀다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니 어머니는 언제 또 동생이 행패를 부릴까 전전긍긍하면서 살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창피하다고 저한테도 잘 얘기를 안 하셨지만 몇 달간 이런 상태로 지내다보니 지금은 챙피한 건 뒷전이고 동생의 횡포로부터 벗어날 방법만 있다면 뭐든지 한다고 하시네요. 이제 어머니는 동생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가슴이 벌렁벌렁하면서 숨을 못 쉬시겠대요.

어떻게 해야 동생의 행패로부터 부모님을 지켜드릴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는 동생이 아버지 멱살을 잡고 끌고 다니다 패대기친 적도 있다고 하니 이러다가 진짜 무슨 일이 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A) 정말 난감한 상황이네요. 부모님 너무 딱하십니다. 키우는 과정에서 잘못하신 점이 있다곤 하지만 평온해야 할 노년에 이토록 심한 아들의 횡포에 시달려야 하다니요. 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선생님의 부모님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고 요즘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뉴스에 의하면 노인학대의 90%가 집에서 발생한답니다.

도덕, 윤리적인 견지에서 보면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고 부모와 자식은 사랑과 존경으로 맺어진 사이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참으로 많더라고요. 오랜 기간 가족갈등을 옆에서 지켜봐온 제 경험에 의하면 가족간의 갈등이 가족 외 제3자와의 갈등보다 결코 덜 심각하지 않습니다. 가족 간에는 특별한 사랑을 받고 싶은 기대가 있는데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게 되면 타인에 대한 것보다 더 큰 증오와 분노가 자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3자는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가족이란 이유로 매일 같은 집에서 부딪쳐야 하기 때문에 증오와 분노가 냉각될 수 있는 기간이 없어서 정말 심각한 양상으로 악화될 수도 있지요.

남동생은 누나와 비교하여 차별하면서 무시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내성적인 성격 탓에 표출하지 못하고 깊이 눌러두고 지내왔는데 아버지의 사기사건을 계기로 그 감정이 폭발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남동생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과거의 강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늙고 약해진 현재의 아버지에게 하고 있는 거지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질문 내용으로 보면 동생에게 분노조절장애나 우울증이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제일 바람직한 해결책은 동생이 스스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분노를 조절하고 부모님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폭력의 원인제공자가 피해자이니 내가 피해자에게 폭력을 쓰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으니 동생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깨닫고 치료나 상담을 받겠다고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네요.

동생의 행패가 스스로 교정될 가능성이 없다면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동생을 강제로 제압하고 피해자인 부모님을 지킬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을 강구하셔야 합니다. 가장 강력한 방법은 동생의 행패가 시작될 때 경찰을 불러 제지하고 형사고소를 하는 겁니다. 동생이 부모님의 신체에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밥상을 엎거나 살림을 부수는 행동은 간접적인 폭행에 해당되고, 아버지의 멱살을 잡는 행동은 당연히 폭행에 해당되니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든요. 제 경험에 의하면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도 일단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게 되면 다음에는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동생의 경우에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성격적 특징이 있는 듯한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신보다 강한 경찰의 제지가 상당한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자식이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경찰에 신고하시기가 어렵지요. 아마 선생님의 부모님도 내 자식을 신고하는 건 차마 못하겠다 하실 거예요. 그렇다면, 다음 방법으로 민사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동생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증거(폭언에 대한 녹취, 부순 물건에 대한 사진 등)가 있으면 접근금지가처분결정을 별로 어렵지 않게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부모자식 간에도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행패를 부릴 경우에는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거든요. 아들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다고 계속 폭언을 하고 협박을 했던 극성 어머니에 대한 접근금지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있고, 이혼하겠다는 어머니를 설득하라면서 계속 전화하고 괴롭히는 아버지에 대한 접근금지가처분이 나온 적도 있거든요. 경험에 의하면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부분 괴롭힘을 일단 중단하니, 형사고소가 내키지 않는다면 이 방법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서도 제 마음이 많이 무겁네요. 이미 꼬일 대로 꼬여버린 부모님과 남동생의 관계가 형사고소와 접근금지가처분으로 더욱 악화되어 결국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과연 선생님의 부모님이 제가 말씀드리는 법적인 해결책을 따르실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그렇긴 하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 현재 강자이고 가해자인 동생을 제지하고 피해자이자 약자인 부모님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정말 신문에 나는 참혹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거든요. 일단 동생의 폭력을 제지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시고, 부모님과 남동생의 관계는 시간과 그 분들의 운명에 맡기도록 하시지요.

"내 돈 내놔" 부모님에 행패 부리는 남동생, 어쩌죠?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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