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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피운 남편이 친정서 사준 집까지 나눠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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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변호사조혜정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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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1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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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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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년 결혼생활 끝에 이혼하기로 하고 2주일 전에 이혼서류 접수하고 왔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에요.

남편이 바람피운 걸 알게 되기 전에도 저와 남편은 별로 사이가 좋지 못하긴 했어요. 남편은 아주 보수적인 집안에서 장손으로 태어나서 여자는 당연히 남편의 말에 복종하고 집안 살림은 여자가 다 알아서 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는 사람이거든요. 결혼 초부터 저한테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고 말끝마다 ‘어디 감히 여자가’를 달고 살았으니 사이가 좋을 리 없었지요. 장손이라고 시댁의 제사와 행사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시부모님의 간섭도 엄청났고요.

결혼 초에는 이혼한다고 짐을 싼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이 둘을 낳아서 어린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그냥 참으면서 살았네요. 저는 남편과 시댁의 기대에 맞추려고 정말 애를 썼는데 돌아오는 건 늘 이기적이다, 제대로 못한다는 구박 뿐이고, 매사에 시댁이 먼저고 저와 아이들은 뒷전이었어요. 아이들 크면 이혼해야지 하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지요.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남편이 매일같이 자정을 넘어 들어오고 주말에도 회사일 핑계를 대고 나가는 거예요. 뭔가 수상하다 싶어서 남편 휴대폰을 봤더니 웬 모르는 여자하고 ‘여보, 당신’하면서 ‘사랑한다’고 카톡을 주고 받았더라고요. 매일 늦고 주말마다 나간 것도 다 그 여자 만나느라고 그런 거더라고요. 남편을 추궁해보니 중학교 동창하고 바람을 피운 거였더라고요. 알게 된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평생 무시와 구박을 받고 살았는데 바람까지 피우는 남편한테 그만 넌더리가 나서 제가 바로 이혼하자 했습니다. 남편이 처음에는 빌었지만 제가 하도 완강하니까 알았다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제가 키우고 결혼해서 산 집은 팔아서 제가 3분의 1, 남편이 3분의 1을 갖기로 합의서를 썼고요. 친정아빠가 결혼 전 제 명의로 사주신 7억짜리 집이 한 채 더 있지만 이건 제가 친정부모한테 받은 거니까 손대지 말라고 했어요. 남편도 그 집은 안 건드린다고 했고요.

합의서 쓴 다음 날 가정법원 가서 이혼신청도 했어요. 3개월 후 이혼의사확인일에 법원가면 되는 건데, 어제 갑자기 남편한테 문자가 왔어요. 합의서 쓴 조건으로는 이혼 못 하겠고, 친정 아빠가 사주신 집도 포함해서 재산분할하자는 거예요. 안 그러면 이혼의사확인일에 안 나오겠대요. 자기가 결혼생활 내내 혼자 돈 벌어 가족을 먹여살렸으니 친정에서 사준 집에서도 분할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거예요.

문자 보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졸도하는 줄 알았어요. 평생 자기 집 종살이 시키고 바람까지 피운 주제에 염치없이 친정에서 사준 집까지 탐내다니 어찌 사람으로서 그럴 수가 있는지 정말 기가 막히고 열 받네요.


이혼 조건에 대해서 합의서까지 썼으면 그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만약, 남편이 이혼의사확인일에 법원에 안 나와서 제가 이혼소송을 하면 법원에서 친정에서 사준 집도 분할해주라고 하는가요? 분명 자기 입으로 친정에서 사준 집은 안 건드린다 했고 합의서까지 썼으니 법원도 합의서 대로 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바람피운 사람은 이혼할 때 재산 다 뺏기는 걸로 법에서 정했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평생 시댁과 남편 종살이한 사람이 재산까지 뺏겨가며 이혼해야 하다니 너무 억울합니다.


A) 화나고 억울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하게 된 분들은 하나같이 바람 피운 사람은 이혼할 때 재산 다 뺏기도록 법으로 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거든요. 상대방이 바람 피워서 이혼하게 됐는데 재산까지 가져가는 건 너무 억울하다, 가정파괴범이니 재산은 하나도 못 받게 벌을 줘야 한다는 거지요. 저도 이런 말씀에 심정적으로야 공감이 되지만 법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이란 걸 말씀드릴 수 밖에 없네요.

법원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주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엄연히 구별해서 보고 있거든요. 부부가 이혼하게 될 때 한 쪽의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 겪은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배상으로 위자료를 산정해서 주면 되고, 잘못 여부가 재산분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많이 잘못한 사람이라고 해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는 보장된답니다. ‘네 잘못으로 이혼하게 됐으니 너는 빈 손으로 나가’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일단 이런 현실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친정에서 사준 집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느냐 하는 질문에서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그렇다는 대답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질문의 맥락으로 보면 선생님의 남편이 혼자 직장생활을 해서 가족을 부양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남편이 힘들게 일한 공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혼시 재산분할의 대상은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한 재산이라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부부 중 한 쪽이 결혼생활과 관계없이 갖게 된 고유재산(특유재산이라고 합니다)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와 증가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만약 남편이 돈을 벌지 않았다면 친정에서 사준 집을 팔아서 생활비를 썼을 것이니 적어도 그 집의 유지에 기여한 공은 있다고 봐야 공평하다는 거지요. 이건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고요. 시부모님이 사준 집이라도 결혼 후 일정기간 아내가 살림과 육아를 했다면 아내도 그 집에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선생님과 남편이 쓴 이혼합의서에 친정에서 사준 집은 아예 고려가 안됐으니 남편의 입장에서는 재산분할받을 권리를 다 못 찾은 불리한 합의서인 게 맞아요. 이건 냠편이 법률상담 한 번만 받아보면 금방 알게 되는 거고요. 선생님 입장에서야 이 합의서가 그대로 이행되면 좋겠지만 부부간에 쓴 합의서는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경우가 많아요. 법원은 협의이혼하기로 하고 쓴 합의서는 재판이혼을 하게 될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고 보거든요. 최근에는 더 나아가서 협의이혼을 전제로 합의서를 쓰고 협의이혼을 했는데도 합의서 효력이 없다고 한 경우도 있고요.

분명히 두 사람이 합의해서 서명했는데 합의서의 가치를 왜 이렇게 무시하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법원이 이렇게 보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답니다. 부부간에 합의서를 쓸 때의 상황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배우자가 써줬다고 가져오는 합의서, 각서를 보면 ‘다시 한 번 잘못하면 이혼하고 양육권과 재산은 모두 포기한다’는 식으로 쓰여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한 쪽이 잘못해서 상대방의 추궁을 받는 상황에서 일단 용서를 받으려고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식으로 쓰는 면피용 합의서란 얘기지요.

이혼하기로 하고 쓰는 합의서를 쓰는 경우에도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쓰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예요. 이혼을 앞둬 괴로운 마음상태에서 자신의 법적인 권리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쓰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법원은 이렇게 차분히 따져보지 않고 경솔하게 작성된 합의서들에 대해서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하면 섣불리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쪽의 법적인 권리가 보호를 못 받게 된다고 보는 거지요. 그래서 부부간의 이혼합의서는 법정으로 가면 효력을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선생님 남편이 합의서에 쓴 조건으로는 이혼 못 한다고 하면 합의서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답니다. 남편은 이제 처가에서 사준 집도 분할대상이란 걸 알았을테니 합의서 조건을 받아들이진 않을 거예요. 남편이 자기가 잘못 했으니 재산분할에서 양보해주지 않을까 기대는 안 하시는 게 나을 거예요. 제가 14년간 이혼소송을 하면서 ‘내가 잘못 했으니 재산은 당신 다 주겠다’는 남편은 딱 한 명 봤거든요. 아마 선생님 남편도 예외는 아닐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지 이 어려운 선택은 선생님의 몫이네요. 시간을 좀 두고 신중하게 생각해보시길.
"바람 피운 남편이 친정서 사준 집까지 나눠달래요"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11월 12일 (05: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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