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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을지면옥·양미옥 철거논란, 세운상가 일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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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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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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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3구역 재개발로 을지면옥‧양미옥 등 전통 음식점 철거 위기…박 시장 전면 재검토 시사

철거 예정인 세운3구역 3-1구역 내 한 공구상 앞에 개발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철거 예정인 세운3구역 3-1구역 내 한 공구상 앞에 개발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상인들이 70년 전부터 터를 잡고 2세, 3세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생계를 유지한 유서 깊은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새 아파트를 짓는다고 모두 나가라니요. 이런 방식이 전통과 문화 보존을 중시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재생입니까.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서울 중구 세운3구역에서 20년째 공구상을 운영 중인 50대 강모씨는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에 반대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원순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도시재생 첫 프로젝트인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사업이 지역 내 영세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세운3구역은 대지면적 3만6747㎡로 2014년 지정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8개 구역 중 가장 크다. 각종 공구상과 철물상, 금속조형물을 만드는 공업소 등이 밀집해 있으며 한때 ‘도면만 가져오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조업 분야 장인들이 많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06년 세운상가를 철거해 공원으로 만들고 이곳에 100층짜리 초고층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2014년 계획을 바꿔 세운3구역에 최고 26층 높이 건물 6개 동을 짓고 아파트와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 연면적 40만㎡ 규모의 복합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예상 사업비는 1조원이 넘는다. 시행사는 10년 넘게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에 참여한 한호건설이다.

서울시는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3구역을 3-1부터 3-10까지 10개 소구역으로 쪼갰다. 현재 3-1, 3-4, 3-5 구역은 보상 협의를 마친 뒤 철거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약 400여개 중소형 업체가 문을 닫거나 가게를 옮겼다. 업체 규모별로 이전 비용 등을 포함해 보상비를 지급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 제조업의 잠재력을 활용해 ‘메이커스 스페이스’로 만들겠다고 홍보했지만, 세운상가 이외에는 모두 주거단지로 바꿔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철거 구역 내 폐업한 가게 셔터 앞에는 ‘용산참사를 잊었느냐’란 글씨가 적혀 있다. 노점상을 비롯해 3구역내 상인 대다수는 ‘단결투쟁’, ‘생존권 수호’라는 문구를 새긴 빨간 조끼를 입고 영업 중이다. 이들은 서울시와 시행사가 빨리 새 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소유주만 설득하고 세입자들의 의견은 듣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세운 3-2구역에 있는 을지면옥 앞 통로. /사진=유엄식 기자
세운 3-2구역에 있는 을지면옥 앞 통로. /사진=유엄식 기자
세운3구역 재개발로 1950~60년대 문을 연 을지면옥, 안성집, 양미옥 등 을지포 대표 노포(老鋪) 음식점들도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을지면옥과 안성집은 3-2구역, 양미옥과 통일집은 3-3구역에 있다. 을지면옥 사장 이윤상(92)씨를 비롯한 3-2구역 땅주인14명은 2017년 7월 서울 중구청을 상대로 사업시행인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개발 구역 내 토지소유주 75%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재개발을 할 수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가게가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한호건설은 앞서 개발한 을지로 시그니처타워 등으로 가게 이전을 제안했지만 업주들은 거절했다.

서울시가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을지로 노가리 골목도 수표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일부 철거될 예정이다. 이곳엔 1989년 개점한 뮌헨호프 등 유명 호프집들이 모여있다.

서울시는 현재 철거가 진행되는 지역은 보상협의를 마쳤고, 사업 추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반대 민원이 많은 지역은 관할 중구청 등과 협의해 개발 일정을 조율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행사, 중구청 등과 협의해 세입자 영업보상 대책을 마련해서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런 서울시의 대응이 본격적인 철거를 앞두고 반대 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청계천 상권수호 비상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에 철거 중단 민원을 제기해도 시행사나 중구청에 책임을 미루고 방관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전면 재개발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해서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 시장도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박 시장은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재개발로 을지면옥 등 노포들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가능하면 그런 것들이 보존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상인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기 때문에 (세운재정비촉진)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대안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운 3-1구역 철거 현장. /사진=유엄식 기자
세운 3-1구역 철거 현장. /사진=유엄식 기자



  • 유엄식
    유엄식 usyoo@mt.co.kr

    머니투데이 건설부동산부 유엄식입니다. 건설업계와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 사업 등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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