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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에 없다" 28년 사회복지전문요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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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민동훈 기자
  • 2019.01.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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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1세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고석 보건복지부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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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고석 사무관
"행복해지고 싶은 의지를 잃은 사람에게 진정한 행복을 되찾아주기 위해선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사랑을 줘야 한다. 우리에겐 사랑 밖에 없다."

열정만 갖고 민원인을 상대하다 자기 자신을 모두 소진한, '번 아웃(burn out)'을 경험했던, 그리고 이를 극복했던 선배의 조언은 '사랑밖에 없다'였다. 국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하 사회복지공무원) 1세대인 고석(53·사진)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사무관이 자신의 경험담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쓴 에세이집(평사리 출판사)의 제목이기도 하다.

1991년 7급 별정직 사회복지전문요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고 사무관은 국내 사회복지전담공무원계의 대부로 통한다. 28년을 한결 같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와 같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궁핍한 이들과 부대끼며 지냈다.

날이 궂으면 득달같이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알코올성 정신질환자, 상습적인 구타와 성폭행을 피해서 이사한 딸의 주소지를 알려달라며 칼부림을 하는 성폭행범을 상대해야 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사회복지 업무를 맡았을 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들고 찾아오는, 공격적인 성향의 민원인을 매일 상대하다보니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던 성격이 점차 부정적이고 냉소적으로 변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게 된 것도 결국 현장에서 만난 민원인들이 계기가 됐다. 고 사무관은 "민원인을 만나보면 이미 해결책을 스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본인이 알고 있는 해결책을 인정하고 달라지더라"고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사회복지공무원은 사회적 안전망의 최전방에서 이탈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고 사무관이 임용되던 1991년 당시 1600여명에 그쳤던 사회복지공무원은 지난해 기준 2만2000명까지 늘었다. 수기로 모든 걸 작성하고 파악했던 복지업무는 이제 '행복e음'이라는 사회복지 통합서비스를 통해 수행한다.

공무원이 일일이 찾아가 확인하고 지원하던 시절엔 담당자가 쌀 한 됫박이라도 더 줄 수 있던 재량권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산화된 매뉴얼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집행된다. 대신 단순히 정부가 식량을 나눠주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던 수준에서 개인별 맞춤형 지원으로 고도화됐다.

고 사무관은 "국내 복지시스템 자체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복지수요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지면서 대상자들의 불만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사회복지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발로 뛰면서 직접 민원인을 만나 문제가 뭔지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성과위주의 정책평가 시스템에선 수급자수나 지원 규모 등 서류상에 존재하는 실적을 높이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햇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올해부터 복지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에 기대를 걸었다. 지역사회 구성원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이다.

고 사무관은 "예컨대 영구임대아파트 거주민 가운데 정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있다면 이웃 주민이 사회복지요원이 돼 식사, 세탁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커뮤니티 케어'의 모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내 부모가, 형제가 돌범서비스 제공자가 돼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단단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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