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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 뚫은 건설현장 女소장... 주무기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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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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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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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부산 온천2구역 재개발 총괄 박인숙 삼성물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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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삼성물산 부산온천2구역 2공구 현장소(사진 왼쪽)이 현장에서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물산
“여자가 건설에 대해 뭘 알까라는 편견을 깨려면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죠.”
 
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의 첫 여성 현장소장이 된 박인숙 부장(45)은 그동안 남성 직원의 전유물이던 현장소장에 임명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박 부장은 어린 시절 건축설계사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 집안 곳곳에 다양한 건축물 사진이 담긴 잡지를 보면서 “이렇게 멋진 건물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부산대 건축공학과(93학번)에 진학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면서 설계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말재주가 없어 내가 디자인한 것들을 유창하게 설명하기 어려웠고 건축가를 하기엔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가 막막하던 시기에 학교 선배가 삼성물산 입사를 권유했다. 건축기사 자격증도 있고 ‘삼성이니 한번 넣어보자’란 생각으로 기술직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동기 70여명 중 기술직으로 뽑힌 여성 신입사원은 3명뿐이었다.
 
수습교육을 마친 그는 1998년 포항 택지개발 아파트 건설현장에 투입됐다. 당시만 해도 현장에 여성 전용 숙소가 따로 없어 현장소장과 남직원 2명과 함께 숙소를 공유할 정도로 업무환경이 열악했다. 일과를 마치면 방문을 잠그고 아예 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다.
 
그는 “당시 매일 현장에 출근해야 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마치 전역을 기다리는 군인처럼 준공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달력에 매일 ×자 표시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한다.
 
이후 11년간 서울, 인천, 울산, 대구 등 전국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묵묵히 일했다. 이 기간에 여성 입사 동기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어려움 속에도 현장업무를 마다하지 않은 이유는 ‘여자니까 편한 곳에 보내달라’고 하기 싫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10년쯤 현장을 다니고 나니 업무에 자신도 생기고 사람 대하는 것도 편해졌다.
 
2010년 본사 공사팀으로 옮긴 그는 2014년 안양덕천 재개발공사 부소장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박 소장의 진가는 이때부터 발휘됐다. 근로자들의 업무환경 개선요구에 귀를 기울였고 입주예정자들의 민원까지 꼼꼼히 살폈다. 삼성물산이 박 소장을 발탁한 배경으로 ‘고객과의 활발한 소통과 조직관리 역량’을 꼽은 이유다.
 
박 소장은 현재 부산 온천2구역 2공구를 총괄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32개동에 총 3853가구가 들어서는 대단지로 삼성물산은 이 가운데 2000여가구를 짓는다. 2021년 12월 준공 예정에 맞춰 공정관리에 집중한다.
 
그는 “여자도 현장소장을 충분히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건설업 진출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겐 “최근 공사기법이나 관리방법이 달라져 여성도 현장소장을 할 수 있다”면서 “대신 남직원들과 견줄 기본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유엄식
    유엄식 usyoo@mt.co.kr

    머니투데이 건설부동산부 유엄식입니다. 건설업계와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 사업 등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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