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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며느리들의 말못할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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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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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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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바람직한 배우자의 조건 下]

/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번에 이어 '바람직한 배우자의 조건'이라는 주제의 글이 이어집니다.)

7. 부자와의 결혼

결혼을 통해서 신분상승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까? 신데렐라, 알라딘,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등등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의 욕구가 반영된 전설, 설화, 동화는 얼마나 많은가. TV드라마의 절반 이상이 이 주제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가장 중요한 권력이니 부자와의 결혼은 신분상승혼의 대표적인 경우이고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아직까지는 부자와의 결혼의 전형은 부자인 남자와 안 부자인 여자가 결혼하여 여성의 신분이 상승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기는 하나 주류는 아니니 전형적인 경우를 들어 설명하겠다).

결혼의 본질 중 하나가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니 결혼조건으로 상대방의 경제력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부자와의 결혼으로 계층상승하거나 부유하게 살 수 있게 된다면 누구에게나 유혹적인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부자와의 결혼은 양날의 칼이다. 경제적인 안정감과 풍요를 얻어서 좋은 반면 치러야 할 대가도 상당하니 그 대가를 알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첫째, 부잣집과 결혼하게 될 경우에는 혼수의 부담과 결혼식 비용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잣집으로 시집가게 될 경우, 좀 더 엄밀하게 말해서 시부모님이 부자인 집으로 시집가게 될 경우 시부모님이 혼수목록을 적어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목록이 몇 억원에 달하기도 한다. 본인들이 얻어줄 집값과 결혼 후 며느리가 누리게 될 경제적인 풍요에 대한 대가를 미리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부잣집일수록 친척, 지인들과의 교류가 많으니 본인들의 체면을 지켜야 할 필요가 강해지는 것도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혼수와 결혼비용 부담을 둘러싼 자존심과 힘겨루기가 일어나고 종종 파혼되기도 한다. 무사히 결혼에 성공하더라도 두고두고 감정의 앙금으로 남고 부부싸움의 불씨가 된다.

둘째, 부자인 시부모님이 며느리에게 바라는 바는 우리 집안에 들어와서 전통적인 질서에 순응하는 며느리가 되라는 것이다. 며느리의 개성과 자아실현은 시부모님의 안중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부의 규모가 클수록 이런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이런 집에 시집가는 것은 시부모님이 사장인 회사에 말단사원으로 입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말단사원은 회사에서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거부할 권리가 없다. 결혼하면 매일 전화로 문안하고 주말에 가서 자고 와야 하며 명절과 제사, 각종 가족모임에 가서 노력봉사해야 한다. 이렇게 살다보니 내가 이 집에 하녀로 들어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점을 잘 모르고 결혼을 결정해서 크게 후회한다는 점이다. 이런 결혼은 돈과 나의 자아, 개성을 바꾸는 결혼이 될 수도 있으니, 돈과 자아를 바꿀 수 있는 사람, 자신의 개성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 시부모님을 사장님처럼 모실 수 있는 사람은 선택해도 좋지만, 나의 개성과 자아실현이 중요한 사람은 선택하면 안된다.

돈이 중요하니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바꾸겠다고? 경험에 비춰보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듯 하다. 부잣집에 시집가서 불행한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으니까. 어릴 적부터 남녀평등과 자아실현을 중요시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부잣집에 시집갔다고 다른 사람들은 부러워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아와 개성을 말살당하고 살자니 죽을 맛이다. 자기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해서 공허감에 시달리며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남들 보기엔 배부른 고민일 수 있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셋째, 경험에 의하면 부자들은 대체로 검소하고 돈을 아낀다. 부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 일에는 지갑을 열지만 일상적으로는 자린고비에 가까울 만큼 인색한 경우도 많은데 자수성가형 부자인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데 부자가 되기는 정말 어렵지 않은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그만큼 돈에 집중하고 돈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들이 돈을 아끼는 만큼 배우자의 씀씀이에도 너그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부자와 결혼하긴 했지만 아주 적은 생활비만 받고 쪼들리면서 사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말 그대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넓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지만 실제로는 생활비가 모자라서 쩔쩔 매는데 남들에게는 말 못하고 속으로만 앓는다. 특히 어렵게 돈을 번 사람들의 경우에는 배우자 씀씀이에 일일이 간섭하고 돈을 무기로 하여 자기에 대한 절대복종을 강요하며 돈 못 버는 배우자의 인격까지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아이들이 어릴 때는 피눈물을 삼키면서 참다가 아이가 대학가면 이혼하는, 전형적인 황혼이혼 케이스가 된다.

8. 속궁합

바람직한 배우자의 조건(상)을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만 쌍을 결혼시켰다는 결혼정보업체의 대표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가능케 하는 4대 요소 중 하나로 꼽은 것이 속궁합이었다. 속궁합이 결혼 조건으로 중요한 건 맞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는 사실 참 판단하기가 어렵다. 개인차가 아주 클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주기의 각 국면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속궁합과 결혼생활에 관한 수많은 의견을 아주 단순화하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쪽 극단은 결혼생활에서 속궁합이 가장 중요하며 속궁합이 잘 맞으면 결혼생활의 다른 문제는 다 해결된다는 것이고, 다른 쪽 극단은 살기도 바쁜데 그런 문제까지 관심 가질 여유가 없으니 일단 결혼했으면 그냥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 두 극단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그럭저럭 배우자와 맞추거나 맞출 것을 포기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결혼생활에는 부부간의 속궁합 외에도 두 사람을 연결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기 때문에 부부간의 성생활 만족도는 결혼생활이라는 탁자를 받치고 있는 여러 개의 다리 중 하나 정도로 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이 다리가 부러졌을 경우 결혼생활이라는 탁자 자체가 기울어지거나 무너질 것인가는 다른 다리들이 얼마나 많으며 튼튼한가에 달려있다. 속궁합 외에도 부부를 연결하는 다른 요소들이 많고 연결이 튼튼하다면 유지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기울어지거나 붕괴할 수도 있다.

첫 연애상대와 결혼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신세대들은 학교에서부터 성교육과 피임법을 배우고 성과 관련된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어련히 잘 알아서 배우자와의 속궁합을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남녀 불문하고 성적인 자신감은 그 사람의 자존감과 직결되어 있고, 여기에 상처를 받게 되면 그 기억이 아주 오래 가며, 상처를 준 상대방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했으면 한다.

또한, 젊은 세대로 갈수록 성적인 불만이 중요한 이혼 사유로 등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싶다. 중년 이상의 세대에서 성적인 불만족은 이혼사유로 아예 등장하지 않거나(물론 그 이유는 만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성적인 불만족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맨 나중에 언급하는 사유인데, 젊은 세대에서는 배우자의 성관계 거부나 성적인 무능력이 첫 번째 사유로 등장하는 경우가 간간이 나온다. 개인의 행복감이 결혼에서 점점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해가고 있는 세태의 반영이다.

9. 기타 요소 및 결어

앞에서 언급한 8가지 요소 외에 기타 요소를 들자면 유머감각과 생활습관-특히 식성과 수면패턴, 배우자 원가족의 가족관계가 건강한가 등이 중요하다.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좋은 일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는데 이럴 때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객관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도 조금 덜 힘들게 넘길 수 있다. 이혼과 결혼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존 가트맨에 의하면 유머감각이 있는 부부는 부부갈등을 극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결혼생활은 배우자와 함께 먹고 자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것이니 식성과 수면패턴이 맞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편안하게 결혼에 적응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식성과 수면패턴의 차이를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배우자 원가족의 가족관계는 결혼 후 배우자가 어떤 식으로 가정생활을 할 것인가를 미리 알려주는 예고편에 해당하니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원가족에서 이미 입력된 프로그램이 결혼 후에 실행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어떤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배우자의 원가족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외에 정서적 건강성은 가장 중요한데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해서 따로 다루지 않았다.

그러면, 지금까지 언급한 요소들만 조심하면 되는 걸까? 물론 아니다.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 외에도 무수히 많고 그 대부분은 우리가 결정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쓴 이유는 오랜 기간 이혼상담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는지, 그 결혼에서 예상되는 바가 무엇인지, 내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거의 무지한 상태에서 결혼한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강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 등산로 입구에서 헤매는 격이다. 적어도 자기가 어떤 길로 가는지는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모든 인간관계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것이 기본이고 이게 되어야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결혼생활도 예외는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지피지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부잣집 며느리들의 말못할 사정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2월 12일 (12:14)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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