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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지라시' 루머 퍼뜨리고 돈 버는 '놈'들, '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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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상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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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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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53>가짜뉴스 '자가 팩트체크'(self-correct) 기능이 작동하는 주식시장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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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한때 차바이오텍 주가가 20%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차바이오텍 실적에 문제가 있어 공시를 미루고 있다는 소문이 '지라시'(사설 정보지)를 통해 급속히 유포됐기 때문이다.

차바이오텍은 2017년도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로 인해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로 만약 영업적자가 5년 연속이 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지라시 내용은 차바이오텍의 상장폐지 위기를 암시하면서 주가 급락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차바이오텍 측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루머 유포자에 대해 감독기관과 수사기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주식시장에는 차바이오텍 사태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사실 주식시장은 소문과 진실, 루머와 팩트, 의견과 사실 등 가짜와 진짜 정보들이 범람하며 공생공존하는 세상이다. 소문과 루머가 날마다 생성되고 지라시를 통해 확산되면서 관련 주가가 널뛰고 이로 인해 누군가는 돈을 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손실을 보는 곳이다.

증권방송은 오늘도 증권 전문가들이 나와 자신의 '의견'을 마치 사실인 양 주장하고, 주식투자 사이트에는 날마다 '급등주 공개'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정보가 올라 온다. 이 상황에서 주식 투자자는 돈이 되는 진짜 '정보'와 허위 루머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주식시장에서 루머와 소문은 모두 '정보'(information)라는 미명으로 포장되고, ‘확인 안 된 루머’, ‘근거 없는 소문’, 혹은 ‘개인 의견’ 등으로 치부되지만 '가짜뉴스'(fake news)라고 단정해 부르진 않는다.

심지어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말이 상식과 격언으로 통할 정도로 소문과 루머는 이미 주식시장에서 익숙해져 있다. 오히려 루머와 소문을 역이용해 돈을 벌려는 이른바 ‘역발상 투자’(contrarian investing) 기법도 오래 전부터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식투자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마저도 확인 안 된 소문과 루머를 믿는 것은 위험하지만, 위험할 때 투자할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되면서 주식시장은 오히려 소문과 루머를 저마다 먼저 입수하려고 혈안이 된 곳이다.

일반인들에게 소위 ‘가짜뉴스’(fake news)가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소문이나 루머의 역사가 아주 오래됐다. 증시 역사가 바로 루머의 역사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예컨대 과거 1815년 영국과 프랑스 간의 워털루(Waterloo) 전투가 벌어졌을 때도 영국 주식시장에는 허위 루머가 등장했다. 당시 유럽 전역에 은행을 설립하고 막대한 부를 쌓았던 로스차일드(Rothschild) 가문이 워털루 전투의 승전보를 미리 입수한 뒤 마치 영국이 전투에서 패배한 것처럼 채권을 팔았고(=가짜뉴스를 흘리고) 나중에 채권 가격이 폭락하자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단 로스차일드의 워털루 일화는 일부의 주장으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가짜뉴스와 허위 루머는 어김없이 등장했고 이를 이용해 거액을 챙기는 일이 버젓이 일어났다. 미국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주연하고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더 울프 오브 더 월 스트리트’(The Wolf of The Wall Street)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조단 벨포드(Jordan Belford)는 주식을 매입한 뒤 해당 회사에 대한 장밋빛 정보를 유포하고(=지라시 루머를 돌리고) 주가가 폭등한 뒤 주식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수법으로 월가에서 거액을 챙겼다.

이들 로스차일드와 벨포드는 모두 가짜뉴스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기는 '사기치는 놈'이고 '야바위꾼'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이런 야바위가 통하는 이유는 주식시장에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모두 정확한 정보를 남보다 먼저 입수해 주식을 사거나 팔려고 하지만 늘 정보의 상대적 빈곤과 부족에 시달린다. 그래서 조그만 정보나 지라시 루머에도 귀가 솔깃해지고 주가는 쉽게 흔들린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주식시장은 스스로 가짜뉴스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자가 팩트체크'(self-correct) 기능이 작동한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가짜뉴스가 수정되지 못하고 계속 확산되는 정치권이나 연예계와 사뭇 다른 점이다.

정치권에서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진영 논리와 정쟁의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정치적 반대세력은 진실 여부에 관심이 없다. 연예계의 가짜뉴스는 유명 연예인의 비공개 사생활을 알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와 관음증 때문에 만들어진다. 사실이든 허위 소문이든 상관이 없다. 그리고 정치권과 연예계의 가짜뉴스는 한 번 생성되고 유포되면 유투브와 인터넷에 영구히 남는다. 아무리 팩트체크를 해도 소용없다.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정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소문과 루머 등 가짜뉴스는 '놈'과 '꾼'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진위여부가 상대적으로 빨리 가려진다. 허위 루머가 나돌아 관련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지만 그 영향이 오래 가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는 사실 확인이 곧바로 이어지고 정확한 정보가 금방 업데이트 되면서 주가는 머지않아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주식시장엔 똑똑한 투자자들이 많아서 만약 가짜뉴스로 주가가 영향을 받게 되면 이들이 대거 반대매매를 통해 주가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다고 가정한다. 이를 재무학에서는 주식시장의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라고 부른다. 즉 주식시장엔 자가 팩트체크 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효율적이고 자가 팩트체크 기능이 강할수록 허위 루머나 소문은 오래 가지 못하게 된다. 대체로 거래량이 많은 대형주(large cap)가 소형주(small cap)보다 더 효율적이고 자가 팩트체크 기능이 크다고 여긴다.

주식시장에는 그 역사만큼 오랫동안 허위 루머와 소문이 만들어지고 또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수많은 시도가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지만 가짜뉴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주식시장이 이른바 ‘정보’를 먹고 사는 곳이고 루머와 소문마저도 돈을 벌게 해주는 하나의 ‘정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2월 17일 (04: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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