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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을 '절반'만 짜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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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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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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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된 '절반'의 삶…에어컨 틀어 살 것 같을 때, 죽어가는 '북극곰'이 떠올랐다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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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은 칫솔 크기에 맞게, 다 채워야 하는 줄 알았다. 우연히 알게 됐다. 반만 짜도 양치질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을. 그 일 덕분에 많은 것들의 소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사진=깨달음을 얻은 남기자
치약을 '절반'만 짜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우연히 양치질을 하다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점심에 순대국을 먹어 위아래 치아가 들깨가루의 폭격을 맞은 날이었다. '이~'하고 거울을 보니 긴급히 양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입을 차마 벌릴 수가 없었다.

급하게 치약을 짰는데, 하필 쥐꼬리만큼 남아 있었다. 온 우주의 기운을 빌려, 있는 힘껏 치약 튜브를 눌렀다. 그러니 칫솔의 절반 정도에 치약이 얹어졌다. 평소엔 칫솔 전체에, 아니 양끝이 살짝 삐져나올 정도로, 살포시 치약이 올라간 걸 좋아했다. 그래서 난감했다. 하필 들깨가루가 입안을 지배하고 있는 이 때, 치약이 부족하다니.

투덜대며, 부족하나마 그걸로 치아를 닦았다. 구석구석 칫솔질을 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거품도 잘 나고, 입안의 상쾌함도 다를 바 없었다. 찬물로 시원하게 헹궈냈더니 들깨가루가 말끔히 사라졌다. 치아를 만져보니 뽀득뽀득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처음 알았다. 치약을 절반만 써도 괜찮다는 걸. 치아를 깨끗이 하는데 별 문제가 없단 걸. 그 오랜 시간 하루 3번(귀찮으면 2번), 1년에 무려 1095번 양치질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그걸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단 걸.
식물은 필요한 만큼만 물을 먹고 산다. 그 이상으로 더 많이 주다간, 뿌리가 썩는 경우가 많다. 작은 식물을 보며 그런 삶을 살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일단 불룩 나온 내 배부터 어떻게 좀./사진=남형도 기자
식물은 필요한 만큼만 물을 먹고 산다. 그 이상으로 더 많이 주다간, 뿌리가 썩는 경우가 많다. 작은 식물을 보며 그런 삶을 살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일단 불룩 나온 내 배부터 어떻게 좀./사진=남형도 기자

이걸 계기로 내가 무심코 써오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정말 필요한 만큼만 쓰고 있는지. 그저 습관이 몸에 배서 무심코 많이 쓰진 않았는지.

그리고 생각 없이 쓰는 삶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지도. 멀리 있다고 여겨 무관심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단 걸. 어렴풋이 알았지만 모르는 게 많아 배워보기로 했다.

그걸 '절반의 삶'이라 이름 붙였다. 기억하기 쉽도록, 그동안 썼던 것의 딱 절반만 써보기로. 8월1일부터 16일까지 약 2주 정도 체험해봤다.



'절반'의 물



①샤워 물줄기가 ‘소나기’가 아녀도
한 번 샤워하며 쓰는 물의 양. 욕조 마개를 끼워 얼마나 쓰는지 물을 받아봤다. 우윳빛깔처럼 보이지만 내 몸을 씻은 청결치 않은 물이다. 가늠하기 위해 손을 넣어봤다. 발처럼 보이지만 팔이다./사진=남형도 기자
한 번 샤워하며 쓰는 물의 양. 욕조 마개를 끼워 얼마나 쓰는지 물을 받아봤다. 우윳빛깔처럼 보이지만 내 몸을 씻은 청결치 않은 물이다. 가늠하기 위해 손을 넣어봤다. 발처럼 보이지만 팔이다./사진=남형도 기자

'물을 물 쓰듯', 그 말이 먼저 생각났다. 그게 다름 아닌 나였다.

얼핏 떠올려도 물 쓰는 게 헤펐다. 샤워할 땐 등에 물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며 “아아아”하며 입을 벌린 채 시간을 보냈다. ‘노래는 샤워하며 부르는 게 제 맛’이라며, 울리는 내 목소리에 심취했을 땐 낭비하는 물이 더 많았다. 반성한다.

그러니 물을 딱 절반만 써보기로 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처음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씻을 일이 많았다. 보통 샤워는 아침과 밤, 하루 두 번씩 했는데 요즘은 땀이 차서 수시로 했다.

물을 얼마나 썼었는지 궁금했다. 욕조 마개를 닫고 평소처럼 샤워기를, 가장 세게 틀었다. 머릴 감고, 얼굴 닦고, 비누칠을 하고, 헹구고. 한 10분쯤 됐을까. 욕조 안에 비눗물(씻은 물, 에이 지지)이 찰랑찰랑 잠기기 시작했다. 샤워를 다 끝내니 발목까지 첨벙 잠겼다. 손을 담그니 다 들어갈 정도였다. 물을 쓰는 족족 흘려보낸 터라, 이리 많이 쓰는 진 몰랐다.
수도꼭지를 절반만 들어올리고, 필요한 만큼만 물을 써서 샤워했더니 쓰는 양이 훨씬 줄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수도꼭지를 절반만 들어올리고, 필요한 만큼만 물을 써서 샤워했더니 쓰는 양이 훨씬 줄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다음 날 아침, 샤워하기 전에 써야할 물을 잠시 생각했다. 어느 정도 쓰는지 이젠 알았다. 수도꼭지를 절반만 들어 올렸다. 시원스레 나오진 않았다. 머리를 살짝 적시고 재빨리 물을 잠갔다. 샴푸를 절반만 짜서, 머리에 거품을 냈다. 그걸로 충분했다. 헹구고, 다시 물을 잠갔다. 얼굴 닦는 비누(명칭이 생각 안남)도 평소 반만 써서 세안을 끝냈다. 괜찮았다.

몸 닦는 비누도 반만 짜서 거품을 더 열심히 냈다. 습관처럼 벅벅 문질렀더니 나중에 거품이 좀 모자랐다. 노하우가 필요할 것 같았다. 어쨌든 샤워를 끝내고, 물 절약 성적표를 볼 시간. 이번엔 욕조에 얼마나 물이 찼는지 봤다. 평소 쓴 것의 절반도 안 됐다. 손바닥 절반 정도만 잠겼다. 그럼에도 몸이 뽀송뽀송, 개운한 느낌은 같았다. 뿌듯했다.

샤워기에서 '소나기'가 아니라, '이슬비'가 내려도 괜찮은 거였다. 할 수 있었다. 그걸 안 했을 뿐.

팁 1. 비누칠을 한 뒤, 스스로를 무척 사랑하듯 몸을 마구 문질르고 비벼주면(좀 이상해 보일 수 있음) 샤워 시간을 약 10초 빨리 끝낼 수 있다(남형도 기자 기준, 개인차 있을 것).

팁 2. 몸에 비누칠을 할 때 처음부터 힘을 줘서 빡빡하면 거품이 바닥에 다 떨어진다. 그러면 다리를 먼저 닦고, 목을 나중에 닦는 사람은 몸에 ‘청결 격차’가 생길 수 있다(하얀 다리, 까만 목). 전체적으로 한 번 발라놓은 뒤(표현 이상함) 두 번째에 빡빡 닦으면 비누를 아낄 수 있다.

②양치컵의 '기적'
고작 양치질 한 번에 썼던 물의 양이다. 눈으로 보기 위해 마개를 잠가봤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거라 색깔이 좀 탁하다. 아까운 물이다./사진=남형도 기자
고작 양치질 한 번에 썼던 물의 양이다. 눈으로 보기 위해 마개를 잠가봤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거라 색깔이 좀 탁하다. 아까운 물이다./사진=남형도 기자

기세를 몰아 물을 더 아껴보기로 했다. 양치질도 문제였다. 두 손으로 물을 받아 입을 헹구곤 했다. 그러는 동안 아깝게 흘려보내는 물이 많았다. 알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고치지 않았었다. 평소 양치질을 할 때 쓰는 물은 얼마나 될까. 물마개를 잠가보니 세면대의 5분의 1 정도는 찼다.

양치컵을 써봤다. 컵의 절반 정도만 물을 채워도, 입을 무려 두 번이나 헹굴 수 있었다. 쓰는 물이 평소 양치질 대비 3분의 1 정도는 줄었다. 평소 양치질 한 번에 써버릴 물의 양이면, 하루 내내 쓸 수 있는 걸 몰랐다.
양치컵을 쓰면, 물의 양이 이렇게 줄어든다. 쓰는 족족 흘러내려 가서 몰랐을 뿐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오른손
양치컵을 쓰면, 물의 양이 이렇게 줄어든다. 쓰는 족족 흘러내려 가서 몰랐을 뿐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오른손

팁: 내 입 안에서 일본을 관통해 온 '제10호 태풍 크로사'가 휘몰아친단 느낌으로 양치물을 상하좌우로 강하게 돌려주면, 적은 물로도 깔끔하게 헹궈지는 치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③물을 받아서 설거지 하니…
물을 받아 설거지를 할 땐, 세 번 정도는 새 물로 바꿔 헹구는 편이 좋다./사진=설거지의 달인, 남형도 기자
물을 받아 설거지를 할 땐, 세 번 정도는 새 물로 바꿔 헹구는 편이 좋다./사진=설거지의 달인, 남형도 기자

설거지를 할 때 물 소비가 심했다. 물을 틀어놓고, 그릇이 뽀독뽀독할 때까지 헹군 탓이다. 그릇이 많거나 기름때가 춤을 출 땐, 설거지 시간이 30분 걸리기도 했다. 그럼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물을 썼을지.

물을 아끼려면 받아놓고 하면 좋단다. 수세미로 그릇에 비누칠을 한 뒤, 받아 놓은 물에 풍덩 담갔다. 그랬더니 금세 물이 더러워져 다른 그릇을 씻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노하우를 찾아보니 물을 3번 정도 바꿔가며 받아서, 차례차례 헹구면 된단다.

나한테는 그게 영 안 맞아서, 물을 절반 세기로 약하게 틀고 헹구기로. 대신 그릇을 평소보다 더 빨리 돌리고, 쓸어내리고 했다. 다 건조한 뒤 만져보니 보통 때와 다를 바 없이 깨끗해서 만족스러웠다.

*팁: 수세미에 세제는 살포시, 50원짜리 동전만큼만 묻혀도 충분하다. 거품을 잘 내는 게 관건이다. 몸의 묵은 때를 불리듯,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 그릇을 물에 담그면 좋다. 설거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름때는 물을 묻히기 전, 휴지로 미리 닦아두면 좋다.

④변기 물 정도면, 누군가는 하루를 쓴다
매일 함부로 쓰는 물은, 먼 곳에 사는 누군가에겐 아주 귀한 물이다. 물을 얻기 위해 평균 10km 이상을 매일 걷기도 한단다./사진=유니세프
매일 함부로 쓰는 물은, 먼 곳에 사는 누군가에겐 아주 귀한 물이다. 물을 얻기 위해 평균 10km 이상을 매일 걷기도 한단다./사진=유니세프

오래도록 물을 귀하게 쓰기 위한 ‘이유’가 필요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물을 편히 쓰던 모습으로 돌아가려 했기에, 내 습관을 붙잡아야 했다. 철없이 낭비하는 일상과, 저 멀리 아득히 느껴지는 자연과의 연결고리가 필요했다. 그걸 스스로 알아야 했다.

그래서 서점에 가서 관련 도서를 찾아봤다. 녹색연합 박경화 작가가 쓴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란, 적당한 책을 찾았다. 아래 내용은 이를 참고해 정리한 것이다.

물을 편히 쓰는 게 당연한 게 아니란다. 변기를 쓰고 물을 내리는 양이, 13리터 정도 된단다(이것도 좀 놀랐다). 이 정도면 물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국민 한 사람이 온종일 씻고 마시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다 쓴다고 했다. 누군가는 소변 한 번 누고 흘리는 물이, 누군가는 아끼고 아껴 절박하게 사용하는 물이다.

그마저도 못 쓰는 이들도 많단다. 아프리카 도시에 사는 1억5000만명이 맑은 물을 공급 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날 쓸 물을 길어오기 위해 날마다 평균 10km 이상을, 4시간 넘게 걸어서 왕복해야 한단다.

수도꼭지만 틀어도 쓰는 물을, 누군가는 살기 위해 그리 쓴다. 그리고 우리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인구행동연구소가 지정한, '물 부족 국가'다. 1인당 물을 쓸 수 있는 양이 1327세제곱미터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아이티와 같단다. OECD에선 한국이 반세기 안에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거라 내다봤다.



'절반'의 전기



①'응아'할 땐, 은은한 조명이 제격
조명 스위치 1개를 켰을 때(왼쪽)와 2개를 모두 켰을 때(오른쪽) 느낌 비교. 절반만 켜도, 화장실을 쓰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사진=남형도 기자
조명 스위치 1개를 켰을 때(왼쪽)와 2개를 모두 켰을 때(오른쪽) 느낌 비교. 절반만 켜도, 화장실을 쓰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사진=남형도 기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불을 다 켜는 게 습관이 됐다. 위에서부터 나란히 붙은 조명 스위치 3개를, 한 번에 다 눌렀었다. 이 역시 무심코 한 행동들이다. 'LED 조명이니 전기료가 덜 나간다'는 것만 생각했다. 그래서 안심하고 썼다. 통상 조명 하나를 켜면 평균 20~40와트(W)의 전기가 소비된단다. 두 개가 있으면 당연히 두 배 더 쓰인다.

화장실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조명 스위치가 2개였다. 하나를 켜면 조명 2개가, 또 다른 하나를 켜면 1개가 더 들어온다. 평소 3개를 다 켜놓다가, 1개만 켜봤다. 그리고 알게 됐다. 그래도 충분히 밝고,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대변(응가->응아로 순화)를 볼 땐 조명이 은은해서 더 분위기 있었다. 환할 때보다 집중도 더 잘 됐다. 운동하고 와서 근육을 보니, 왠지 더 선명해 보여 자존감이 1g 상승했다.

거실 조명도 마찬가지였다. 어둑어둑해지면 으레 다 켜놓곤 했다. 그래야 좋다고 생각했다. 저녁에 조명 한 줄(4개짜리)을 껐는데,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눈이 외려 더 편안했다. 밤이 된 뒤엔 조명 두 줄(8개)을 껐다. 아내와 지나간 하루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하기 괜찮았다.

낮엔 자연이 주는 햇빛을 가급적 활용했다. 커튼과 블라인드를 활짝 열었다. 필요할 땐 창가와 가까운 전등은 끄고, 멀어서 어두운 곳 조명만 켜놓았다.
조명 스위치 별로 종이를 붙여 놓으니, 시간대별로 아낄 수 있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조명 스위치 별로 종이를 붙여 놓으니, 시간대별로 아낄 수 있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팁: 스위치를 한 번에 다 켜는 습관이 갑자기 고쳐지진 않는다. 스위치에 메모를 해두니 좋았다. 예컨대, 조명 스위치 3개가 있다면 첫 번째엔 '오후', 두 번째엔 '저녁', 세 번째엔 '밤' 이렇게 표시하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집안 조명을 쭉 켜보고, 이해를 먼저 하는 게 좋다.

더 중요한 습관은 '지나간 자리는 불을 끈다'이다. 의외로 방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조명을 안 끄고 그냥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다.

②에어컨 바람을 '절반'으로
에어컨 풍량을 줄이고, 절전 모드로 틀면 전기를 아낄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에어컨 풍량을 줄이고, 절전 모드로 틀면 전기를 아낄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더위에 취약한 터라 '에어컨'만은 양보할 수 없다 여겼다. 절반의 삶에서 가장 걱정된 것도 에어컨이었다.

평소 날 것 그대로의 에어컨 사용은 이랬다. 퇴근하면, 가방도 벗기 전에 에어컨 리모컨을 잡았다. 재빠르게 켜고, 설정 온도를 22도까지 내린 뒤 '롱파워'나 '터보' 등 누를 수 있는 버튼을 다 눌렀다. 그리고 에어컨 앞에서 '크아아, 좋다'하고 입을 벌려 바람을 오장육부까지 밀어 넣었다. 이어 에어컨을 발명한 인물이 가장 존경스럽다고 혼잣말을 하며 행복해했다. 그만큼 더위에 취약했다.

에어컨이 전기 낭비 주범이라니, 절반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일단 단순하게 바람의 세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온도를 25도까지 올렸다. 그리고 30분 뒤, 나도 모르게 풍량을 풀 파워로 바꿔놓는 걸 봤다. 아내가 "절반만 한다고 하지 않았어?"라고 물었을 때, 정신이 돌아왔다. 최면에 걸렸다 깬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바람이 시원스레 안 나와 답답했다.

좀 더 고민을 해봤다. 어차피 집에서 행동반경은 넓지 않았다. 주로 소파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풍량은 반으로 줄이고, 대신 풍향을 소파 쪽으로만 고정 시켰다. 선풍기도 소파 쪽으로 틀어 놓고 회전을 시켰다. 그랬더니 훨씬 시원했다. 거실 전체가 시원할 필요가 없던 거였다. 그게 조금 익숙해질 무렵엔 에어컨 설정 온도를 25도에서 26도까지 올렸다. 그래도 크게 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팁: 겨울 뿐 아니라 여름에도 단열이 중요하다. 냉기가 바깥에 새어나가지 않게 잘 차단해야 한다. 낮에 커튼을 치면 도움이 된다.

에어컨 '냉방'보다 '제습'이 전력 소모가 조금 더 된단다. 근데 ‘제습’으로 틀면 습기가 덜 하기 때문에, 뽀송뽀송함 때문에 더위가 덜 느껴진다. '절전' 모드가 있다면 활용하면 좋다.

몇 시간 정도 나갔다 올 땐, 에어컨을 끄는 것보다 '열대야' 모드로 틀어두면 좋다고 한다. 더워진 집을 다시 시원하게 하는데 드는 전력이 크다고.

③새끼 북극곰도, 황제 펭귄도 살 곳이 없다

북극곰은 배가 고프고 고단하다. 살아갈 터전인 얼음이 자꾸 녹아서. 오늘의 나 덕분에 북극곰은 더 힘들어졌을지, 아니면 나아졌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사진=뉴스1
북극곰은 배가 고프고 고단하다. 살아갈 터전인 얼음이 자꾸 녹아서. 오늘의 나 덕분에 북극곰은 더 힘들어졌을지, 아니면 나아졌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사진=뉴스1

전기를 아끼는 것과, 새끼 북극곰의 삶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전기를 맘껏 쓰고 싶을 때, 새하얀 북극곰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쉽게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예컨대, 우리가 에어컨을 쓰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그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 이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감싼다. 그러면 태양에서 온 열에너지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때문에 우주로 못 빠져나간다. 그래서 지구가 점점 덥고 뜨거워진다.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마치 온실처럼 덥게 만든다 해서, 온실가스라 한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얼음이 녹는다. 냉장고에서 잠깐 꺼낸, 아이스크림 얘기가 아니다.

북극의 얼음 얘기다. 녹아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북극곰은 영문도 모른 채 울고 있다. 아니, 죽어간다. 그 위에서 바다표범도 잡아먹고, 짝짓기도 해야 하는데 그럴 곳이 없다. 먹이를 찾아 100km 이상 헤엄쳐서 다른 빙하로 가야하는데, 중간에 올라갈 얼음이 없다. 북극곰이 물에 빠져 죽는 일이 많아졌다. 급격한 온난화로 북극곰이 사는 굴이 무너지고, 어미곰과 새끼곰이 함께 죽기도 한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현재 속도로 얼음이 줄어들면, 21세기 중반까지 북극곰의 3분의 2가 죽을 거라고 예측했다.

키 1.2미터, 몸무게 35kg의 몸으로 뒤뚱뒤뚱 걷는 남극 황제펭귄도 마찬가지다. 목과 가슴까지 엷게 물든 황금빛 깃털이 매력적인 이 녀석도, 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좋아하는 먹이인 크릴도 서식할 수 없어 점점 사라지게 된다. 미국 우즈홀해양학연구소에 따르면 2100년까지 세계 45개 황제펭귄 집단의 모든 개체 수가 줄어들 거라 한다.

집안이 차가워 살 것 같을 때, 죽어가는 북극곰과 황제펭귄이 보였으면. 흐르던 땀방울이 서늘하게 식을 때, 북극곰이 흘릴 눈물이 생각났으면.



'절반'의 일회용품



①휴지는 '오래된 나무'
회사에 수건을 놓으니, 휴지를 아예 안 쓰게 되서 좋았다. 결혼한 동기 협찬으로 얻은 수건이다./사진=남형도 기자
회사에 수건을 놓으니, 휴지를 아예 안 쓰게 되서 좋았다. 결혼한 동기 협찬으로 얻은 수건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일회용 휴지를 뽑아 쓰는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았다. 꽤 오래 노력했음에도. 한 번 닦고, 휴지통으로 휙 버리고. 또 새 걸 뽑아서 쓰고 그랬다. 손수건도 써 봤는데, 빨기 귀찮아서 아무래도 잘 안 쓰게 됐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걸 해보기로 했다. 아내를 따라해 봤다. 휴지를 쓰고 바로 버리지 않고, 그걸 잠시 놓아두기로 했다. 모양새가 좀 그렇긴 했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한 10여분 정도 지나니, 금세 말랐다. 그러면 그걸 다시 썼다. 물방울을 닦거나, 음식물을 집거나, 먼지를 줍거나 할 때. 쓰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한 번 쓰고 버리던 걸, 두 번이나 세 번 정도는 쓰고 버렸다. 그걸로 쓰는 게 절반은 줄어든 셈이었다.

회사에서 쓰던 일회용 휴지도 안 써보기로 했다. 집에서보다 더 편하게 막 쓰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니라서. 동료가 결혼하고 준 기념품 수건을, 회사에 두고 다녀봤다. 그랬더니 일회용 휴지를 하나도 안 쓰게 됐다.

두루마리 휴지 한 개의 길이가 70미터라고 한다. 이걸 위해 나무에서 나온 펄프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20년 된 굵다란 나무 1.5그루를 베어야 한단다. 조금만 불편하면, 이 나무 한 그루를 살릴 수 있다.

*팁:
손의 물기를 닦을 때 휴지가 없어도 괜찮다. 공기 중에 손을 휘휘 털거나, 비비면서 말리면 된다. 실제 시간을 계산해 보니 35초면 다 말랐다. 굳이 휴지를 안 써도 될 일이다.

②'배달' 대신 직접 가보기로

비닐과 플라스틱은 그래도 일상생활에서 자리가 많이 잡힌 편이었다. 일회용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쓰고,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할 때도 텀블러에 받아오곤 한다. 빨대도 스테인레스로 하나 구비해두고, 가지고 다니며 쓰고 있다.

유일하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던 게 '배달음식'이었다. 여름이라 배달시켜 먹을 일이 더 많았다. 더워서, 나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특히 자주 시켜먹던 동네 삼겹살집이 있었다. 양도 푸짐하고, 고기 냄새도 안 나고, 계란찜 같은 서비스도 많이 줬다. 그런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한 번만 시켜먹어도, 재활용품 쓰레기통이 3분의 2는 찼다.

지난 10일, 처음 용기를 내봤다. "시켜먹을까?"하고 아내와 얘기하다 "가서 먹을까?"하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직접 가서 먹었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다진, 고기 맛있게 굽기 스킬을 모처럼 써먹었다. 따뜻할 때 먹으니 더 맛있기도 했다. 다 먹고 나니, 줄어든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눈에 보였다.

삼겹살집을 나오며 땀을 뻘뻘 흘렸다. 이젠 저녁인데도 날이 꽤 더웠다. 그러면서 아내와 그런 대화를 나눴다. 언젠가 봤던 기사 얘기였다.
고래 뱃속의 쓰레기를 형상화 한 작품. 먹이인줄 알고 먹었을 것이다. 사람의 잘못이다. 고래는 아무 것도 몰랐다./사진=머니투데이
고래 뱃속의 쓰레기를 형상화 한 작품. 먹이인줄 알고 먹었을 것이다. 사람의 잘못이다. 고래는 아무 것도 몰랐다./사진=머니투데이

아내가 먼저 운을 띄웠다.

"바다 고래가 많이 죽는단 기사 봤어? 바다 거북이도 죽어서 뭍으로 떠내려온대. 근데 뱃속에선 플라스틱이며 비닐이 잔뜩 나왔대. 먹이로 착각하고 삼킨 거지."

그래서 내가 답했다.

"나오는 거 진짜 귀찮았는데, 그래도 고생한 만큼은 쓰레기 줄였다, 그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몽골 고비 사막. 아이들에게 어떤 지구를 남겨줄 것인지, 우리에게 달렸다./사진=머니투데이db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몽골 고비 사막. 아이들에게 어떤 지구를 남겨줄 것인지, 우리에게 달렸다./사진=머니투데이db

에필로그(epilogue).

대여섯 살 때쯤 공상과학 만화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었다.
지구가 잔뜩 오염돼 사람들이 물과 공기를 사먹었다.
그 때 어린 마음에 그랬다.
"에이, 말도 안돼. 물하고 공기를 왜 사먹어!"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우리 집엔 공기청정기 2대가 있다.
그리고 정수기도 1대 있다.
만화에서 본 얘기는, 이미 '현실'이 됐다.

30년 뒤 얘기는 더 섬뜩하다.
온난화, 사막화, 물 부족, 식량부족, 그리고 '멸망'.
먼 훗날 내 아이가 이렇게 물어볼지 모른다.
지구가 이 지경이 되도록 아빠는 뭘 했느냐고.

삶의 절반은,
별 생각 없이 맘껏 쓰며 살았다.
그러니 삶의 절반은,
'절반의 삶'을 살아야 겠다고.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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