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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설리 죽음, 여성 혐오가 낳은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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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단비 인턴
  • 2019.11.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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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교수, 라디오 인터뷰서 "남성들 성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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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 영정./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가수 구하라와 설리가 연이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를 여성 혐오적인 문화로 인한 '연쇄적인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이 교수는 27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구하라와 설리의 비보에 대해 "연쇄적인 죽음이 아닌 연쇄적인 살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두 여성이 개인적으로 우울증을 겪었다고 보도되고 있다"며 "여러 사람에게 성적으로 공격·모욕 당하고, 사생활을 찍은 여러 영상이 돌아다니는 일을 겪었다면 어떤 사람이 아프지 않겠나, 없던 우울증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을) 우울증이라고 환원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결국 자신이 일상 속에서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가해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과거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의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벌어졌다는 논란에 대해 "(오덕식 부장) 판사의 판결을 그동안 쭉 보니 아동성착취물 혹은 성학대물을 가지고 있었던 자, 유포했던 자들을 다 집행유예를 때렸다"며 "아주 일관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판 과정 중 2차 가해 및 가해자에게 관대한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여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가혹한 처벌을 내리지만 여성에 대한 성적 공격을 가했다든지 성범죄와 관련된 범죄행위에 대해선 유독 판사들이 굉장히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그 가운데 사람들은 계속해 피해자 구하라씨에게 집중하고, 가해자 최종범씨의 이름은 최 모씨라고 나오지만 피해자의 실명은 계속 거론되는 등 괴롭힘이 (지속된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사태들에 대해서는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이중 취약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취약성과 연예인이라는 취약성을 고리 삼아 끊임없이 조롱하고 사생활을 쫓고, 언론은 보도하고 여성 품평 악플이 결합되고 있다"며 "피해를 입어도 피해자가 낙인화되는 굴레에서 사법체계가 가해자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취할 때 어떤 여성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여성 연예인을 어떤 방식으로든 얼굴·외모·사생활이든 품평하며 성적인 공격을 했던 수많은 악플러들이 반성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악플을 차단하는 정책이나 법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이 교수는 "굉장히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스스로 한 번 돌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옛날부터 여성은 순결과 정조를 강조했지만 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더러운 X, 음란한 X, 걸레 같은 X' 등의 오명과 낙인이 덮어 씌워졌다"며 "조금만 안 웃으면 '여자가 왜 상냥하지 않냐'면서 조금 웃으면 '헤프다, 싸게 군다'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은 항상 남성들의 소통과 교류, 의리와 비즈니스를 위해 교환되고 거래돼 왔다"며 "성매매 역사이기도 하고 지금은 각종 음란물과 성매매 알선 후기 사이트로 연결된다"고 고발했다. 그는 "여성의 몸을 찍은 불법촬영물은 음란물로 만들어져 남성들의 놀이문화와 오락을 위해 소비되며 돈이 된다"며 "이런 문화에서 어떤 특정한 댓글이 잘못됐다고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질 때 과연 (악플) 문화는 없어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성매매 알선 후기 사이트가 존재하는 한 악플을 근절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몸을 찍은 불법촬영물, 리벤지 포르노, 딥페이크, 실제 성매매 여성 찍은 사진 등 피해자를 알 수 없는 영상들이 광고물로 떠 성 구매자를 유도하고 성 구매자가 또다시 그런 영상을 올리고 후기를 달고 있다"며 "한 사이트당 회원만 70만 명인데 이런 것들이 있는 한 우리가 어떤 포털사이트에 악성 댓글을 단다는 걸 제한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겠냐"고 물었다.

여성차별, 여성 혐오적인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본질적인 얘기이지 않냐는 지적엔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5년, 10년 뒤는 어떻게 될 것 같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당위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여성 혐오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가 혐오 범죄나 증오 발화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어떤 것이 증오 발화나 혐오 범죄에 해당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질 것"이라며 "그러면 남성에 대한 비판과 여성에 대한 비판이 똑같은 혹은 남성에 대한 비판이 훨씬 무거운 벌을 받기 쉬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지금도 여성의 몸을 불법 촬영한 동영상은 어마어마하게 돌아다니고 실제 아동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유포한 자도 집행유예를 받는데, 남자의 몸을 하나만 단톡방에 올려도 실형을 산다"며 "남자의 몸을 찍은 건 사실상 어떤 포르노 사이트에도 올라가 있질 않는다. 아무도 보지 않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연예인이나 여성들의 몸은 하나만 올라가도 수십만명이 댓글을 달고 클릭을 한다. 돈이 된다는 뜻이며 본다는 뜻이다"며 "이런 일에는 남자 판사, 남자 경찰 혹은 검찰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심지어 무죄를 때린다는 말인데 이런 상태에서 증오 발화, 악플 규제법이 생겼다고 했을 때 어떤 댓글이 문제가 되겠냐"고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남성들의 성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통 여성 혐오가 어딨냐고 하지만 남성의 일상이 여성 혐오"라며 "여성에 대한 심오한 편견, 구조적인 차별, 폭력 등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일상에서 일어나는데 이걸 남성 스스로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그만두지 않는 한 모든 대책들은 일시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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