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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징금 18조' 故 김우중 항소심 재판부가 읊은 감경요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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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호 기자
  • 2019.12.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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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우중 전 회장 항소심 재판부 선고 요지/그래픽=이지혜기자



"'세계 속의 큰 집'을 만들겠다는 꿈을 좇다가 자신이 일궈놓은 대우그룹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국민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 점, '세계경영'의 꿈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그 정신은 경제발전에 일조한 점, 지금은 비록 죄인의 처지로 법정에 섰으나 국민 대부분이 아직 피고인을 국가 위상을 높인 훌륭한 기업인으로 기억하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감경했다."


2006년 11월 3일, 서울고법의 한 법정. 당시 형사4부 석호철 부장판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제는 고인이 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역대 최대 부도를 낸 피고인이지만, 세계경영을 기치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인으로서의 업적을 재판부가 감경요소로 인정한 셈이다.

향년 83세를 일기로 지난 9일 세상을 떠난 김 전 회장이 받은 최종 형량은 징역 8년 6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회전신용장 보증사기 혐의에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또 대우 등 계열사의 각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지시 및 재산국외도피, 외국환거래법 위반, 영국 런던 BFC(British Finance Center) 부외계정 자금 횡령,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인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에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우 계열사의 분식회계를 통해 사기대출한 혐의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지시·공모해 분식회계를 하고 대출금을 편취한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허위 수입대금을 BFC에 송금해 재산을 국외도피하고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아울러 영국 런던 BFC 부외계정에서 힐튼호텔 투자 및 홍콩 계좌로 임의송금을 통해 대우 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계열사에 대규모 기업집단 자료제출을 누락하도록 지시해 독점규제법을 위반한 혐의에 관한 김 전 회장의 항소도 기각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의 정치인 뇌물공여 혐의는 1심대로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명령한 추징금 17조여원은 재산형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지금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1심에서 21조4484억원이 선고됐지만 추징금은 항소심 선고일(선고 직전일까지 환율)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져 1심 선고보다 줄어든 17조9253억원이 선고됐다.

이는 2205억원의 추징금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 2629억원의 추징금을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비해서도 60배 이상에 이르는 액수다. 김 전 회장이 한국은행과 당시 재경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송금한 돈과 해외에 도피시킨 재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자산인 대우그룹의 부도로 국민경제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고 그 피해는 금융기관과 투자자를 넘어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 점, 피해를 입은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점, 경영자로서 급변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상응하는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과 검찰 양측은 항소심 선고 뒤 모두 상고를 포기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이듬해 연말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17조원의 추징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계열사 자금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운 셈이다.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추징금에 대해 '개인적인 횡령'을 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2000년 대우계열사 워크아웃 때 실사한 회계법인이나 금융감독원은 현지 조사를 통해 김 전 회장과 임직원들이 횡령이나 착복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추징금은 분식회계 사건 당시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이 연대해 내도록 돼 있어 미납 추징금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검찰은 전직 대우 임원들로부터 김 전 회장의 재산을 일부 찾아 추징하면서 3년마다 돌아오는 시효를 연장해왔다.

대법원은 김 전 회장이 해외도피 중이던 2005년 5월 강병호 대우 전 사장 등 임원 7명에게 추징금 23조 358억원을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은 이들과 공범으로 묶여 있어 추징금을 연대해 부담하게 돼 있다. 각자 범죄 혐의와 환율 등 차이로 선고된 금액은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추징금인 셈이다.

오대양 육대주를 무대로 세계경영을 전개했다가 재계 무대 뒷편으로 사라졌던 김 전 회장. 이제는 그에게 직접 추징금을 거둬들일 수 없게 됐다.



  • 이미호
    이미호 best@mt.co.kr

    정치부(the300), 사회부 교육팀과 시청팀을 거쳐 올해 3월부터 법조팀에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인과응보'의 원리가 통하는 세상...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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