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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의 일격, 받아친 삼성…"韓 반도체 잠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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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 김성은 기자
  • 권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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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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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1년]①

[편집자주]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재료를 무기화하면서 기습적인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년이 됐다. 사태 초반의 우려와 달리 일본의 강공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일본이 추가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1년의 성과와 한계를 되짚고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본다.
사무라이의 일격, 받아친 삼성…"韓 반도체 잠깼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구매담당 A전무는 지난해 이맘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난다. 1년 전 주말이었던 6월30일 산케이신문의 보도로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 방침이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내부검토 결과 최악의 경우 3개월 안에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보고됐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묶은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감광액)·불화 폴리이미드는 그만큼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였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보고를 받자마자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A전무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차질 없이 라인 가동을 유지하느냐가 당시 최대 현안이었다"며 "1년만에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이만큼 국산화 성과까지 거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난 1년 동안의 적극적인 국산화와 공급 다변화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일본이 잠자고 있던 한국을 깨웠다"고 말했다.

사무라이의 일격, 받아친 삼성…"韓 반도체 잠깼다"


일본 공세에 체질개선 속도…국산화·다변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서 국산화 성과가 속속 나오면서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 규제가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년의 성과는 삼성전자 (53,600원 상승700 1.3%)SK하이닉스 (85,400원 상승1000 1.2%), LG디스플레이 (11,650원 상승100 -0.8%)를 중심으로 일부 대기업의 성공 신화에 젖었던 업계와 정부, 학계가 일본 아베 정부의 선전포고를 계기로 기술 자립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결실이라는 얘기다.

특히 지난 반세기 가까이 일본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자조했던 소·부·장 업계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진 게 성과로 꼽힌다. 최근의 성과는 지난 17일 공개된 SK머티리얼즈 (199,800원 상승4100 -2.0%)의 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반도체 기판인 실리콘웨이퍼에 그려진 회로도에 따라 기판을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 국산화다. 순도 99.999%를 뜻하는 '파이브나인' 이상의 불화수소 가스는 그동안 해외에 전량 수입했다. SK머티리얼즈는 연생산량 15톤 규모로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도체 기판의 불순물을 씻어내는 데 쓰이는 액체 불화수소도 지난해 수출규제 조치 직후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로리지가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를 국산 제품으로 100% 대체한 상태다.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데 쓰는 포토레지스트(PR·감광액)는 벨기에·독일 등으로 수입선이 다변화됐다. 국내에서는 동진쎄미켐 (27,400원 상승600 -2.1%)이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 생산라인을 올초 증설하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도 내년까지 공장을 완공, 2022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5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국산화 전이지만 미국 듀폰이 충남 천안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

또 다른 규제 품목으로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불화 폴리이미드도 국산화 성과가 나왔다. 코오롱인더 (32,550원 상승150 -0.5%)스트리가 경북 구미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지난해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SKC (61,700원 상승600 -1.0%)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사무라이의 일격, 받아친 삼성…"韓 반도체 잠깼다"


제꾀에 넘어간 일본…"삼성 마음 돌릴 선 넘었다"


이런 성과는 대일 수입현황에서도 숫자로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일본에서 수입한 불화수소 규모가 403만3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43만6000달러보다 85.8% 줄었다.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직후 올 5월까지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 비중도 9.5%로 전년 같은 기간(2018년 7월~2019년 5월) 42.4%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 기간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입 비중도 92.8%에서 86.7%로 줄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수출규제의 타격이 오히려 자국 업체를 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세계 불화수소 1위 업체인 일본 스텔라케미파의 경우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2%, 32% 줄었다. 이 업체는 지난해 결산보고서에 "수출규제 영향으로 한국업체에 공급하던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지난 23일 서울 특파원 칼럼에서 "수출규제가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들이 비싼 가격에도 수율 저하를 우려해 고품질의 일본 소재를 써왔는데 수출규제가 이를 흔들었다"며 "한국 기업이 다시 일본산 소재로 돌아가기 쉽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우 재료나 소재에 맞춰 공정을 조정하고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다시 일본제로 돌아가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라이의 일격, 받아친 삼성…"韓 반도체 잠깼다"


민·관·학 삼각공조…"협력 고삐 늦춰선 안돼"


반도체 소재 공급 안정화와 국산화가 이뤄질 수 있던 배경에는 업계의 신속한 대처 외에 정부의 과감한 정책 지원과 학계의 연구 성과라는 삼각공조가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향후 7년 동안 7조8000억원+α 규모의 재정을 투입키로 하는 등 기업의 원활한 물량 확보를 위한 세제·금융·통관·인허가 단축 패키지 정책을 냈다. 올 들어서도 새로 편성한 소·부·장 특별회계 2조725억원 중 1조2850억원(62%)을 지난 5월말까지 조기집행했다.

정부는 올해 소·부·장 산업 핵심관리 품목을 100개에서 338개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연구개발(R&D)에만 5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의 추가 지원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지난 1년은 위기 상황에서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수세적으로 공급안정화에 주력했다"며 "앞으로의 대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세적으로 전환, 소·부·장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액체 불화수소 중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규제의 여파를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민관 협력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산업계의 급소가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극동대 석좌교수)는 "특히 반도체 투자에서 70~80% 비중을 차지하는 장비 분야의 자립이 시급하다"며 "일본과 미국에 의존하는 장비 국산화는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지만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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