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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마통쓰던 HMM 돈 들어오자…분배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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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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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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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HMM 12년간의 재무제표 분석...물 들때 싸우지말고 노저어야

HMM의 최근 1년의 화려한 변신을 알리는 회사 홈페이지 초기화면/사진제공=HMM
HMM의 최근 1년의 화려한 변신을 알리는 회사 홈페이지 초기화면/사진제공=HMM


코로나 '호황'이 불러온 분배갈등


재물이 없던 집안에 뜻하지 않은 재물이 들어오면 십중팔구는 그 재물이 분란의 불씨가 된다. 나눌 일이 없을 땐 싸울 일도 없었지만, 나눌 것이 생기면 분배갈등이 시작된다.

약 10년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와 채권단의 소위 마이너스 통장(일명 마통)을 쓰던 국적 해운선사 HMM (21,400원 ▼300 -1.38%)(구 현대상선)의 통장에 해운산업 호황으로 갑자기 큰 돈이 들어오자 분란이 일고 있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 등은 '물에 빠진 걸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의 급격한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마뜩찮은 분위기다. 노동조합 측은 배고팠던 시절 견디고, 실적을 냈으니 보상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해상직 620여명이 속한 해원노조의 파업결의에 이어 육상직 1020여명이 소속된 육상노조가 오는 30~31일 쟁의여부를 놓고 찬반투표를 한다.
HMM의 1년 이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와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 현황. 회사가 어려워진 2013년~2015년 사이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크게 넘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었음 보여주고 있다. 2016년 KDB산업은행의 구제금융과 재무구조개선 작업의 영향으로 유동자산의 비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다. 부채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한 영구채를 자본 계정으로 편입시키면서 외형적으로 재무상태가 건전해보이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자료출처: HMM 사업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MM의 1년 이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와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 현황. 회사가 어려워진 2013년~2015년 사이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크게 넘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었음 보여주고 있다. 2016년 KDB산업은행의 구제금융과 재무구조개선 작업의 영향으로 유동자산의 비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다. 부채의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한 영구채를 자본 계정으로 편입시키면서 외형적으로 재무상태가 건전해보이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자료출처: HMM 사업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MM 노사 양측은 9월1일 재협상할 계획이지만 양측이 제시한 임금 타협안의 간극이 크다.

사측은 지난 18일 임금 8% 인상과 성과급 500% 지급을 골자로 하는 최종안을 내놨고, 노측은 기본급 25% 인상과 1200% 성과급을 요구한 상태에서 타협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9년 연속적자로 어려움을 겪었던 HMM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큰 폭의 이익을 내면서 갈등은 표면화됐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오랫만에 물과 고기가 들어온 어장에 배를 띄워 노를 젓고, 고기잡을 시간을 놓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HMM이 운반할 컨테이너 속 품목들은 화주들의 수출품들이어서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의 여파가 HMM의 단순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3주 파업시 8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 이상의 충격이 예상된다. 따라서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파국을 막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통의 10년 세월 보낸 HMM…희망의 2년에 들뜨나?



HMM(구 현대상선)은 2010년에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19년까지 9년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8조원대에서 2016년 4조원대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영업적자는 같은 해 8300억원대까지 내려갔다. 10년간 누적 적자는 3조 2723억원에 달했다. 이를 지난 1년반만에 회복하는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자료출처: HMM 사업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MM(구 현대상선)은 2010년에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19년까지 9년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8조원대에서 2016년 4조원대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영업적자는 같은 해 8300억원대까지 내려갔다. 10년간 누적 적자는 3조 2723억원에 달했다. 이를 지난 1년반만에 회복하는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자료출처: HMM 사업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머니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1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의 HMM의 연결기준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3조 272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실제 통장에 들어온 현금)은 -8543억원이다. 10년간 장사해서 통장에 들어온 돈은 없고 빠져 나간 돈만 85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그 기간 선박 구매 등 투자라도 제대로 돼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같은 기간 투자활동 현금흐름도 플러스(+) 1650억원이다. 투자활동현금 흐름은 기업에 필요한 시설이나 지분인수에 자본을 투입해 현금이 빠져나갈 경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표시된다. 정상적인 기업은 투자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이고,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은 자산을 팔아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플러스로 표시된다.

2010년부터 10년간 HMM의 투자현금흐름이 플러스라는 의미는 생산시설이나 계열사 투자지분 등을 팔아 현금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2016년 KDB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케이비증권㈜(구, 현대증권㈜), 현대아산㈜, 피에스에이현대부산신항만㈜, 현대종합연수원㈜ 등의 보유지분을 HMM이 매각해 1조 4700여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HMM의 현금흐름 추이. 영업을 통해 유입된 현금으로 투자활동에 나서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의 자금흐름이다. 파란색이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으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5년간 영업활동현금 흐름이 플러스였지만, 금융부채 상환 등 재무활동 현금 흐름(회색)을 감당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2016년엔 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하면서 투자활동 현금 흐름(주황색)이 1조 4000억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정상적인 기업은 투자활동으로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금이 빠져나가 투자활동현금 흐름은 마이너스(-)로 나타난다./자료출처: HMM 사업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MM의 현금흐름 추이. 영업을 통해 유입된 현금으로 투자활동에 나서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의 자금흐름이다. 파란색이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으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5년간 영업활동현금 흐름이 플러스였지만, 금융부채 상환 등 재무활동 현금 흐름(회색)을 감당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2016년엔 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하면서 투자활동 현금 흐름(주황색)이 1조 4000억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정상적인 기업은 투자활동으로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금이 빠져나가 투자활동현금 흐름은 마이너스(-)로 나타난다./자료출처: HMM 사업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MM은 2019년까지 지난 10년 중 2010년을 제외하고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조 단위대의 고액의 용선료에 비해 운임단가가 낮아 적자가 누적됐다. 이런 영업실적으로 인해 올 상반기까지 자본금 내 이익결손금은 4조 139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20대의 대형선박을 구입하고, 글로벌 해운동맹에 가입하면서 호기를 맞아 지난해 9807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2조 4082억원의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2010년 매출이 8조원을 넘어섰을 때(8조 1242억원)의 영업이익 (5701억원)의 4배를 훌쩍 넘는 이익을 올 상반기에 올렸다.



임금 2014년 정점 찍고 내리막…근속연수 등 경쟁사와 단순비교 힘들지만



HMM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연도별이나 경쟁사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1인당 평균 급여(기준급+시간외수당+기타 제수당)를 비교할 때도 근속연수 등 숙련도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총임금을 종업원수로 나눈 1인당 평균 급여가 정확한 비교 잣대가 될 수는 없지만 참고사항은 된다.

구 현대상선 시절을 포함한 HMM 직원들의 1인당 평균급여(연간)는 2014년을 정점으로 내리막 길을 걸었다.

2012년 7068만원으로 처음 7000만원대를 넘어선 후 2014년 7318만원을 정점으로 2018년까지 6000만원대 후반으로 내려간데 이어 2019년 6104만원, 2020년 6246만원으로 600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자료출처: HMM 사업보고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출처: HMM 사업보고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임금이 높았던 2014년에는 평균근속 연수가 10년을 조금 넘었던 것이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8.78년과 8.72년으로 낮아지면서 임금도 하락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경쟁사 등과 비교해서도 박한 측면이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2014년 평균근속연수 5.24년의 직원 1인당 평균급여가 6112만원에서, 2020년 평균근속연수 7.52년의 1인당 평균급여가 7231만원이다. HMM의 직원들이 근속연수가 1년 이상 긴데 비해 급여는 1000만원 가량 낮다. 장기간의 해상근무 등의 근무환경 등을 감안할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다.

다만 최근 2년을 제외하곤 연속 적자를 기록해 6조 8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나는 동안 임금동결은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또 HMM이 살아나도록 지원하는 동안 한진해운 등은 지원을 받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산은 역할 중요



HMM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환상적인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6조 4132억원에 영업이익 9807억원을 올린데 이어 올 상반기는 매출 5조 3347억원에 영업이익 2조 4082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45%는 IT기업이나 바이오기업 등 고이익 업종에서도 흔히 보기 힘든 이익률이다.

해운업계에선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는 이같은 초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어나를 물건은 넘치는데 배가 부족한데다 환경규제로 인해 LNG선 발주를 과거처럼 대규모로 하기 힘들어 수요보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10년 마통쓰던 HMM 돈 들어오자…분배갈등
이로 인해 글로벌 해운 운임은 지난주까지 16주 연속 상승행진 중이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날 기준 4385.62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8월20일)보다 45.44포인트 올랐다.

대표적으로 HMM의 양대 주력 노선 중 하나인 미주 서안 노선은 1FEU(길이 12m 컨테이너)당 전주(5927달러) 대비 45달러 오른 5949달러로, 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60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미주 동안 노선은 상승 폭이 더 크다. 1FEU당 1만1138달러로 전주 대비 272달러나 올랐다. 1만달러를 넘은 지 5주 만에 1만1000달러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 강행될 경우 한국 해운 산업이 다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물 들어왔을 때 싸우지 말고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마통쓰던 HMM 돈 들어오자…분배갈등
특히 이번 임금협상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실질적 권한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산은이 노사 양측 입장을 감안해 협상타결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 협상은 HMM 경영진과 노조 측이 하지만 그 가이드라인은 산은의 입김이 배제될 수 없는 만큼 산은이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본급을 일시에 25%씩 올릴 경우 경기위축시 인건비 부담이 있을 수 있고, 현재 남은 영구채 등을 감안해 기본급 인상은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줄이는 수준으로 제한적으로 접근하되 성과급을 늘려 10년 가까이 멈췄던 임금을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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