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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젠틀맨 Mr. B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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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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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10조원 짜리 물건을 한방에 살 수 있는 WEB으로도 불린 사나이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2/뉴스1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2/뉴스1
"미스터 B가 누굽니까?"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제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관련 23차 공판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이 이날 증인으로 나온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에게 던진 질문에 그는 "Mr. B는 워런 버핏(Buffett)"이라고 답했다.

미스터B로 불리는 그는 골드만삭스의 이메일 안에서는 우리가 알던 버크셔 해서웨이 대주주인 워런 버핏이라는 이름 외에 WEB(Warren Edward Buffett의 앞 글자만 따서)나 WB라는 약어로도 통한다.

또 다른 문서에는 그를 '젠틀맨(gentleman)'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메일 등 문서에 미스터B의 이니셜조차 넣기 부담스러웠든지, 아니면 비밀유지를 목적으로 그렇게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신사'로 불렸다.



10조원 매물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젠틀맨 'Mr.B or WEB'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게로 가는 길.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하 2015년 당시 직책)→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크리스 콜 골드만삭스 IB부문 회장(현 Ardea Partners LP 회장) →존 S. 와인버그 골드만삭스 부회장(현 Evercore 회장)→워런 버핏 회장/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Ardea Partners, Evercore 홈페이지 캡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게로 가는 길.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하 2015년 당시 직책)→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크리스 콜 골드만삭스 IB부문 회장(현 Ardea Partners LP 회장) →존 S. 와인버그 골드만삭스 부회장(현 Evercore 회장)→워런 버핏 회장/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Ardea Partners, Evercore 홈페이지 캡처.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된 변호인 측 증인신문의 대부분은 이 미스터B(WEB 또는 WB)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날 재판의 핵심내용은 검찰이 공소장에서 언급한 이 부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기소내용에 대한 변호인 측의 반론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워런 버핏에게 삼성생명 지분 49.48%을 팔기 위해 상호 심도있게 논의했고, 2017년까지 팔기로 계획한 것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주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①항의 1, 2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아니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 또는 표시를 사용하여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금한다고 돼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이 법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조문 중 일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조문 중 일부.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과 달리 초기 매각 접촉 과정에서 한차례의 만남 이후 별다른 논의가 없이 무산된 거래여서 굳이 공시하거나 알릴 사안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증인으로 나선 정형진 대표의 비유를 빌리자면 상견례 정도한 것이고 그 이후 진행이 되지 않았는데, 이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것은 청첩장을 돌리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비밀약정을 맺었다는 검찰의 주장과는 엇갈린 증언이다.

당시 삼성생명 지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76%,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19.34%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회장을 포함해 특수관계인 보유 삼성생명 지분은 총 49.48%로 2015년 1분기 기준 장부가액 9조 4858억원 정도였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는 그 액수도 액수거니와 삼성그룹 경영을 위한 핵심 지분이어서 삼성생명 지분 매각은 삼성 그룹에는 최대 현안이기도 했다.

10조원 규모의 대형 매물을 살 수 있는 사람이나 투자자들이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워런 버핏(Mr. B)은 어떻게 만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가 가려진다.

이번 변호인 측 증인신문에서는 삼성생명 매각관련 협상이 논의 초기에 무산됐다는 점을 검찰이 압수한 골드만삭스의 이메일과 문자 등 '증거'를 통해 반론했다. 증인신문에서 나온 내용을 이메일 등을 중심으로 되짚어봤다.



버핏에게로 가는 3개의 징검다리



이 부회장은 2003년부터 미국 아이다호주에 선밸리에서 앨런&컴퍼니 주재로 열리는 전세계 그루들의 모임인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내로라하는 전세계 재계 거물들과 네트워크를 해왔다.

워런 버핏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애플 CEO인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트위터의 잭 도시 등이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고, 이 부회장도 함께 왔다.

이 부회장이 이런 모임 등을 통해 워런 버핏과 인적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쌓았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번 재판에서는 버핏과의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들이 나왔다. 이 부회장이 미스터B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경로를 거처야 했다.

그 첫 창구가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다. 이 부회장은 골드만삭스의 정형진 한국 대표를 통해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의 IB부문 대표인 크리스 콜(Chris Cole)과 연결됐고, 크리스콜은 또 3대째 '골드만삭스 가문'을 지키고 있는 존 S. 와인버그(John S. Weinberg) 부회장으로 이어졌다.

그가 워런 버핏에게로 가는 통로였다. 이재용→정형진→크리스 콜(현 Ardea Partners LP 회장) →존 S. 와인버그(현 Evercore 회장)→워런 버핏으로 이어지는 만남의 고리다.

골드만삭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시드니 와인버그. 존 S. 와인버그는 그의 손자다./사진제공=골드만삭스 홈페이지
골드만삭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시드니 와인버그. 존 S. 와인버그는 그의 손자다./사진제공=골드만삭스 홈페이지

워런 버핏과의 만남의 열쇠인 존 S. 와인버그는 당시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부문 공동 회장이자 골드만삭스 부회장이었다.

그의 조부는 '골드만삭스의 아버지'로 불린 존 시드니 와인버그 회장이었고, 부친은 '골드만삭스의 심장'으로 불린 존 L. 와인버그 회장으로 집안이 3대에 걸쳐 60년간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조부와 부친 때부터 워런 버핏과의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세번째 징검다리인 존 S. 와인버그가 이 부회장을 일명 미스터 B로 불리는 워런 버핏에게로 데려가는 데에는 2014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여가 걸렸다.




이재용과 콜의 단독 회동...삼성이 제시한 3가지 조건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위해 골드만삭스 IB부문 대표인 크리스 콜 회장을 2014년 6월에 단독으로 만난다. 그리고 이 물건(삼성생명 지분 49.48%)을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골드만삭스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적절한 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라 매물에 관심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 후 2015년 2월 12일 삼성 수뇌부와 골드만삭스의 만남이 이뤄진다.

이 회동에는 삼성 측에서 이 부회장과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정현호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이 참석했고, 골드만삭스 측에서는 정 대표와 크리스 콜 회장이 참석했다.

5시간 정도 진행된 회의에서는 매각 방식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야기가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회의 초반에 일찍 자리를 떠났으나, 이 부분에 대해 정형진 대표는 언제 자리를 떴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약 1주일 후인 2월 18일 정형진 대표가 김종중 사장과 이왕익 젼략1팀 전무와 미팅을 했고, 그 후 보낸 골드만삭스 내부 메일에는 골드만삭스 측이 워런 버핏 측과 만난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생명 매각을 위한 첫 접촉인 셈이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인 2월 28일 김종중 사장은 매각 준비에 앞서 버핏 측에 추가로 3가지 정도를 확인하고 싶다고 내용을 골드만삭스에 전했다.

먼저 워런 버핏이 삼성생명에 관심이 있고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두는 게 괜찮다고 했는데 △삼성화재, 카드, 자산운용 지분도 그대로 둔 채 인수하는것도 괜찮은지의 여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할을 고려하면 거래중결까지 1년이 걸리는데 기다릴 수 있는지의 여부 △끝으로 지주회사 설립 후 거래 철회를 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해줄 수 있느냐였다. 이 조건이 성립하지 않으면 거래가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이날 증언에서 '꼭 팔아야 할 매도인 입장에서 무리한 조건으로 보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팔아야 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오히려 딜을 하는 과정에서의 애로 사항으로 "버핏이 워낙 고령이고 구체적인 것을 잘 모르는 분이라서 그런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답했다. 골드만삭스 측은 버핏이 고령이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콜의 선택, 버핏에 전달되지 않은 삼성의 조건들



크리스 콜 당시 골드만삭스 IB부문 회장./사진제공=Ardea Partners LP 홈페이지
크리스 콜 당시 골드만삭스 IB부문 회장./사진제공=Ardea Partners LP 홈페이지

하지만 삼성의 3가지 조건과 관련, 3월1일 크리스 콜 회장은 정형진 대표에게 "지금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워런 버핏에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장 메일을 보낸다. 아직 협상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여러 조건을 달 경우 초반에 딜 자체가 안될 수 있다는 중개인 입장에서의 의견으로 보인다.

이어 "매각 아웃라인이 준비되면 이 부회장이 오마하로 가서 1대1 혹은 2대2로 워런 버핏과 저녁을 하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그 자리는 협상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최고 경영자간에 개인적 신뢰 구축을 위한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미스터B의 오마하 회동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버핏과의 약속 잡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핏과의 회동은 미국 중북부 네브래스카주 동부인 오마하가 아닌 그로부터 4개월여 뒤인 2015년 7월 11일 미국 북서부 아이다호주에 있는 선밸리에서 이뤄졌다.




계속 바뀌는 매매 조건...키맨 와인버그와의 만남



존 S. 와인버그 당시 골드만삭스 부회장. 현 Evercore 회장/사진제공=Evercore 홈페이지
존 S. 와인버그 당시 골드만삭스 부회장. 현 Evercore 회장/사진제공=Evercore 홈페이지

크리스 콜은 2015년 3월 1일 이메일에서 매각 계획을 두달 안(5월내)에 버핏에게 전해야 한다면서 급한 것은 아니지만, 버핏의 나이가 84세라서 오래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의 시급성보다는 워런 버핏이 고령이어서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그 해 4월 7일 이 부회장은 미국 뉴욕으로 가서 크리스 콜 회장과 만난다. 이 부회장이 뉴욕을 방문할 때 콜 IB 부문 회장 외에도 버핏과 직접 끈이 닿는 존 S. 와인버그 부회장을 만날 수 있는지도 문의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4월 7일 뉴욕에서 크리스 콜을 만나 삼성생명 주식 매각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고, 존 와인버그 부회장과도 회동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변호인은 와인버그와의 만남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후 4월 21일 정형진 대표는 콜 회장과 와인버그 부회장에게 삼성생명 매각 관련 스크립터 자료를 보낸다. 이 자료는 와인버그 부회장이 워런 버핏과 미팅을 하기 전에 사전 교육 차원에 보낸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주장이다.

이 메일 내용( 이니셜 브로셔)을 보면 당초 3월에 논의했던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주식의 7년 보유 조건이나 지주전환 전 확정 계약 등의 내용은 빠져 있었다. 아직도 워런 버핏에게 제안할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그 직후 와인버그와 버핏의 만남도 쉽게 이뤄지진 않았다. 4월 30일 정 대표는 크리스 콜에게 삼성의 문의라며, 와인버그가 언제 버핏을 만날 예정인 지를 묻는다.

이에 대해 크리스 콜은 "와인버그가 오마하에 버그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가지만 버핏을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음주나 그 다음주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5월 21일 메일을 보면 5월 하순까지도 와인버그와 버핏이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이 때까지도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버핏에게 전달이 안됐다는 얘기다.

2015년 6월4일 메일 중 3번째 항목이 존 와인버그와 워런버핏과의 미팅 일정이 잡히면 이 부회장에게 알려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6월4일까지도 워런버핏과 접촉하기 전이라는 얘기다. 이날은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지분공시를 한 날이다.

6월 6일 이메일에는 존 와인버그가 월요일에 버핏에게 전화할 계획이라고 돼 있다. 4일자 이메일에서 직접 만날 예정이라는 것에서 전화 통화로 바뀐 것이다. 대를 이어 60년의 인연을 만들어온 존 와인버그조차도 버핏을 직접 만나기는 수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2015년 6월 7일 메일에는 크리스 콜이 존 와인버그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다.

"7월 8일~11일 선밸리 알랜&컴퍼니 컨퍼런스에서 버핏이 이 부회장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고, 7월 3일 메일에는 Mr. B와의 미팅이 몇시에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될 지를 정리해 이를 이 부회장 측에 전달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어렵게 성사된 실제 만남은 7월 11일에 이뤄졌다.



"오전 11시 세션 끝날 때 앞자리로 찾아오라"는 버핏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타고 온 전용기들이 공항 계류장에 대기하고 있다.  2014년 7월 10일 선밸리 공항 모습/사진제공=로이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타고 온 전용기들이 공항 계류장에 대기하고 있다. 2014년 7월 10일 선밸리 공항 모습/사진제공=로이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는 미국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인 '앨런앤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비공개 행사다. 산업과 경제, 문화를 망라한 광범위한 주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행사가 열리는 아이다호주 선밸리의 이름을 따 '선밸리 컨퍼런스'라고도 불린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어 유력 인사간 사교의 장으로 통한다.

7월 3일 골드만삭스 메일에는 7월 11일 선밸리에서의 이 부회장과 버핏 회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나고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를 전달하는 안내문이 들어 있다.

메일엔 "요청하신 바와 같이 어제 'gentleman(젠틀맨: 워런 버핏을 지칭함)'과 관련해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정형진 대표가 이 부회장 사무실로 하드카피를 전달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젠틀맨 측에서 가능하다면 선밸리에서 만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며 "오전 11시 경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토요일 마지막 세션에서 이 부회장이 젠틀맨 본인을 찾아오기를 제안했다"고 돼 있다.

젠틀맨은 자신이 가장 연장자이므로 항상 회의실 앞자리에 앉아있다며, 이 부회장이 찾아오면 젠틀맨의 사무실로 이동해 격식을 차리지 않는 '서로 알아가는 대화'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 써놨다.

특히 이 자리는 최고경영진간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대화의 자리이므로 협상이 진행되는 자리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젠틀맨은 가장 친밀한 형식을 가질 수 있는 일대일 미팅을 선호한다"며, "현재 고려 중인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도 메일에 썼다.

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의 분할이 아무리 빨라도 2016년 4월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잘 인지하고 있고, 2017년 이전에 젠틀맨 혹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삼성생명 사업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매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젠틀맨이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이 거래가 진행된다면 공식적인 보도는 젠틀맨이 이 부회장님에게 먼저 거래를 제안했다는 내용으로 표현되는 것도 잘 인지하고 있고, 비밀유지에 매우 민감해하고 있으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 부회장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젠틀맨은 독점적 협상권(Exclusivity)을 부여받고 거래를 진행하는 것을 매우 선호한다며 이 부회장과 이 세션을 통해 매우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시기를 원한다고 했다.



한번의 상견례로 끝난 젠틀맨 Mr. B와의 만남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제공=뉴시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이날 만남 이후 더 이상 삼성생명 매각과 관련한 만남은 없었고 구체적인 거래조건도 전달되지 않은 채 끝이 났다.

박형진 대표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워런 버핏과 상견례 이후 언제 어떻게 중단됐나"는 이부회장 변호인 측 질문에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가을 무렵 크리스 콜로부터 (중단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딜 과정을 100으로 보면 1, 2 단계도 안나간 상태에서 끝나 애당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상견례 정도 하고 끝난 내용을 시장에 알리게 되면 시장에 혼선을 주는 것 아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그렇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상견례를 했는데 청첩장 돌리는 꼴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보통 발표는 계약 협상을 다하고 이사회 결의할 때쯤 하는 게 보통이라는 게 그의 답이다. 박 대표는 이 딜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미스터리했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이 1년여의 정성을 들여 만난 젠틀맨 미스터 B-워런 버핏과의 만남은 그렇게 뒷맛만 남기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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