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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절대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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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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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국가적 총력 자본투입, 우주정거장...달과 화성까지 가는 기술력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인 중국 SMIC의 베이징 공장(위)과 상하이 공장(아래)의 전경/사진제공=SMIC 홈페이지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인 중국 SMIC의 베이징 공장(위)과 상하이 공장(아래)의 전경/사진제공=SMIC 홈페이지
중국의 반도체 굴기(크게 일어섬)와 중국몽(中國夢)은 무산된 것일까.

미국 내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의 반도체굴기 실패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 이후 중국이 힘쓰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지 않자 나온 얘기다.

중국은 2014년 6월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 건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촉진 강요'를 발표했다. 이어 2015년 5월 반도체 및 전용 설비를 중점 개발하고 핵심메모리칩을 연구해 국가 반도체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 '중국 제조 2025' 전략도 내놨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패권국가로서의 중국의 꿈(중국몽)을 실현하겠다며 차근차근 내놓은 국가 핵심 전략들이다. 2025년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제조를 중국에서 하겠다는 이 전략은 미국이 쥐고 있던 세계의 패권을 중국이 가지겠다는 '섬뜩한' 도발이었다.

이같은 중국몽은 2017년 미국 중심주의를 내걸고 당선된 '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좌절됐다.

미국 국익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이 꿈꾸는 '중국몽'의 앞길을 '반도체 제재'라는 수단으로 가로막은 것이다. 그것도 거의 막무가내식 제재를 통해서다.

낮은 인건비로 생산하는 생필품과 범용 전자제품의 세계공장이었던 중국이 첨단 통신장비와 반도체 생산국이 될 경우 미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해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도록 요구했고, 네덜란드와 일본 등에게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수출하지 말도록 막음으로써 중국몽의 실현을 막았다.

그렇다고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완전히 무산된 것일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매체에서는 중국의 제조2025의 결과가 실망스럽다며 중국 반도체의 꿈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분석은 섣부른 해석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러 측면에서 이른 시일 내에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주거나, 주도권을 빼앗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다.

특히 중국 정부의 수백억달러의 지원과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화성까지 탐사선을 보내는 기술력은 머지 않은 장래에 반도체 시장을 흔들어 놓을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 반도체 기술 경쟁력의 현실과 다가올 미래의 위협 요인 등을 점검해 봤다.



+중국 반도체 실패라는 섣부른 판단



전세게 반도체 매출 상위 10위 중에 중국 기업은 없다. 하지만 머지 않아 중국 기업이 톱10에 이름을 올릴지도 모른다.
전세게 반도체 매출 상위 10위 중에 중국 기업은 없다. 하지만 머지 않아 중국 기업이 톱10에 이름을 올릴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로 돌아갔다며 지난 3년간 6개 프로젝트에 23억달러(약 2조 7600억원)를 투자했지만 단 하나의 칩도 생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언뜻 보면 대규모 투자 실패로 보이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이 정도의 투자는 사실 라인 1개도 짓지 못하는 소규모 R&D 투자 수준이라는 평이다. 3조원을 투자해서 칩 하나도 생산하지 못한 일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일례로 삼성전자 (75,100원 상승500 -0.7%), TSMC, SK하이닉스 (119,000원 보합0 0.0%)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첨단 반도체 공정 1개 라인을 짓는데 드는 비용이 15조원에서 최대 30조원 가량이다. 반도체 라인 1개를 짓는 비용의 10분의 1을 투자해서 제대로 된 칩을 생산할 수는 없다.

3조원도 안되는 돈으로 3년간 6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는 얘기는 산술평균적으로 계산하면 각 프로젝트의 파일럿라인(시험용 테스트라인)에 1년에 약 1500억원 정도 투입한 것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생산하는 1800억원 짜리 극자외선(EUV) 노광기인 NXE3600D. 이 장비는 3~5나노미터의 미세회로 공정을 가능케한다./사진제공=ASML 홈페이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생산하는 1800억원 짜리 극자외선(EUV) 노광기인 NXE3600D. 이 장비는 3~5나노미터의 미세회로 공정을 가능케한다./사진제공=ASML 홈페이지

네덜란드 노광장비업체인 ASML의 첨단 EUV(극자외선) 장비 한대의 가격이 1800억원 정도(주변 시스템까지 합치면 30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장비 한대값도 안되는 돈이 1년에 1개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으로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해말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1년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이 2020년의 710억 달러에서 44.7% 증가한 103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적으로 100조원이 넘는 투자에 비해 중국 정부의 3조원 미만의 투자(정부 지원이 아닌 실제 투자는 더 많았겠지만)가 내놓을 결과물은 뻔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결과가 고비용을 들여 데려온 대만 엔지니어들의 제대로 되지 못한 기업경영과 무모한 투자를 이유로 들지만 이는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는 해석이다. 중국이 반도체를 배우기 위한 수업료가 헛돈이 아닐 것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중국이 정한 반도체굴기의 페이스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일부 지방정부에서의 조그마한 실패 사례로 중국의 반도체 실패를 논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평가했다.


+중국 반도체 투자 어땠길래?


자료출처: 미국 반도체협회(SIA). 2022년 1월 10일
자료출처: 미국 반도체협회(SIA). 2022년 1월 10일

중국은 '2014 국가집적회로산업 발전촉진강요'에 따라 반도체 제조분야에서 2015년 32/28나노 양산, 2020년 16/14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2014년 9월 200억 달러(한화 약 23조 6000억원) 규모의 제1기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자금(일명 빅펀드)을 설립하고, 2019년 10월엔 290억 달러 규모의 제2기 빅펀드를 만들었다. 총 450억달러(한화 약 53조 1000억원)를 반도체에 투입하기로 했다.

WSJ가 실패한 투자금이라고 밝힌 23억달러보다 20배 많은 규모다. 또 지난해 6월 미국 상원에서 반도체 생산증진과 R&D 지원에 5년간 520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미국혁신경쟁법'에서 내놓은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중국은 2015년 밝힌 '중국제조 2025'에서 2020년에 반도체 자급률을 40%,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반도체 제조 투자에 나선 것이다.

2016년 '13차 5개년 국가 과학기술혁신 계획'에서는 14나노 로직 칩 생산과 14~28나노 관련 장비 소재 기술 테스트 패키징으로 구성된 완전한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하이실리콘(설계), SMIC(제조), JCET(테스크, 패키징), NAURA(장비), AMEC(장비) 등의 기업 육성에 나섰다.

또 파운드리업체(반도체 수탁생산)로 2017년 출범한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나 2019년 시작한 취안신집적회로(QXIC) 등은 시작 당시 향후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 제품을 목표로 삼았다.

2019년 SMIC가 성공한 14나노 공정보다 앞선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으로 이 목표에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7나노미터 공정을 위해서는 ASML의 EUV 노광기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미국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내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HSMC와 QXIC의 부실을 정리하고 다시 재출발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며 "대만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이고 대규모 장비 투자를 하던 과거 패턴에서 이제는 28나노 이하 공정으로 실제 샘플이라도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을 우선 구축하는 형태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7년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 자본들이 전세계 반도체 장비업체들에게 '장비 가격의 두배를 쳐줄테니 삼성전자나 TSMC 라인과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넣었었다"고 말했다.

자본은 충분하니 라인만 만들어주면 공정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트럼프 정부가 아칼레스건인 ASML 노광기의 대중국 수출을 막아서면서 이런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당초 2020년 반도체 자급률 40%, 2025년 70%를 목표로 했던 중국은 첨단공정 도입 지연으로 2020년 자급률 15.9%에 그쳐 반도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발목잡은 ASML의 EUV 노광기는 무엇?



ASML 노광기 내부. 진공상태의 내부에서 EUV 빛을 발생시킨다. 보라색 선이 EUV 빛이 이동하는 통로다. /사진제공=ASML 홈페이지
ASML 노광기 내부. 진공상태의 내부에서 EUV 빛을 발생시킨다. 보라색 선이 EUV 빛이 이동하는 통로다. /사진제공=ASML 홈페이지
세상에 아무리 돈이 많이 있어도 안되는 일이 있다.

반도체 첨단 공정의 핵심장비인 극자외선(EUV: Extremely Ultra Violet) 노광기(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원리)의 개발이 그렇다. 10나노미터(nm) 이하의 미세회로 공정에 절대적인 EUV 노광기는 전세계에서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한다.

내로라하는 일본의 캐논이나 니콘도 ArF(불화아르곤) 파장(195나노미터)의 DUV(심자외선: Deep Ultra Violet) 기술에까지는 경쟁했지만 이보다 10분의1 미만인 13.5나노 파장을 다루는 EUV 분야에서는 2000년대 초반 ASML에 무릎을 꿇었다.

ASML의 노광기술의 핵심은 '극자외선 빛을 만드는 일'이다. 극자외선은 가시광선대의 보라색의 바깥쪽에 있는 짧은 파장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다. 반도체의 회로를 얇게 설계하려면 파장이 짧은 빛을 활용해야 하는데 여기에 사용할 극자외선 빛을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극자외선은 공기 중에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태양에서 날아온 빛 속의 극자외선은 지표면에 닿기도 전에 우리 대기 중에 모두 흡수돼 사라진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극자외선을 활용하려면 이 빛을 만들어야 하고 공기 중에 흡수되지 않도록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EUV 장비 내부에 EUV 빛을 만드는 통로에 10의 마이너스 10승(10^-10) 정도로 낮은 기압상태를 유지한다.

완전한 진공상태에서 CO2-N2-He 혼합가스를 압축한 10kW CO2 레이저의 출력을 5단계 증폭해 1만배 강해진 레이저로 공중에 떨어지는 액체 주석에 초당 5만번 정도 빛을 쪼이면 주석이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하면서 짧은 파장의 EUV 빛을 만들어 낸다.

산란되는 이 EUV 빛을 렌즈 대신 여러 다층 거울을 사용해 웨이퍼로 안내해 쪼이기까지의 기술은 '빛을 창조하는 신의 기술'에 가깝다고 할 정도의 정교함을 요한다.
CO2 레이저와 부딪힌 액체 주석이 기화되면서 보라색 밖의 극자외선(실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이 발생해 반사경에 모여 웨이퍼로 조사된다. /사진제공=ASML 홈페이지
CO2 레이저와 부딪힌 액체 주석이 기화되면서 보라색 밖의 극자외선(실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이 발생해 반사경에 모여 웨이퍼로 조사된다. /사진제공=ASML 홈페이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기술을 상용화한 것이 ASML이다. '갑' 위에 있는 '을'로 통하는 ASML 본사 앞에는 이 장비를 받기 위한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줄을 선다. 이 장비는 연간 30~40대 수준 밖에 만들지 못한다. ASML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은 2만개 정도의 길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대부분이 미국과 관련된 곳들이다.

현재 5나노에서 3나노 정도의 노드를 처리할 수 있는 'NXE 3600D'의 대당 가격은 1800억원 내외인데, 내년에 개구율을 높인 EXE 5000은 대당 3500억원, 2024년 4/4분기에 나올 EXE 5200 모델은 5000억~6000억원의 가격이 예상된다.

첨단라인에는 이 EUV 장비가 10대에서 수십대가 들어가야 라인이 가동된다. 이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시장의 경쟁에서 견딜 수 없는 게 현실인데 미국이 중국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선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사경이나 레이저 기술 등 ASML의 EUV 핵심 기술은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것들이 많아 ASML도 미국 정부가 부품 공급 등을 막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대중국 수출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관료들이 자국을 방문한 뒤 ASML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라이선스 갱신을 허가하지 않았다.



+중국의 반도체 시장...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국 반도체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력 확보는 암초를 만났지만, 그렇다고 반도체 업계에서 중국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업계에 중요한 거대 시장이고, 또 중국의 기술력이 우주탐사선을 화성까지 보낼 정도여서 언제든 기회가 있을 때 치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본력과 시장을 갖고 있는데다가 기술력을 어느 정도 갖춰 무시할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우선 반도체 시장면에서 세계반도체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0년 570억달러에서 2020년 1434억 달러로 150% 이상 성장했다.

미국반도체협회(SIA)는 최근 중국이 생산한 반도체 매출은 2015년 130억달러(전세계 3.8%)에 머물렀던 것이 2020년엔 전년 대비 30.6% 성장한 398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9%까지 성장했다고 밝혔다. 2021년엔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2016년 이후 연평균 12%씩 급성장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전체 평균 성장률 6%의 2배를 상회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30%로 성장했다. 전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 시장인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적으로는 한국, 중국, 대만이 2021년 장비 지출 상위 3개 국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중국이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반도체 장비 투자 1위 지역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아짓 마노차(Ajit Manocha) SEMI CEO는 "2021년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2022년의 반도체 장비 매출액을 계속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성장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반도체 전략을 바꿨다



"중국 반도체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대중국 압박을 가속화함에 따라 중국도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7월 발간한 '미중 갈등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4월8일과 6월 24일 중국의 반도체 기업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등재했다. 6월 3일에는 중국의 군 관련 반도체 업체에 대한 금융투자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군산복합체 관련 기업 59개사에 대한 직간접 주식 투자를 금지했는데, 이 가운데 7개 회사가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의 제재 속에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 중장기 목표'에서 혁신주도성장을 위해 5G 기지국, 산업 IoT(사물인터넷), AI 및 데이터센터, 고속철, 전기차 등 신형 인프라 투자를 위해서는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 지원정책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반도체 국산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8나노 이하 기술로 경영기간 15년 이상인 집적회로 생산기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에게는 흑자연도부터 10년간 기업소득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미세회로공정 기술이 다소 처지면 감면 연한을 줄이기는 하지만 기술을 들고 오면 적극적인 세제지원을 하겠다는 얘기다.

중국 소식에 정통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산당은 막대한 자본력과 사람, 언론통제의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압박을 비켜갈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계획을 조용히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겐 적자 몇조원은 별 의미가 없는 숫자다"고 지적했다.

그는 "WSJ의 평가는 중국 공산당을 잘몰라서 하는 얘기다"며 "반도체는 10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봐야 하는데 중국이 본격적으로 반도체에 힘을 쏟은 게 2014년부터로 아직 중국은 알 수 없는 나라로 언제 훅 치고 들어올 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4월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4월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의 중국 제재로 시간을 벌긴 했지만, 영원히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는 이르다는 것. 이미 중국의 기술력은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달과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는 정도다.

실제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양쯔메모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크지만 로앤드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확보했고,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2019년에 14나노 기술까지 확보했다.

전병서 소장은 "28나노 노광장비는 중국이 국산화해 SMIC 베이징 공장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며 "올해 3~4월에 램프업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SMIC와 화홍 반도체는 전세계 파운드리 5, 6위에 이름을 올렸고, 삼환광전은 SiC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다. 미국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20년 5%에서 2021년 8%로 상승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견제하는 동안 중국은 28나노~14나노급까지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갈고 닦을 것"이라며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충분한 경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의 LCD 업체인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초기에 고전을 면치못하다가 LCD 세계 1위의 타이틀을 한국에서 뺏아갔듯이 반도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또 국제정세는 언제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냥 미국의 제재에만 기대 있을 수도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의사결정권이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상황변화에 따라 전략을 짤 수밖에 없지만, 정부와 기업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을 모아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인재 양성과 함께 반도체 지원법에서 세액공제 등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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