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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 3~4배 보상에도 더 달라는 반도체 땅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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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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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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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반도체 패권 전쟁 속 각국 지원...님비(Not In My Backyard)와 탐욕이 앗아갈 당신의 일자리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 시장 담당 집행위원(사진 왼쪽)이 지난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반도체법을 설명하면서 반도체 핵심소재인 300mm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21년 4월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200mm(8인치) 웨이퍼를 들어보이며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역설하고 있다./사진제공=로이터, 뉴시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 시장 담당 집행위원(사진 왼쪽)이 지난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반도체법을 설명하면서 반도체 핵심소재인 300mm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21년 4월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200mm(8인치) 웨이퍼를 들어보이며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역설하고 있다./사진제공=로이터, 뉴시스
이번에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올린 것은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 시장 담당 집행위원이었다.

지난해 4월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0mm(8인치)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올리며 미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역설한 지 10개월만이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지난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반도체법(EU Chips Act)'을 설명하면서 바이든이 든 것보다 더 큰 300mm(12인치) 웨이퍼를 들어올렸다. EU의 반도체 재건 의지가 미국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이다.

이처럼 각국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기업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안타깝다. 삼성전자 (66,500원 ▲600 +0.91%) 평택공장은 송전탑 건설을 놓고 5년간 갈등을 빚었고, SK하이닉스 (106,000원 ▲3,000 +2.91%)는 12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공장이 토지수용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전세계는 뛰고 있는데, 우리만 진흙탕에 빠진 형국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력전 펼치는 유럽과 미국..."반도체가 경제의 기반이다"


EU는 8일 반도체 산업에 최대 450억유로(61조4500억원)를 투자하는 'EU 반도체법'을 제안했다.

기존에 진행 중인 300억유로(41조원) 규모의 공공·민간 투자에 150억유로(20조4500억원)를 추가 투입하는 방식으로 현재 10%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가야할 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난 4일 미국 하원이 미국 내 반도체 연구 및 디자인, 제조에 보조금 등 520억달러(약 62조원)를 투자한다는 '미국 경쟁법안(America COMPETES bill)'을 통과시킨 직후 유럽의 움직임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도체는 글로벌 기술 경쟁의 핵심이자 현대 경제의 기반"이라며 "지금 조처하지 않으면 반도체 시설은 유럽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도 "반도체 없이는 디지털 전환도, 기술분야의 지도력도 발휘할 수 없다"며 "첨단 칩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지정학적 우선 순위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이 앞다퉈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각국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엔 각국 정부의 다양한 유인책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은 50년 토지 무상임대...미국은 수조원 재정지원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전경. 중국 외자유치 사상 최대 규모인 70억 달러가 투입돼 35만 평 부지에 연면적 7만 평 규모로 건설됐다. 최첨단설비로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한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전경. 중국 외자유치 사상 최대 규모인 70억 달러가 투입돼 35만 평 부지에 연면적 7만 평 규모로 건설됐다. 최첨단설비로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한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의 미국 내 제2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건설 예정지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에 첫 10년 동안 공장 부지에 대한 재산세 92.5%를 지원하고, 이후 10년 동안 90%, 추가 10년 동안 85%를 보조금 형태로 돌려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제2공장 투자로 재산세 환급과 용수·전력 등 직간접으로 받는 인센티브는 약 40억 달러(한화로 4조 78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EU는 반도체 기업들이 역내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투자금액의 20~4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본 정부는 '첨단 반도체 공장건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면서 TSMC 신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약 1조엔(한화 약 10조 3500억원) 중 5000억엔(약 5조 175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반도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28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보유한 반도체 기업이 중국 내 투자할 경우 10년 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미 2002년 중국에 진출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우시 공장 건설 당시 토지를 50년간 무상임대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다 법인세 최초 5년간 100% 면제, 이후 5년 간 50% 감면을 받았고, 현지에서의 융자 7억 500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하이닉스 전담 팀을 구성해 정부 인허가와 24시간 통관을 지원하기도 했다.

2014년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 삼성전자는 토지와 세금 혜택은 물론 삼성로 건설과 삼성타운 조성 등 다방면의 지원을 받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부근을 보세구역으로 지정해 수입관세를 면제하고 통관절차를 간소화했으며,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삼성전자 공장을 잇는 4.8㎞ 구간의 연결 도로를 건설해주기도 했다.

시안 공장 설립 신청을 한 후 설립허가증을 받을 때까지 걸린 기간은 88일에 불과했고, 시안 공장이 있는 첨단개발구는 5~6명의 공무원을 전담 투입해 행정 문제를 지원하기도 했다. 도로를 다시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원래 살던 7개 마을 주민 1만여명을 공장 설립 계획 발표 후 불과 두 달 만에 이주시켜 사회주의 정부의 '국가주도 경제'의 무서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내 공장건설은 지역주민 반대에...외국보다 공장 건설 시간 3배 더 길어 경쟁력 약화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각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과는 달리 국내 현실은 첨단 반도체 기업의 수난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장건설에 어려움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

일례로 2015년 15만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진 삼성전자 평택공장 건설 당시 충남 당진시는 삼성전자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북당진변환소 건설 허가를 반려했었다. 전기공급이 안될 경우 반도체 공장 가동이 불가능한데 모든 송전선로를 지중화할 것을 요구하며 건설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안성시도 고압송전탑의 안성시 경유를 반대하면서 2년 6개월이면 완성될 공장은 5년이나 늦어진 7년만에 가동에 들어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가 중국이나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때 2년여면 될 일이 국내에선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3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경쟁력 상실의 요인이 됐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준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어려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9년 2월 정부 발표로 시작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경기도 용인 일대 415만㎡(126만평) 부지에 50개 이상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Fab) 4기 건설 등에 총 12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현재 토지보상 갈등으로 사실상 멈춰섰다.

2019년 사업계획이 확정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까지 토지 보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3월부터 산업단지 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사업확정 후 3년이 지나도록 전체 토지의 10% 중반대만 수용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주민과 용인산업단지 특수목적법인(SPC)이 각각 추천한 감정평가회사로부터 받은 감정평가액에 대해 땅 주인들이 토지를 넘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사업확정 당시인 2019년 용인 원산면의 3.3㎡ 당 공시지가는 평균 20만원 안팎이었다. 통상의 감정평가액은 공시지가의 1.5~2배여서 감정평가액이 40만원 정도로 예상됐으나, 실제 지난해 감정평가액은 60만원 중반대로 3배 가량 나왔다고 한다.



3배 이상 뛴 지가...무리한 요구 반도체 경쟁력 저해 우려


(서울=뉴스1) = SK하이닉스가 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10나노급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할 M16 준공식을 개최했다.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하게 될 M16은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 7000㎡(1만7000여평)의 건축면적에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사진은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2021.2.1/뉴스1
(서울=뉴스1) = SK하이닉스가 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10나노급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할 M16 준공식을 개최했다.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하게 될 M16은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 7000㎡(1만7000여평)의 건축면적에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사진은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2021.2.1/뉴스1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건설 호재로 감정가격이 공시지가의 3배 이상 뛴 셈이다. 용인산단 측은 이 감정평가액에 일부 프리미엄을 더해 3.3㎡ 당 80만원에 조금 못미치게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좀처럼 토지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4배 가까운 이익에도 더 달라는 게 토지주들의 요구다. 일부 주민들은 현재 평당 수백만원 하는 곳을 싼 값에 넘겨달라고 해 매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 지역의 토지 가격이 오른 원인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서부터 벌어진 일이라 SK하이닉스가 여기에 공장을 짓기 않겠다고 하면 땅 값은 20만원이던 그 시점으로 제자리로 갈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공장 건설이 더뎌지면서 SK하이닉스는 이 지역에 공장 건설을 당장 하지 않고 기존 공장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2021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용인에 공장을 세울 수 있는 시점이 미뤄진다면 다른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산업단지 조성과 토지 매입은 특수목적회사(SPC)가 하고 있는데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세계가 반도체 공장 유치를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시점에 자신들의 노력이 아닌 SK하이닉스 공장유치로 인한 지가상승에 편승한 지나친 토지보상 요구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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