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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좌절시킨 '오픈소스 첩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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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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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O]

[편집자주] 첩보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휴민트(HUMINT: 인간 정보), 시긴트(SIGINT: 신호 정보) 뿐만 아니라 오신트(OSINT: 오픈소스 정보)라는 용어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픈소스 정보의 세계는 007 같은 멋진 첩보원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지만 요즘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매우 강력한 정보원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정보의 잠재성에 대해 세계적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1·2월호에 실린 글을 소개합니다.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병사가 러시아 군을 향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병사가 러시아 군을 향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보전의 세계에 분수령이 되었다. 포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 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첩보를 몇 주 동안 계속해서 내보냈다. 러시아군의 움직임부터 러시아가 침공의 명분을 쌓기 위해 조작한 '가짜 도발'에 대한 것까지 폭넓은 정보였다.

이런 '폭로전'은 새로운 전략이었다. 원래 정보기관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보단 숨기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폭로전은 주효했다. 러시아의 거짓말이 자리를 잡기 전에 진실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은 동맹을 결집하고 러시아를 겨냥한 뼈아픈 제재를 신속히 조율할 수 있었다. 첩보의 공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수세로 몰았고, 미국 정보기관이 어느 부처의 누구에게 침투해 들어온 것인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또한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의 거짓말을 핑계로 러시아 편들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첩보의 공개는 시작일 뿐이었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그리고 다른 동맹국 및 협력국들 사이에 첩보 공유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이는 러시아의 거짓말을 반박하는 데 도움이 됐으며 사이버공격으로부터 디지털 시스템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러시아군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리하여 현실이 얼마나 심대하게 변했는지를 드러냈다. 이제 첩보는 정보기관의 독점물이 아니다.

지난해 일반 시민과 민간단체들은 과거엔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러시아의 계획과 움직임을 추적해왔다. 기자들은 상업 위성이 제공하는 사진을 이용해 전황을 보도했다. 전직 정부 관리나 군 장교들은 매일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니터링하고 자신들이 분석한 전쟁에 대한 중장기 예측을 트위터에 올렸다. 몇몇 스탠포드대학교 학생들은 전직 미 육군 오픈소스 영상 분석가 앨리슨 푸치오니(Allison Puccioni)의 지도를 받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인권 유린 사례들을 유엔에 보고해왔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진해서 분석에 참여한 이 학생들은 상업위성의 적외선 및 전자광학 이미지, 틱톡 동영상, 위치추적 등을 이용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발견하고 검증했다. 군사 전문가, 분석가들이 필수적으로 참고하는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는 오픈소스 정보만으로 인터랙티브 전쟁상황도를 만들기까지 했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도 기술 진보 덕분이다. 인터넷, SNS, 인공위성, 자동화된 분석 도구 덕분에 민간인이 첩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배포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신기술이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더 잘 살필 수 있게 만들어주긴 했지만, 신기술이 항상 좋은 결과만 낳은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첩보 체계를 구성하는 18개 정보기관에 신기술은 더욱 빠른 속도로 위협이 되고 있다. 신기술로 인해 분석가가 다뤄야 할 데이터의 양은 급격히 늘고 있다. 게다가 신기술로 인해 민간 기업과 일반 시민들도 정보에 대한 니즈를 새롭게 갖게 됐고 국가이익을 지키는 데 민간이 기여할 수 있는 범위도 커졌다. 또한 타국은 물론이고 미국 정부 소속이 아닌 인물과 조직들도 새로운 첩보 능력을 갖추게 됐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현지시간) 러시아 군과 대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참호에서 병사가 무전기를 조작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현지시간) 러시아 군과 대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참호에서 병사가 무전기를 조작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젠 대통령 뿐만 아니라 기업, 국민도 정보기관의 고객


정보기관이 만족시켜야 하는 고객들도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새로운 고객 중에는 군대를 지휘하지 않는 이들도 있고 비밀취급 인가가 없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정부에서 일하지도 않는 경우도 많다. 오늘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을 내리는 리더 중 상당수는 백악관 상황실이 있는 워싱턴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곳 기업의 이사회 회의실이나 가정집 거실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거대 IT기업들은 자신들의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위협, 그리고 그 시스템을 이용해 남들을 공격하는 사이버위협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미국의 주요 인프라는 대부분 에너지기업 같은 사기업들이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도 시스템을 뒤흔들고 파괴할 수 있는 사이버 위험요소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유권자도 외국 정부가 어떻게 국내선거에 개입하고 유권자들 사이에 반목과 갈등을 일으키는 심리전을 펼치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이버위협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를 위해 동맹국들 및 협력국들과 정보를 더 빨리, 더 정확히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다 다양해진 고객을 위해 미국 정보기관은 과거와는 다른 수준으로 공개정보를 생산하고 외부 세계와 협력하고 있다. 국가안보국(NSA), FBI 등은 미국 선거에 대한 외국의 위협을 주제로 공공 비디오를 제작하고 있다. 2022년 9월, CIA는 '랭글리 파일'이라는 팟캐스트를 개설했는데 CIA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인공위성 영상정보와 기타 지리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국가지리정보국(NGIA)은 '테어라인(Tearline)'이라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는데 외부의 싱크탱크, 대학, 공익단체들과 협력해 기후변화, 러시아군의 움직임,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공개 보고서를 생산한다. 2021년, NSA는 FBI,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안보·기반시설안전청과 공동 보고서를 내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는 주요 사이버위협이 무엇인지,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안전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세 기관은 심지어 중국 정부가 미국과 동맹국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데 악용하는 주요 취약점 20개의 세부사항과 함께 어떻게 사이버보안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요령까지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해외의 정보 파트너들과 공동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렇게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공개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인지는 우크라이나에서 볼 수 있다. 정보공개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전세계에 사전 경고할 수 있었고 서방을 단결시켜 빨리 대응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러시아 정부의 갖가지 시도를 계속해서 좌절시켰다. 최근에는 러시아군 지도부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을 사용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공개하자,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핵무기의 사용이나 사용하겠다는 위협"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그 어떤 제한도 없다"던 시진핑과 푸틴의 친근한 관계에도 결국 제한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을 통해 이뤄진 것이며, 정보기관을 이끄는 사람들 역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시대에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부상하는 신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 전면적인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오픈소스 첩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정보기관 창설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첩보 체계는 뒤처질 것이며 국민들을 새로운 유형의 위협에서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에이미 제거트(Amy Zegart)는 후버연구소 시니어 펠로우이자 스탠포드대학교 프리먼스폴리국제학연구소 시니어 펠로우다. 최근 <스파이, 거짓말, 그리고 알고리즘: 미국 정보의 역사와 미래>를 저술했다.



이 글은 국제시사·문예 버티컬 PADO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 오른 '오픈소스 첩보' 혁명'을 요약한 것입니다.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독자 여러분이 급변하는 세상의 파도에 올라타도록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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