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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때문에 중국 간 삼성의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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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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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3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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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부무 장관과 회담을 갖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2.5.21/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부무 장관과 회담을 갖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2.5.21/뉴스1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하는 날(현지시간 31일)이 다가왔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에게 가드레일(안전장치)로 중국 내 사업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최근 발표한 반도체 지원법 세부 규정에 따르면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우려 대상' 국가로 지정된 중국에서 향후 10년간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72,200원 ▲1,300 +1.83%)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공장을, SK하이닉스 (110,300원 0.00%)는 우시에서 D램 공장을, 다롄에는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 이 공장들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억울한 점은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에 생산라인을 건설하게 된 계기가 미국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중국 진출을 반대했던 삼성전자 '내로남불' 비난 받기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직책 부회장,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 2020년 5월 18일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인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공장을 찾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직책 부회장,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 2020년 5월 18일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인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공장을 찾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저렴한 인건비 등을 이유로 1995년에 쑤저우에 반도체 조립(후공정) 라인을 설립했지만, 이는 칩을 포장하는 작업이어서 기술 유출의 부담이 없고, 건설 비용도 훨씬 적게 드는 공장이었다.

반면 전공정 팹(반도체 칩 제조 공장)은 수조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다 첨단 기술유출 논란이 있어 삼성전자는 중국행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하물며 경쟁사인 하이닉스(2012년 SK에 인수되기 전)가 중국 진출이나 대만과의 합작에 뜻을 비칠 때는 크게 반대의사를 표하며 민감한 반응까지 보였었다.

일례로 2004년경 하이닉스가 자금부족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 힘들어지면서 유럽의 ST마이크로와 합작해 중국에 300mm 라인을 지으려고 했다. 그 해 6월 28일 당시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한 최고경영자(CEO)포럼에서 "중국으로 많은 산업과 공장들이 몰려가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만은 기술을 넘겨주면 안된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또 2008년 대만의 D램 업체인 프로모스에 기술이전을 한다고 하자 당시 한국반도체협회장을 맡고 있던 황 사장은 기술유출 우려가 있다며 대놓고 반대했었다.

하지만 2004년 당시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하이닉스는 20억달러(2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300mm 라인을 지을 돈이 없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조달한 5억달러(현물 포함)와 합작사 ST의 5억달러를 더하고, 거기에 중국 정부의 10억달러 지원이 필요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과 황 사장이 중국 진출의 불가피성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하이닉스의 중국 진출과 대만 협력을 비난하던 삼성이 2011년 11월경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들이 들렸다. 하이닉스가 진출할 때는 반대하더니 결국 자신들과 같은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삼성전자는 왜 갑자기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려 했을까.

당시에는 그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국 내 고객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사상 최악 동일본 대지진...고객사 한국 외 타 지역 공장 다채널 요구


=2017년 3월 11일(현지시간) 동일본대지진 6주년을 맞은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에서 한 여성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당시 규모 9, 최대 진도 7인 지진의 발생으로 18,500여명이 숨졌다  (C) AFP=뉴스1
=2017년 3월 11일(현지시간) 동일본대지진 6주년을 맞은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에서 한 여성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당시 규모 9, 최대 진도 7인 지진의 발생으로 18,500여명이 숨졌다 (C) AFP=뉴스1

2011년은 전세계가 깜짝 놀랄 큰 재난이 있었던 해다.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1900년대 이후 전세계 네번째인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후쿠(東北)에서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고 약 2만명의 사망자와 25조엔(한화 250조원)의 직접 피해액이 발생한 큰 사건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에 놀란 것은 미국 스마트폰이나 PC 등 세트 업체들이었다. 이 기업들은 일본과 한국에서 부품을 조달해왔는데 이 지진으로 부품공급에 차질이 있을까 우려했다. 또 향후 한국에서도 지진이 일어나 삼성전자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걱정했다.

당시 한국 내에서만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던 삼성전자에게 한국 이외의 제조기반을 갖출 것을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백업 공장으로 베트남과 중국, 미국 등 다양한 지역을 고민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소식통은 당시 상황에 대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고객사들로부터 만약 한국에 지진이 나면 어떻게 우리에게 반도체를 공급해줄 수 있는 지 방안을 내놓으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 이전에도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해외 공장 건설을 요구해와도 국내의 정치적 상황과 첨단 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이를 거절했던 상황이었다.

당시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이재용 사장(현 직책 회장)은 중국 생산시설 건설 가능성에 대해 늘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장은 순수한 사업적 판단으로 보면 실리를 따져서 중국에 생산라인을 짓는 게 맞지만, 삼성이 손해를 좀 보더라도 국가를 위해서는 첨단 생산시설은 국내에 지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을 주변에 자주 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런 전략적 판단을 뒤집은 결정적 사건이 전대미문의 동일본 대지진이었고, 그 여파로 고객사들의 요구를 이제는 마냥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선택한 곳이 중국이었다. 중국으로 백업라인 지역을 선택한 이후 최종 공장 부지를 산시성 시안으로 정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향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로 한 후 기술유출 문제는 핵심 쟁점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핵심적인 반도체 설계와 낸드플래시 내에 들어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들은 한국에서 직접하고 단순 제조만을 중국에서 수행함으로써 기술유출 논란을 잠재우는 데 신경을 썼다.




애플은 중국과 손잡고...미국이 스스로 고립 자초 말아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오른쪽)이 27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3.03.27/뉴스1(중국 상무부 갈무리)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오른쪽)이 27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3.03.27/뉴스1(중국 상무부 갈무리)

삼성전자의 중국행은 결국은 미국과 미국 기업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애플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뿐 만아니라 그 후 팀 쿡 CEO 체제에서도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생산시설인 폭스콘(150만명의 종업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유는 싼 인건비에 미국 내에서는 하기 힘든 노동 때문이다. 이는 철저히 애플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조치다. 이 폭스콘에서 생산하는 아이폰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의 상당부분은 삼성전자 시안 공장에서 맡고 있다.

중국보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 내에서의 생산에는 리스크가 있다. 이번 보조금 지급이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족쇄로 작용하는 것에 반도체 기업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반도체 기업의 수율과 가동률 등 영업기밀 사항을 요구하는데 더해 기업의 자유로운 생산을 가로막는 요구사항은 가드레일이 아니라 걸림돌이다.

지난 29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기업설명회에서 "미국 반도체 보조금 신청을 할 지 고민 중"이라고 언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조금이 족쇄로 작용하면서 기업에 부담을 준 결과다. 무리하게 기업을 압박하면 결국 미국의 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사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의 종주국으로 그 중심에 있다고 해도 그것이 완전히 미국 혼자만의 자산은 아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개발된 다양한 원천 기술 가운데는 한국인이나 다른 나라 과학자들의 피땀이 서려 있는 것들이 많다.

일례로 벨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고 강대원 박사가 발명한 모스펫(MOS-FET) 기술은 아직도 거의 모든 반도체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는 1992년 사망할 때까지도 '강대원'이라는 한국이름과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의 성장은 이런 다양한 국가와 국민의 노력과 협력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의 결과는 결코 아니다. 한국이나 대만 반도체 기업들을 힘으로 누른다고 미국이 세계의 리더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반도체 지원법 세부규정에 대한 재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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