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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子 서로 감췄던 '아픈 비밀' 들췄다…LG 상속재판서 흔들린 명예

머니투데이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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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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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LG가(家)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

1999년 8월 구자경 LG 명예회장(왼쪽)과 구본무 LG 회장(오른쪽)이 담소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LG
1999년 8월 구자경 LG 명예회장(왼쪽)과 구본무 LG 회장(오른쪽)이 담소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LG
'돈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재판이다.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LG가(家)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이 진행된 410호 법정.

2차 변론기일에서는 타계한 구자경 LG명예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이 보이고 싶어하지 않았을 모습까지 들춰내는 돈의 매정함을 봤다. 사자의 명예는 돈 앞에서 무너진 듯 보였다.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을 대리하는 원고 측 변호인은 "구자경 명예회장이 2009년 치매로 판단력이 떨어져 제대로 말을 못한 것이 맞냐?"고 이날 증인인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게 물었다.

사실 재계에선 구자경 명예회장이 말년에 치매라는 질병으로 아들인 구본무 회장을 먼저 보내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그 아들(구본무 회장)도 생전에 아버지께 자신이 아픈 것을 알리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자식을 앞세우는 참척(慘慽)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구본무 회장이기에 자신의 부친에게도 같은 단장지애(斷腸之哀:내장이 끊어지는 아픔)의 경험을 하게 할 수 없다는 뜻이 담긴 당부였다. 치매라는 질병이 소문 낼 일은 아니니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는 얘기였다.



고 구자경 명예회장 치매 거론...장자승계 부인에 주력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사장)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사장)
원고 측 대리인은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구 명예회장의 치매 전력을 수십명의 취재진이 있는 법정에서 증인에게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2009년부터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된 것 아니냐는 것에서부터 구체적인 연도를 좁혀가며 장자승계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주력한 듯 보였다.

2009년에 치매가 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하 사장은 "그렇게 크게 오시지 않았다. 2014년에 뵈었을 때도 건강했다"고 말하자, 원고 대리인은 치매로 언제부터 소통이 안됐는지를 재차 물었고 2016~2017년경이라는 답을 끌어냈다.

2019년 구 명예회장이 타계한 후 과거 자녀들에게 상속하고 남은 재산의 대부분을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한 것이 올바른 판단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구본무 회장의 상속 재판에 그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치매 전력을 활용한 것이다.

하 사장은 이에 대해 "구 명예회장이 '구광모가 장차 회장이 돼야 한다. 충분한 지분을 가져야 하고, 내 지분은 장자한테 가야 한다'는 취지로 늘 말했고, 돌아가신 후에 구광모 회장에게 지분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다른 자녀들도 큰 반발 없이 합의했다"며 장자승계에 문제가 없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대리인은 "구본무 회장의 여동생인 구훤미씨가 반대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전체적으로 (구광모 회장에게) 가는 것은 맞는데 아무 것도 못받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발의해서 합의가 원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속분할협의 작성과정에서 구자경 명예회장의 남은 재산 187억 중 일부가 구훤미씨 등에게 돌아갔고, 이는 구본무 회장의 상속재산 분배 과정과 동일한 협의 과정이었다는 입장이다.


"금고 속에 뭐가 있나" 집중 추궁에..."망자 프라이버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


이날 재판에서는 구본무 회장의 사무실 금고를 직계 유족의 동의 없이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하 사장과 함께 개방한 것에 대해서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그 과정에서 고인이 된 구본무 회장의 사적인 소모품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하 사장은 사무실과 곤지암에 있는 2개의 금고는 구 회장의 사적 재산이 아니라 회사재산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참관했고, 구본능 회장(구광모 회장의 친부)이 먼저 열어 보자고 한 것은 망인의 프라이버시한 물건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하 사장에게 프라이버시한 물건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답하도록 요구했고, 하 사장은 망자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것이라 답하기 곤란하다며 "공개된 법정이니 따로 판사님께 말씀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망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일 수 있으니 공개법정에서 증언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기록에 남겨놓겠다"며 "이 자리에서 꼭 답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신문할 수 있는 종류의 기일에 물어보라"고 원고 측 대리인의 질문을 제지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내달 19일에 재차 물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원고 측 대리인은 금고 속에 피상속인의 유언장이나 다른 물건이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고 묻자 하 사장은 "전혀 아니다. 금고를 열고 2~3일 뒤 구본능 회장이 망인의 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구연경 대표 남편)에게 금고를 연 취지 등을 설명했다"고 답했다.

피고 측 대리인은 금고를 개방한 이유와 관련 "형제간에는 이해하지만 사모님이 보기에 거북한 것이 있을 수 있어서 금고를 열어봐야겠다고 구본능 회장이 말했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맞다"고 대답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곤지암 사무실을 '구본무 회장의 별장'이라고 표현한데 대해 하 사장은 "곤지암은 외국 손님들이 오면 모시는 영빈관이며 별장이라는 주장은 피상속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몰래 녹음 같이 한 사위 윤관 대표...구본능 회장에게 금고 연 이유 들어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구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의 역할도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한남동 자택에서 하 사장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할 때 구 대표와 윤 대표, 김영식 여사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녹음을 시작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녹음된 것이 이번에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그 녹음 사실을 알았느냐는 피고 측 대리인의 질문에 하범종 사장은 알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답했다. 몰래 이뤄진 녹음은 하 사장 외에도 구광모 회장과의 대화도 포함돼 있다.

그 녹취록에는 구연경 대표가 "아빠(구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나 김영식 여사가 "구연경 대표가 잘 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하거나 구광모 회장에게 "내가 주식을 확실히 준다고 했다"고 말한 것도 들어 있다.

윤 대표는 또 하 사장이 "유언장은 없고, 유지 메모는 보여줬다"고 할 때도 이름이 거론됐다. 그 외에도 구본능 회장이 하 사장 입회 하에 금고 기술자를 불러 형의 금고를 연 후 "왜 열었고 그 내용물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한 대상도 윤 대표였다. 윤 대표는 현재 한남동 고 구본무 회장의 자택에서 장모인 김영식 여사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상속 과정에서 5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을 상속받은 세모녀의 상속재판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깊이 관여해 있는지도 세간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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