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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넘어 모델입문 전직 부사장, '실버모델계 차승원' 인생2막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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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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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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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0년 늘어난 중년, New Old] <8> 패션모델 곽용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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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선 곽용근씨는 더 이상 70대 노인이 아니었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제스처와 자세가 자동으로 나왔다. 쑥스러움도 없었고 오히려 사진 촬영을 즐기는듯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나이 73세(1939년생), 키 177cm, 전직은 중소기업 부사장, 현직은 광고모델 겸 패션모델 겸 연극배우. 대표작은 지난해 포털사이트 다음의 로드뷰 광고 '소녀의 선물' 편에서 침대에 누워 있던 할아버지. 곽용근씨의 프로필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모델의 길을 걷고 있는 곽씨를 지난달 29일 신문사로 초대했다. 훤칠한 키와 군살 없는 몸매 말고는 여느 70대 할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신문에 게재할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는 순간 곽씨는 달라졌다.

환갑넘어 모델입문 전직 부사장, '실버모델계 차승원' 인생2막 열다
하늘색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흰색 운동화를 신은 곽씨는 더 이상 70대의 점잖은 노인이 아니었다.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제스처와 자세가 자동으로 나왔다. 티셔츠를 벗으니 야성미까지 느껴졌다. 모델답게 사진 촬영을 즐기는듯했다.

웃는 표정을 수십 가지 연출할 수 있다는 곽씨이지만 그의 과거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1967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한 그는 한때 잘 나가기도 했다. 현대종합금속 공장장과 광덕기계공업 부사장을 지내면서 돈도 많이 벌었다. 서울 서초동에 30여억원 짜리 빌딩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철강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다가 부도가 나면서 이 빌딩은 경매에 넘어가버렸고, 그의 인생도 꼬이기 시작했다. 이후 두어 군데 중소업체 부사장도 지냈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마음을 달래려고 혼자서 자주 산을 찾았습니다. 정상에 오를 때마다 자살 충동이 일더군요. 하지만 이때의 경험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곽씨는 1998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환갑을 막 넘기 시작하던 무렵 서초노인복지관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컴퓨터나 배워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곽씨의 눈에 들어온 건 컴퓨터강좌보다 복지관의 모델 교육프로그램이었다. 오디션을 통과한 곽씨는 이때부터 모델 연습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곽씨는 10여년째 다니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워킹, 표정, 제스처, 연기, 패션 등 모델과 배우로서 갖춰야 할 토털 교육을 받았다. 그는 "모델 교육을 받으면서 과거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을 느꼈다"며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퇴직후 모델교육 받으며 '압박감 없는 행복' 느껴
"노인도 멋부리는 시대, 실버패션모델 개척하고파"


곽씨의 모델 데뷔작품은 2004년 교보생명의 노인생명보험통장 광고 포스터였다. 복지관으로 포스터 모델을 구하러 온 광고대행사에 발탁됐던 것이다. 이어 서울예술전문대 학생들이 찍은 단편영화 '감자' 등 영화 두 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만든 독립영화라서 출연료도 거의 없었고, 본 사람도 거의 없었지만 곽씨로서는 영화배우 데뷔작인 셈이다. 그러다 지난해 곽씨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다음의 로드뷰 광고 '소녀의 선물' 편에서 침대에 누워 있던 할아버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광고가 나가면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고, 적잖은 유명세도 탔다.

그러나 곽씨는 광고모델 보다는 패션모델로 불러달라고 했다. "왜 지금은 노인들도 패션을 알아가고 멋을 부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 분야가 미개척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이면 제가 앞서나가고 싶은 거죠." 하지만 곽씨가 지난 3년간 패션모델로 무대에 선 건 5번 정도가 전부이다. 크게 주목을 받은 그런 무대도 아니었다. 그러나 곽씨는 "패션모델을 할 때면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축구선수들이 골 넣고 세레머니를 할 때 굉장히 기뻐보이잖아요. 제가 패션무대에 설 때마다 그런 기분을 느낀다니까요." 그래도 무대가 별로 없다는 게 많이 섭섭한 모양이었다. "요즘 디자이너들이 젊어서 그런지 실버들을 위한 패션에는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데… 이게 제가 패션모델을 하려는 이유이기도 해요. 실버모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 디자이너들도 노인들을 위한 패션 사업에 보다 눈길을 주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는 최근 열심히 트위터를 배우고 있다. 모델 곽용근을 직접 홍보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름도, 모델 이름도 잘 모르는 그에게 패션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새로운 감각을 가지고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자기도 즐겁지만 남이 봤을 때도 즐거운 것. 그게 바로 패션이죠." 그는 "디자이너의 명성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며 "누군가가 만들어준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곽씨는 아직 출연작이 별로 없어 벌이는 많지 않다. 광고모델, 연극무대, 패션모델 등 수입을 합쳐 한해 버는 건 500만원 정도이다. 곽씨는 "은퇴 전에 벌었던 소득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하루하루 젊게 살 수 있는 여유로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패션모델의 길을 걷고 있는 곽씨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까. "인생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곽씨의 앞으로 목표는 대한민국 최고의 실버모델이 되는 것. "차승원이나 소지섭이랑 비교되는 것은 조금 부끄럽고요. 그래도 실버모델 중에선 제가 가장 멋진 모델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곽씨가 아직도 서초노인복지관에 나가 표정연기와 걸음걸이 등을 배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포털사이프 다음 로드뷰 광고 '소녀의 선물' 편에 출연한 곽용근씨.(다음 제공)
지난해 포털사이프 다음 로드뷰 광고 '소녀의 선물' 편에 출연한 곽용근씨.(다음 제공)

<곽용근씨 건강관리, 몸매관리 어떻게하나>
마라톤 수영 등 대회 참가, 목표 정해 운동


모델 곽용근씨의 몸매관리 비결은 실은 건강관리이다.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을 관리하면 자연스럽게 몸매도 유지된다는 것. 곽씨는 이를 위해 지금껏 수영 자전거 마라톤 등산 에어로빅 등 다양한 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곽씨에게는 특별한 비법이 하나 있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처럼 대회에 자주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바다의 날' 마라톤대회에서 10km를 완주했다. 매년 YMCA에서 주최로 열리는 65세 이상 노인 수영대회에서도 1등을 두 번이나 차지했다. 대회를 앞두고 있으면 계획적인 체력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목표를 정해 놓고 계속 도전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삶의 활력소이다. 최근엔 스포츠댄스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율동을 하고 있으면 젊은이가 된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곽씨는 "운동만으로 젊고 행복하고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불안한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선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인생 최악의 순간을 신앙생활로 극복했다"며 "은퇴 한 사람들은 정신적인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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