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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돌보던 68세 할머니, 밭에 나가 '창업 씨앗'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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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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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9.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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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늘어난 중년, New Old] <12> 유기농 카페 창업 준비하는 이동희씨

이동희씨는 68세라는 나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젊어보였다. 20여년전 딸에게 신장을 하나 떼내 주었지만 그는 “신장 2개 가진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고 말했다.

“나중에 90살이 됐을 때 ‘나는 20년 전 젊었을 때 뭐했나’ ‘왜 70대 젊은 나이에 일하지 않고 놀았나’라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움직일 수 있을 때 열심히 살아야죠.” 비결은 바로 ‘나중에 비하면 지금은 항상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고희가 다된 이동희씨(68)의 목표는 아직도 원대하다. 일단 내년 6월까지 유기농 카페를 창업하고 5년 후부터는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유기농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씨의 종착역은 미혼모를 위한 복지사업을 하는 것. 이씨는 “90살이 돼서 20년 전 젊었을 때 일 안하고 논 게 후회되지 않도록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고희가 다된 이동희씨(68)의 목표는 아직도 원대하다. 일단 내년 6월까지 유기농 카페를 창업하고 5년 후부터는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유기농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씨의 종착역은 미혼모를 위한 복지사업을 하는 것. 이씨는 “90살이 돼서 20년 전 젊었을 때 일 안하고 논 게 후회되지 않도록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이씨가 지금 꿈에 부풀어 있는 도전 목표는 유기농 카페 창업. 커피와 함께 고구마, 콩 등 자신이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해 만든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씨가 유기농 카페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2년전부터이다. 이씨는 이를 위해 자신이 사는 일산에서 가까운 파주 심학산 근처에 200여평의 땅을 구입했다. 팥, 자색 고구마, 당근 고무마, 흑땅콩, 고추 등 씨앗을 사다가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일단 직접 지어서 먹어보며 메뉴를 준비하고 있어요. 내가 먹지도 못할 음식 만들면 손님들이 우리 카페를 이용하겠습니까.” 메뉴 개발은 전통음식연구가인 동생 이동순씨(60) 도움을 받고 있다. 이씨는 내년 3월 이 곳에 카페 건축에 착수해 6월에 문을 열 계획이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이씨는 “처음에는 심학산 근처 농사 짓는 분들이 다 내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끔 떡이라도 하나씩 사가서 사근사근 물어보면 농사도 가르쳐주고 가끔은 종자까지 심어보라며 그냥 준다”고 말했다. “괜히 나이 먹고 잘났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배울 게 없어요. 대상이 농부건, 젊은 사람이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으니 좀 가르쳐달라’고 하면 배울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이씨는 또 카페 창업을 위해 창업가들로 붐비는 창업센터에도 등록해 교육을 받고 있다. 작물을 직접 길러 메뉴를 개발하고 카페를 만들어도 사업을 한다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2년동안 이수한 창업교육 과정만 해도 소상공인진흥원 유기농 창업 전문교육, 경기 고양시 소자본창업교육, 이화여대 고령자 창업스쿨 등 세 개나 된다. 지금은 서울 산업통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해 창업실무를 교육 받고 있다. 창업센터에서 작은 사무실 한 칸을 얻어 상권 분석, 비즈니스 노하우, 서비스 마인드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 받는 중이다. “창업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창업하기 좋은 나이는 오히려 60, 70대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젊은이들보다 축적된 경험도 많고 지혜도 많기 때문에 조바심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창업 성공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지 않을까 합니다.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도전할 수 있으니깐요.” 지난 추석 무렵에는 시장조사를 위해 심학산 등산로에서 2시간이나 앉아서 등산객이 얼마나 되나 세기도 했다.

이씨가 살아온 인생은 사실 창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1967년부터 유치원 교사를 하다 1984년부터는 자신의 전공(보육학)을 살려 경기대 경원대 서일대 등 시간강사를 하기도 했다. 왼쪽 귀가 거의 안 들리게 된 것도 이때였다. “방앗간을 하는 사람들이 귀가 나쁘다고 하던데, 장년의 나이에 유치원 교사로 나가는 제자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면서 귀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02년 대학 강의를 그만둔 이씨는 몇 년간 집에서 손자들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다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한 것. “젊은 시절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퇴직 후 인생 2모작, 3모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해왔죠. 급하게 달려온 인생 좀 천천히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자는 취지로 유기농 카페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씨가 준비중인 카페 이름도 ‘완행열차’이다. “인생을 열차에 비유하면 급행열차만 타고 피곤하게 달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사람들이 완행열차를 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카페 이름도 그렇게 붙였죠.”

이씨는 5년 후에는 지역사회를 위한 유기농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초중고 학교와 연계해 봄에는 직접 학생들이 농사를 지으며 된장과 간장을 담그고, 가을에 장이 숙성되면 학교 급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아이들이 우리 농산물을 피부로 느끼고 ‘파는 된장’이 아니라 순수 우리 농산물로 만든 된장의 깊은 맛을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인 거죠.”

5년후면 이씨의 나이 73세. 70대 중반의 나이가 될 터인데도, 이씨의 목표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보육전문가 출신인 이씨의 종착역은 미혼모들을 위한 공익사업이다. “미혼모들이 딱 1년만 애기 데리고 살아보면 절대로 애들을 버리지 못할 겁니다. 미혼모들이 애를 키우면서 재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민간 차원에서 하는 복지시설이 별로 없습니다.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됩니다.” 이씨는 유기농 카페와 지역사회 유기농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경험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미혼모 복지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70살이 다 된 나이에도 이씨가 계속해서 꿈 꾸며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인생이라는 게 30대에 자식 낳고, 40대에 애들 기르고, 60대에 결혼시키고 손자손녀 보잖아요. 정신 없죠. 그런데 70대가 되면 시간도 많아지고 여유가 생깁니다. 이때가 바로 자신이 꿈꿔오던 것을 제대로 한번 연구해보고, 창업을 하거나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은퇴하고 10년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면 그건, 노령화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저령화 시대가 아닌가요.”



60대 넘어 창업 하려면

60대가 넘어 창업에 도전하는 건 사실 쉽지않다. 젊었을 때는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지만 노년 창업은 재기의 기회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동희씨는 “창업준비를 위해 사무실 구하는 것부터 법인 설립신고까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창업지원 과정을 이수했던 이씨는 60, 70대 창업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곳으로 서울시 산업통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장년창업센터를 꼽았다.

지난 8월 개소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장년창업센터는 40대 이상 창업가들을 선발해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끌어주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창업 멘토제’ ‘창업컨설팅’ ‘비즈니스 교류’ ‘마케팅 및 홍보’ ‘성공창업아카데미’ ‘사후관리 지원프로그램’ 등을 통해 장년 창업가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창업 업종 분야별로 멘토를 제공해 밀착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이 곳은 서울에 사는 40대 이상 중 80시간 이상 장년창업센터 창업교육을 이수하거나 하이서울창업스쿨을 수료한 사람에 한해 입주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55세 이상은 3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된다. 입주신청을 할 때는 6개월 안에 창업이 가능한 사업계획서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 한번 입주하면 6개월 동안 전문 창업교육기회와 사업장소, 사무기기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 1년에 2번 모집하며 올해 처음으로 250명의 장년 창업가를 선발했다. 올해 선발된 장년 창업가들 중 최고령자는 76세이다.

입주한 창업가들은 창업에 필요한 공간과 사무·전산 기기부터 창업자금 지원과 교육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이동희씨는 “회의공간부터 전산기기와 촬영실까지 갖춰져서 여기서 나가기 싫을 정도”라고 말했다. 홍정오 장년창업센터 팀장은 “6개월 입주기간을 마치고 창업에 성공한 업체들은 현장에 나간 이후에도 장년창업센터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올해 하반기 입주해있는 창업가들이 창업하게 되면 향후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방문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며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의 장년창업센터 고객지원실 (02)3430-2230

최우영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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