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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병' 앓던 정부는 왜 폭스바겐의 개혁을 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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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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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2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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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독일경제 대해부]'하르츠 개혁 시발점 '폭스바겐 1990년대 위기 '소통'으로 극복

수입차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 국내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1% 증가한 1만8386대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의 내수 판매 증가율이 1.8%에 머문 것을 보면 수입차가 얼마나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는지 알 수 있다.

잘 팔리는 수입차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독일차’라는 점이다. 1∼5월 수입차 판매 1∼4위를 차지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4사다. 수입차 시장에서 이들의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독일 자동차가 국산 자동차를 위협할 수준까지 온 것이다.

양적인 면에서 한국과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그리 격차가 크지 않다. 지난해 한국은 452만5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자동차 생산국 5위를 유지했다. 전세계 자동차 생산대수 9억105대의 5.0%의 비율이었다. 독일은 592만8000대를 생산, 6.6%의 비중으로 4위였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브랜드가치나 부가가치 창출 면에서 독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월등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선호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1위부터 5위까지 BMW와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르쉐 등 독일의 브랜드다. 한국 브랜드는 10위권에 한 곳도 없었다. 중국에서 3000cc를 초과하는 자동차의 경우 독일차 1대당 평균 수입가격은 8만3500달러로 일본산 수입차(3만9000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 1990년대 위기 ‘사회와 소통’으로 극복 = 이런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도 한 때 위기를 겪었다. 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은 1990년대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부상으로 자동차의 판매가 극히 부진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1989년 88만6000대에 달했지만 2001년 54만1000대로 40%가량 감소했다. 판매 둔화에 설비 자동화 바람이 겹치자 고용은 위축돼 이 지역의 실업률은 17%를 웃돌았다. 이는 지역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졌고, 회사에는 다시 수요 감소라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폭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시 당국에 역내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오토비전’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지역 주민들에게 새롭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혁신 캠퍼스(직업훈련기관), 부품업체 지원네트워크, 자원 재활용 및 환경보호센터 등 인프라를 제공하고 자문을 해줌으로써 고용을 확충하고 지역경제를 혁신시키자는 것이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02년까지 160개의 법인이 생겨나 4800개의 일자리를 창출, 실업률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는 곧 폭스바겐의 수요 기반 확충으로 이어졌다. 노조와도 임금 동결,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 이중임금제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 생산성을 확보했다.

◇기업이 국가 개혁 주도 = 이같은 성공 사례는 독일 정부 차원의 개혁에 반영됐다. 독일은 통일 이후 높은 실업률, 과도한 재정적자 등 이른바 ‘독일병’을 앓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슈뢰더 정권은 2002년 폭스바겐의 인사 담당 임원이었던 피터 하르츠를 위원장으로 하는 ‘노동시장 근대화에 관한 위원회(하르츠위원회)’를 설치해 고용제도 개혁(하르츠개혁)에 나섰다. 2005년 개혁이 본격 실행되면서 독일 경제가 부흥에 접어들게 된다.

지난 5월 방한한 페터 하르츠 독일 노동개혁 소장. /사진=이동훈 기자
지난 5월 방한한 페터 하르츠 독일 노동개혁 소장. /사진=이동훈 기자
독일 기업이 위기를 쉽게 털어내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이해당사자간 ‘신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독일 아우디와 포르쉐, 스웨덴 스카니아, 체코 스코다, 스페인 제아트, 영국 롤스로이스, 이탈리아 람보르기니 같이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종업원만 32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폭스바겐의 가장 큰 난제는 역시 노사문제다. 특히 세계 최대 금속노조(IG-Metall)를 상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의 노사는 매우 안정된 관계로 유명하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노사간에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주도한 개혁을 정부에 그대로 대입하는데도 큰 사회적 저항이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로 독일만의 ‘신뢰’가 바탕이 된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은 “프랑스어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의무)’가 있다면 독일에는 ‘프로퍼티 오블리주(소유자의 의무)’라는 말이 있다”며 “사유재산을 보유한 기업이 공공의 의무를 진다는 뜻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기업이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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