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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병자' 독일을 살린 것은 '경제주체간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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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권 기자
  • 박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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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2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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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독일경제 대해부][인터뷰]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운용 사고 바꿔야"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독일 사회가 큰 저항 없이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상호간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경제 주체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조화의 능력이 있는 나라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독일의 개혁과 성장의 비결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1990년대 '독일병'을 치유한 경제개혁인 '아젠다 2010'도 이를 주도한 사회민주당(SPD)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가 있어서 가능했고,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정책은 일관되게 유지하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그에 적응해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한국에서도 독일과 같이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정치, 사회, 경제의 틀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 전 수석은 국내 대표적인 독일 경제 전문가다.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에도 매년 독일에서 일정기간 체류하며 독일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는 3개월간 알렉산더 폰 훔볼트재단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올해도 오는 9월 독일을 찾을 계획이다.

서울 내수동에 있는 김 전 수석의 사무실에서 독일의 개혁 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의견을 들었다.

- 독일에는 자주 다니시나.

▶ 매년 가고 올해도 9월에 다녀올 계획이다. 지난해는 연구하고 싶은 게 있어서 체류 일정을 길게 잡았는데, 올해는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지난 15년을 보면 선진국 가운데 독일이 유일하게 경제구조를 변화시킨 혁신에 성공한 나라가 아닐까 한다. 다른 나라는 그동안 잠자코 있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 우리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혁신을 하고 싶어도 사회적 저항 때문에 못하지 않나.

▶ 독일은 경제주체 상호간 신뢰가 대단한 나라다. 이른바 '사회적 조화능력'이 있는 나라다. 그것이 독일 사회가 큰 저항 없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배경이 아닌가 한다.

- 독일의 신뢰, 조화 능력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나.

▶ 역사적으로 만들어졌다. 독일이라는 나라는 1930년대 공황 때에도 경제 질서 개편에 많은 노력을 한 나라다. 질서정책(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해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범을 만드는 것)이 독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시장'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시장이 유지되려면 질서가 있어야 한다. 독일은 '결과'를 가지고 그것을 억압하는 정책이 아니라 사전 예방정책만 해 왔다. 단편적으로 독일은 단 한번도 물가 통제, 임금 통제를 해본 적 없는 나라다. 요즘 들어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라는 것을 법제화했는데, 예전에는 최저임금제도도 없었다.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시장 원리, 가격 매커니즘을 가장 존중한 나라다.

- 독일도 1990년대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 갑자기 통일을 해서 그 부담이 컸다. 그런 상황에 독일 경제가 침체되니 '독일병'이라고 불렸다. 그때 슈뢰더란 사람이 정권을 내걸고 개혁을 단행해서 오늘날 이렇게 왔다. 하지만 독일이라는 나라는 전통적으로 경제 주체간 신뢰 관계, 사회적 조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했다. 특별히 슈뢰더가 용감해서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보지는 않는다.

독일은 한 번도 한 정당이 단독으로 정권을 세운 적이 없다. 항상 연정을 통해 정권이 구성됐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정책은 유지됐다.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일관성이다. 그래야 경제 주체들이 그에 적응하고 따라갈 수 있다. 그게 아마 2차 대전 이후 독일이 안정적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이 아닌가 한다.

슈뢰더의 2010 아젠다의 핵심은 하르츠 개혁이라 불리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다. 이건 노동계가 수용을 했으니 가능했다.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사회민주당(SPD)이라는 정당은 근로자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하기 때문에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만약 우파인 기독교 민주당(CDU)이 개혁을 주도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 한국도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로 독일과 같은 강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그렇더라도 남의 나라 시스템을 금방 모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한국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보면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경제 운영의 틀을 바꾼 게 없다. 한국식 경제 운영이 한계에 봉착했다. 요즘 말하는 '창조경제'도 새로운 발상, 창조적 파괴가 선행돼야 한다. 옛날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창조'를 할 수 없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 한국에서도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 당시 독일의 노동시장유연화 개혁의 본질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동서독 통일로 독일에 실업자가 많은데 실업수당을 받는 게 일하는 것보다 편하니까 직업을 가지려 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그러니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노동수당을 줄여버린 것이다. 그게 개혁의 본질이다. 일자리를 안 찾는 사람한테 노동수당 확 줄이니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실업수당 때문에 일을 안하는 사람이 없다.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사람이 많지.

그게 참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사회, 문화, 역사적 여건이 다른 나라의 것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가져올 수는 없다. 우리의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는 게 먼저다.

- 개혁에는 정치적인 리더십도 중요하다.

▶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다. 독일은 그것이 철저하다. 일부 지성인이 비판도 하지만, 독일 국민 절대 다수는 정부를 신뢰한다. 메르켈 총리가 10년째 집권하고 있는데도 지지도가 77%나 된다. 국민이 정부를 첫째로 믿어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리더십이 나온다.

- 우리나라가 성공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게 조언을 한다면.

▶ 기본 틀 바꾸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해 온 경제 운용 사고를 바꾸지 않고는 안된다. 지난 대선에서 내가 달리 경제민주화 하자고 강력하게 이야기한 게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도 자본주의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운 것을 하라고 정치가가 있는 것 아닌가.

- 지난 1분기 일본 경제가 전분기 대비 1.0% 성장한 것으로 나왔다. 한국의 성장률 0.8%를 뛰어넘는 것이다. 독일의 경제개혁처럼 '아베노믹스'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 일본 경제가 좋아 보이는 것은 일시적인 환율 효과 때문이다. 일본의 구조개혁이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 엔화가치가 크게 떨어졌는데 이건 미국이 관대하게 이해를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중국이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는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엔저 정책을 묵인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경제 상황에 따라 일본의 환율 정책 문제가 언제든 부각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달러로 미국 제조업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의 미국 경제는 '닷컴 버블' 직전인 1999년의 상황을 보는 것 같다. 미국의 경제 여건 때문에 일본에 대한 환율 압박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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