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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미대 진학·서른 넘어 창업 "시작만 한다면 늦은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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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선 기자
  • 2019.01.25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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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더 20인 인터뷰]박중열 제리백 대표 인터뷰…"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결정, 지금보다 더 존중받아야"

[편집자주]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100년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역사적 변곡점마다 젊은 리더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이 나라의 운명을 바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머니투데이가 우리 사회 각 분야 ‘영 리더’(Young Leader) 20인을 선정, 이들이 얘기하는 미래 대한민국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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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백 박중열 대표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남들과 달리 군 제대 후 미대에 진학하면서 뒤늦게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핀란드 유학을 결정했던 시기나 지금의 창업을 결심한 시기 역시 서른 중반을 넘어섰죠. 지금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비록 늦더라도 시작만 한다면, 결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박중열 제리백 대표)

박중열 제리백 대표(40)는 가방이 하나 팔릴 때마다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에게 가방을 하나씩 기부하는 가방 브랜드 '제리백'을 운영한다. 제리백은 10㎏이 넘는 무거운 플라스틱 물통 '제리캔'을 들고 위험한 비포장도로를 하루 다섯 번씩 왕복하는 아이들을 위해 '물통 가방'을 만들고 있다.

박 대표는 석사 논문 준비를 위해 2012년 아프리카 우간다를 방문했다. 당시 우간다의 도심은 한국의 1990년대처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주변 지역은 낙후돼 있었다. 박 대표는 "관개시설이 부족하다보니, 물 운반의 불편과 위험은 여성과 아동들에게 집중됐다"며 "약자인 그들의 노동력을 당연시 여기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지금까지 약 3700개 가방을 우간다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4월 실시한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목표금액의 1300%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판매하는 가방가격의 10% 정도가 우간다 아이들을 위한 가방 재료비와 가방을 만드는 우간다 여성의 인건비로 쓰인다. 우간다 여성이 고용된 우간다 스튜디오의 운영비는 회사가 부담한다. 소비자와 회사가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제리백 박중열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제리백 박중열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홍익대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박 대표는 사업 초창기를 떠올리며 "제품 디자인만 한 사람이라 비즈니스 마인드가 전혀 없었다"고 고백했다. 좋은 제품을 지역 사람들과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는 "곧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결국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의 관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 판매를 넘어 소비자들과 함께 우간다를 방문해 물통 나르기 체험을 하는 등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

가방을 만드는 우간다 여성들의 기술도 제리백의 지원을 받아 날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점차 경험을 통해 기술을 익혀 쿠션, 어깨끈 등을 추가하며 질을 높이고 있다"며 "계속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방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제리백을 운영하며 얻은 그의 경험은 사회적기업을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그는 "스토리만의 차별점으로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갖는 제품의 차별화를 이끌어내 혜택(베네핏)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박 대표는 최근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해외 크라우드 펀딩 중 가장 유명한 킥스타터(Kick Starter)를 통해 전세계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그는 "누가 봐도 좋은 디자인, 훌륭한 퀄리티를 가진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간다 아이들을 위한 '튼튼하고 안정적인 가방'을 만드는 박 대표. 그가 이끄는 '제리백'과 그가 생각하는 '영 리더'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어봤다.

가방이 하나 팔릴 때마다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제리백 가방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가방이 하나 팔릴 때마다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제리백 가방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현재 제리백의 우간다 스튜디오는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사람들이 일하나.
▶현재는 우간다 현지인으로만 '우간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 한국인 직원을 우간다로 보냈는데, 현지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포감을 느껴 3달 만에 돌아왔다. 한국인은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더라. 또 인건비도 비싼 편이다. 시차가 6시간 정도 차이 나서 카카오톡으로 소통한다. 우간다는 한국시간 오후 3시면 일을 시작한다.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메신저에 남겨두고, 그때그때 확인하는 식이다.

-우간다는 어떤 곳인가.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많다. 미지의 세계다 보니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것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 병, 전쟁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우간다는 중국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오면서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도심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도심과 도심이 아닌 곳의 차이는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기회를 찾아 도심으로 오면서 농촌과의 간극이 더 커지는 것이다. 결국 농촌에 남은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위험이 집중되고 있다. 제리백은 이들에게 주목했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게 있나.
▶지인들이 나에게 우스갯소리로 이 사업을 하면서 '더러워졌다'고 표현했다(웃음). 처음에는 '고고한 가치'를 말하다가, 요즘에는 '기업 마인드'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적기업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전문성과 차별화는 필수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꾸준히 기획해야 하고, 우리가 하는 활동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제리백 가방 제품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제리백 가방 제품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영리더만의 특징이 있다면.
▶영리더의 조건은 나이가 어린 리더만이 아닌 젊은 감각과 생각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에서 가치관이 자라온 사람들이라는 감성적인 공감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르게 실행하는 실행력에 있다. 완벽한 준비보다 과정 중에 빠르게 결정하고,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경험하고 극복하는 능력이 젊은 리더의 특징이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많다. 영리더로서 한국 사회에서 느낀 점은.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너무 예민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지만, 나이에 맞는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감에 대한 의무가 커 자신이 그러한 역할에서 벗어나 있다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나이 드는 것이 당연하고 자신감이 아닌, 책임감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듯한 억압이 있다.

-평소에 생각하는 영리더 대표주자를 꼽는다면.
▶지금 시대의 대표적인 영리더는 방탄소년단(BTS)이라고 생각한다.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의 영역을 위해 오랜 시간 실력을 키워온 장인정신의 본보기다.

-영리더로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강력한 주변의 힘에 의한 수동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험이 많았다. 일반인 역시 그러한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결정!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결정들이 지금보다 더 존중받았으면 한다.

-'리더의 조건'은 무엇인가
▶리더는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러한 답을 위한 다양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30년 후를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3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일을 했으면 한다. 그때는 다양한 글로벌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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