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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안 팔려도…'착한 장수기업' 코닝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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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이상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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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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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1-<12>기업이 변한다…데이비드 모스 코닝 부사장(CTO) 인터뷰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에디슨 전구'부터 '고릴라 글래스'까지
-"지속가능 발전·기업 의무" 기술혁신·공헌 거듭
-ESG 최고 등급·6년 연속 美 환경청 에너지 스타
-사회에 필요한 기술, 일단 개발하라
-중금속 없는 LCD 기판 유리 '이글 XG' 최초 개발
-미세먼지 잡는 야외 공청기 2024년 상용화 목표

코닝 글로벌 본사의 데이비드 모스 부사장 겸 CTO(최고기술책임자)
코닝 글로벌 본사의 데이비드 모스 부사장 겸 CTO(최고기술책임자)


"'어떻게 하는가'가 '무엇을 이루는가'만큼 중요하다.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선 기술 혁신뿐 아니라 일상의 실천도 필요하다. '지속가능발전'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가 170년 동안 실제 일해온 방식이다."

글로벌 소재기업 코닝(Corning) 본사의 데이비드 모스 부사장 겸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밝힌 회사의 경영 철학이다.

미국 뉴욕주 서부 코닝시에 본사를 둔 코닝은 2018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AA등급을 받았다.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1851년 설립 이후 약 170년간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해온 '장수기업' 코닝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DNA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본사에 '지속가능성 담당 이사’를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다.

모스 부사장은 지난 연말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사업을 운영하는 주변 환경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건 기업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했다.


"필요한 기술은 언젠가 쓰인다"


토마스 에디슨의 전구를 생산한 코닝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과 유리세라믹 등을 개발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지금은 강화유리와 광섬유, 필터, 제약 등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14억달러(약 13조원), 전세계 종업원은 약 5만명에 달한다. 세계 168곳에 제조, 연구, 판매 거점을 두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TV에 들어가는 기판유리도 코닝의 주력 제품 가운데 하나다. 과거 LCD TV용 기판유리엔 모두 중금속이 들어있었다. 제품이 버려질 때 물과 토지, 대기 등 환경 오염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코닝은 자신들의 제품이 환경과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코닝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2006년 업계 최초로 중금속 첨가물이 없는 LCD 기판유리인 '이글 XG'를 개발한 이유다. 덕분에 생산, 사용, 폐기 과정에서 중금속 오염이 없는 LCD TV가 탄생할 수 있었다.

모스 부사장은 "예전엔 기판유리 속의 기포 발생을 막기 위해 반드시 중금속이 들어가야만 했다"며 "코닝이 이글 XG를 내놓기 전까지 업계에선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기판유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기업이 없었다"고 했다.

코닝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자신들이 보유한 필터 기술을 이용, 야외 공기청정기를 개발 중이다. 벌집 모양의 세라믹 필터들을 쌓아올려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공기정화시스템'(Air Treatment System)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실내 공기청정기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미세먼지를 걸러낸 뒤 깨끗한 공기만 내보내는 장치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맞춰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중국 상하이와 프랑스 파리에서 시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10m 높이로 설치할 경우 매일 360만㎥의 공기에서 95%의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코닝의 이 기술은 2018년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도심의 미세먼지 농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선정돼 '호라이즌 2020 청정대기소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모스 부사장은 "폐암과 천식,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미세먼지는 전세계에서 매년 380만명의 조기사망 원인이 된다"며 "야외 공기정화시스템 개발은 청정대기 등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코닝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라고 했다.

기대가 되지만 걱정도 들었다. 실내가 아닌 야외의 공기를 정화하려면 엄청난 양의 필터와 전력이 필요할 터. 과연 누가 그 정도 규모의 설치·운영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까. 그러나 모스 부사장의 대답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기술은 일단 개발해두면 언젠가 사용할 곳이 생긴다. 스마트폰용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래스'가 대표적이다. 우리가 처음 '고릴라 글래스'를 개발했을 땐 적용할 곳이 없었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온 뒤에야 비로소 상용화할 수 있었다. 기술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당장 쓸 곳이 없어도 결국 필요하게 될 기술은 개발해둬야 한다. 우리에겐 인내심이 있다."

코닝 글로벌 본사의 데이비드 모스 부사장 겸 CTO(최고기술책임자)
코닝 글로벌 본사의 데이비드 모스 부사장 겸 CTO(최고기술책임자)


빗물 받아뒀다 쓰는 친환경 공장


코닝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써야 한다고 믿는다.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코닝은 인도 등 세계 곳곳의 공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추고 자체 생산한 태양광 전기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

미국에선 노스캐롤라이나주 코네토의 태양광 발전 시설과 25년 장기 전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현재 코닝의 켄터키 공장이 사용하는 전체 전력과 맞먹는 전기를 이 태양광 발전소에서 끌어오고 있다.

2010년부터는 냉방비 절감을 위해 매년 여름 코닝 본사 건물 전체에 더 많은 물을 순환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조 공정을 개선하고 조명도 LED(발광다이오드)로 일괄 교체했다. 모스 부사장은 "앞으로도 태양광을 비롯해 친환경적인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더욱 늘리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했다.

수자원 절약도 코닝이 집중하는 분야다. 코닝은 '글로벌 에너지 관리'(GEM)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2억3470만리터에 달하는 물을 절감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공장에서 우기에 빗물을 받아뒀다가 건기에 공장 가동에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본사 GEM팀 주도 아래 각 사업장의 배관망도 일제히 개선했다. 이를 통해 매년 여름 용수 사용량을 50% 이상 줄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코닝은 2014년 이후 매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에너지스타'(ENERGY STAR) 파트너'로 선정됐다. 모스 부사장은 "GEM 프로그램을 통해 전사적인 에너지 효율이 35%가량 개선됐다"며 "이를 통해 절감한 에너지 비용만 지금까지 5억달러(약 58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지역사회 공헌도 코닝의 지속가능발전 경영에서 중요한 한축을 이룬다. 코닝이 본사 인근에서 비영리로 운영 중인 유리박물관이 대표적이다.

1951년 코닝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에 헌정한 유리박물관은 뉴욕주 서부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매년 수백만명이 이 곳을 방문해 전세계에서 모은 유리 공예품 등을 감상하고 각종 체험을 즐긴다. 현재 유리박물관은 코닝시의 관광 뿐 아니라 문화, 컨퍼런스 등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전시관 확장에 들어간 6400만달러(약 750억원)도 모두 코닝이 부담했다.

모스 부사장은 "코닝의 가치는 환경과 사회를 위한 의지를 단순히 선언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데 있다"며 "코닝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노력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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