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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밀레 '100년 기업' 비결은…"지속가능성은 우리의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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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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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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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15>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 인터뷰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Markus Miele) 공동회장/사진제공=밀레코리아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Markus Miele) 공동회장/사진제공=밀레코리아
'가전업계의 벤츠', '독일 프리미엄 가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밀레(Miele)는 독특한 회사다. '1901년 세계 최초로 원목 세탁기를 만든 업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가 하면 1899년 설립 이래 '4대째 순수 가족경영'(Family Business) 체제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특히 밀레의 철저한 가족경영은 승계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잦은 한국 기업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Markus Miele) 공동회장은 "120년간 밀레를 이끌어온 가치는 품질과 청렴, 사람, 환경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말한다.

머니투데이는 최근 밀레 공동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100년 기업' 밀레의 지배구조와 지속가능경영,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120년간 경영권 분쟁 없는 비결은


"우리는 함께 일할 수 있을 뿐, 서로 대결하지 않는다."

밀레 공동회장은 밀레의 경영원칙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대규모 투자나 M&A(인수·합병) 등 주요 경영사항의 경우 상호 합의에 의한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밀레는 공동 창업자인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이 번갈아 가는 가족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분은 밀레가(家) 51%, 진칸가 49%로 구성됐다.

공동경영 121년째이지만 단 한 번도 경영권 다툼이 없었다고 한다. 밀레 가문 지분이 더 많다고 경영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밀레·진칸가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권을 승계받는 것은 아니다. 양 가문에서 수십여 명이 치열한 경합을 거쳐 최종 후보에 오르면 수년간 다른 기업에서 실무를 쌓고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밀레 공동회장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헬라에서, 진칸 공동회장은 BMW에서 경영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았다. 밀레와 진칸 공동회장은 '후손이라도 경영능력까지 세습할 수 없다. 피보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밀레 공동회장은 "대표적인 갈등 분야와 관련해 여러 기발하고 정밀한 규칙을 세웠다"며 "이를 회사 지분의 양도, 이익의 분배 등에 적용해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행동은 우리의 근간"


獨 밀레 '100년 기업' 비결은…"지속가능성은 우리의 근간"
밀레 공동회장은 밀레가 가족기업이어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CSR 등에 일찍부터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제가 글로벌 기업의 경영 화두가 되기 이전부터 고민해 온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단순하게 제품만 보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도덕성까지 구매 요소로 고려할 정도로 눈높이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그래서 밀레는 제품만큼이나 노동과 환경, 공정거래 등의 문제를 중요시한다.

실제 밀레는 2004년부터 'UN 글로벌 콤팩트'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00년 발족된 UN 산하 전문기구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의 분야에서 기업이 지켜야할 10대 원칙 준수를 목표로 한다.

글로벌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전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제품 수명을 최소 20년으로 설정하고 제품도 개발한다. 각 사업장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CO2(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매년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밀레 공동회장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가전 산업 분야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Sustainable company)이 되는 것"이라면서 "전사 차원의 지속가능한 행동은 장기적인 기업 성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반인 동시에 우리의 근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909년 세계 최초로 회사 건강 보험제도 설립


밀레의 노사관계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09년 세계 최초로 회사 건강 보험제도를 설립한 데 이어 1929년부터 회사 연금도 지급하고 있다.

밀레 본사가 있는 베를린 서북부 지역인 귀테슬로에는 3대가 함께 밀레에서 일하는 '밀레리안'(Mieleian)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밀레에서는 '25년 이상 근무하지 않았으면 여기 직원이라고 말하지 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밀레는 30년 전 '밀레재단'을 설립하고 본사가 위치한 귀테슬로 지역의 공공복지 증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사회가 없으면 밀레도 없다'는 경영진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현지 5~17세 사이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으로 휴일 돌봄학교와 '귀테슬로 소년 합창단'은 밀레 임직원 자녀 외에도 지역 주민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2014년부터는 아동학대예방협회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와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밀레 공동회장은 "수십년 동안 광범위한 사회 활동과 사회 참여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보고 있다"며 "주로 교육 정책과 관련하여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레가 인건비 부담에도 공장 대부분을 독일에 둔 것은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때문이다. 제품에 들어가는 절반 이상을 독일 밀레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전 세계에서 15개 제조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전은 독일에서 만들어진다. 독일 본사가 직접 생산을 관리하고 품질을 보증해야 한다는 일종의 장인 정신이자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 받아 2017년에는 현지 지속가능성 평가(Sustainability Image Score)에서 내로라하는 독일 기업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밀레 공동회장은 "밀레의 설립자들은 직원들을 돌보고 지역 사람들을 배려해 왔다"며 "120년 전 창립 당시 모토인 'Immer Besser(이머 베서·항상 더 나은)'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는 어떤 회사


밀레는 121년 전 친구 사이였던 칼 밀레(Karl Miele)와 라인하르트 진칸(Reinhard Zinkann)이 공동 창업한 독일 프리미엄 가전 업체다. 1901년 세계 최초로 참나무통 세탁기를 만들면서 가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밀레에서는 한 세기 동안 파업이나 노사갈등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전 세계 약 2만500명의 임직원에게 안정적인 인력정책과 복지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밀레 직원들의 절반 이상은 20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다.

끈끈한 노사관계는 밀레의 최고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글로벌 전자 업계에서 SA8000(사회책임경영) 인증을 받은 업체는 밀레가 유일하다. 이 인증은 직원들의 기본권인 노조 활동 보장과 복지, 사업장 안전 등을 까다롭게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밀레는 한국(밀레코리아)을 비롯해 100개국에서 가전 사업을 하고 있다. 2018년에는 국내 로봇공학 기업인 유진로봇에 4000만 유로(약 52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밀레 창업자인 칼 밀레(Karl Miele, 사진 왼쪽)와 라인하르트 진칸(Reinhard Zinkann)/사진=밀레 홈페이지
밀레 창업자인 칼 밀레(Karl Miele, 사진 왼쪽)와 라인하르트 진칸(Reinhard Zinkann)/사진=밀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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