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이미지관리]나는 이런 사람이오

쌩떽쥐뻬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모자 그림은 사실 코끼리를 삼킨 구렁이를 표현한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우는 "가장 소중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을 믿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안다. 보여지는 것에만 현혹되어 상처받는 일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란 보이지 않는 마음보다 겉으로 표현되는 것들에 더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마음이 우선 중요함은 당연하지만 그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현대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상대가 보내는 신호들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는 물론 그 사람 자체까지 읽어내려 한다. 신호란 표현의 결과이기 때문에, 나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에 따라 인간관계의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자기 표현’이 훨씬 중요시되고 있다.

자기표현이란 타인에게 자기가 어떻게 전달되고 인식되는지를 관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전달하거나 주장하고 싶은지 알리는 일이다. 서양에서는 ‘주장훈련(Assertiveness Training)’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주장하다’란 개념이 상대방의 감정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사상과 입장을 계속해서 강력하게 고집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그래서 이상적인 주장행동은 자기를 내세우되 상대방의 인격과 권리를 동시에 존중해주는 행동이므로 일종의 ‘공감적 주장(Empathic Assertion)’이어야 한다고 심리학자들은 강조한다. 주장에 대한 이러한 오해와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주장훈련’이라는 용어 대신 ‘자기표현 훈련’이라고 고쳐서 사용하고 있다.

나도 대학원에서 공부할 당시 자기 표현 훈련을 받았는데 요구하기, 요청하기, 충고하기, 설득하기는 물론, 도움 청하기까지 그 범위는 사실 인간관계의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

자기표현이란 그저 단순한 의미의 ‘솔직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명절 때 식구들과 화투나 쉬운 카드를 칠 때가 있는데 나는 항상 지고 잃는다. 다들 내가 뭘 모으는지, 어떤 패를 기다리는지 다 안다. 이유인즉 내 얼굴에 다 써있다는 것이다. 자기의 심신 상태나 원하는 바와 다르게 표현해야 오히려 더 좋은 경우들도 있는데 나는 그걸 잘 못하는 것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말이 있다.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으로 공격한다는 뜻이다. '성동격서'의 전술은 내가 공격하려는 목표가 서쪽이면 동쪽에서 소리를 질러 적이 동쪽으로 모여들 때 비어있는 서쪽을 향해 기습 공격해 공격의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이 역시 훌륭한 자기 표현 방법중 하나이다.

자기 표현에 서툴면 서툴수록 권리 주장도 못 할 뿐더러 의무 이행도 하기 어렵다. 사람들의 성향과 요구가 말 그대로 십인 십색인지라 뜻하지 않는 오해도 많은 세상이기에, 나의 생각과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표현해주지 않으면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당하기 쉽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기표현에 능숙한 이는 거의 없다. 능숙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보다 적극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생활방식을 조금 일찍 시작했거나, 늘 남 모르게 노력하고 있는 경우다.

또 보통 사람들은 너무 강한 표현과 지나치게 소극적인 표현 사이에서 균형을 못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 표현은 부드러우면서도 뜻은 정확한 ‘자기표현’을 낯설어한다. 익숙한 표현들을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오~’를 수시로,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서로의 오해를 줄이고 진행을 매끄럽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능력이 중요하지, 이미지는 무슨…’ 하는 말을 흔히 접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지에 의해 상당한 부분이 결정되는 지금 시대에서는 자신을 제대로 전달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 역시 능력에 포함된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그것의 표현은 더 이상 별개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