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의 공화국

재화의 매점매석에 따른 치부와 부당한 부동산 획득과 상속은 죄악이다. 허생전(許生傳)은 연암 박지원의 열화일기 옥갑야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허생은 돈을 벌어오라는 부인 성화에 못 이겨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허생은 한양갑부 변씨에게 꾼 돈 만 냥으로 안성에서 과일을 매점해 열배의 이익을 남겼다.


다시 제주도의 말총을 매입해 또 열배를 남겼다. 그 돈으로 변산의 도둑떼 2000명을 회유해 섬으로 데려가 농사를 짓게 했다.

일본에 흉년이 들자 농작물을 팔아 100만냥을 벌었다. 큰 돈으로 많은 사람을 구제하고도 남자 허생은 이 돈을 도성으로 갖고 가서 변씨에게 갚았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허생의 기행은 문학적으로는 사랑받을지 모르나 그는 기실 매점매석, 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하도 민중의 가난한 삶이 고단하다보니 경제계의 홍길동쯤으로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투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죄악이고 범법일 뿐이다.
　
전염병일 듯 부동산 투기 창궐, 너나없이 돈 독 올라　
"좋은 땅 있습니다. 떼돈 버는 투자 안내입니다." 한국의 성인이면 이런 전화 한 두 번쯤 안받아 본 사람 드물게다. 극성스런 '기획부동산업자'들의 전화 유혹이다. 최근 기획부동산의 대부라고 알려진 S그룹의 K회장이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개발 계획을 부풀려 평범한 임야를 5~6배씩 팔아먹은 혐의다.
　
그는 120~150명의 텔레마케터를 두고 무작위 전화통화로 투자자를 유혹했다. 업계에서 K회장은 1조원을 벌었다는 말도 돌았다. 그는 과거 여권유력정치인의 아호를 딴 H재단을 세워 청소년 장학·후원사업을 벌이는 등 자선사업가로 행세해 왔다. 당연히 사기 친 S그룹의 K회장과 일당은 나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넘어간 이들도 상당수 제정신은 아니다.
　
기획부동산 사기행위가 전염병일 듯 창궐할 수 있는 것도 한국인 상당수가 그만큼 허황되게 돈 독이 올랐기 때문이다. 재벌의 부동산도 비업무용 부동산이니 하여 입씨름꺼리였다. 도심에 대형빌딩과 주상복합아파트를 개발하면서 또 지방의 대형공단을 개발함으로써 얻는 프리미엄은 상상을 불허한다.
　
도곡동의 55~69층에 이르는 주상복합아파트는 호텔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내장과 여러 편의시설로 요란하다. 그래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상승의 주역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이라지만 결코 쾌적할 수 없는 아파트이기도 하다. 원래 그곳은 100층 이상의 오피스 빌딩이 들어설 상업지구 단지였다.
　
친일행각 댓가로 얻은 부동산까지 자자손손 상속　
그러다가 갑자기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아파트 건설 당시 '일조권 방해'니 '재벌의 부동산 투기'니 하면서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도 했다. 그 근처에 먼저 입주한 다른 주상복합아파트에는 '아버지는 사카린 밀수, 아들은 부동산 투기'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결려 그 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변이 온통 오피스 빌딩 숲이니 교통문제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눈이 따갑거나 미세한 흔들림에 따른 어지럼증 등 고층 중후군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다고 한다.
　역사가 긴 부동산 타락도 있다. 친일파의 후손들 중에는 선조들의 친일행적 댓가로 취득한 부동산을 기반으로 부와 명성을 쌓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현재 각계에서 고위층을 꿰어 찬 경우가 상당수라 한다. 일제시 조선총독부로부터 작위까지 받은 매국노의 후손들은 현재 미국LA에 대거 거주, 대저택을 소유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한다. 이들 중 일부는 대규모 농장과 국내 강남의 알짜배기 땅을 소유하며 부를 쌓아가고 있다.

오래전 이완용의 증손이 재산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보도된 적이 있다. 부동산 타락은 이들만의 것도 아니다. 해외 펀드의 '부동산 먹튀'도 볼 만 하고, 수도권 서민들조차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 위해 주민담합을 하는 것도 볼 만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