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하나TV' 의 적반하장

'프로그램도, 시간도, 내 마음대로'라는 광고처럼, '남의 망을 마음대로 이용하겠다'는 하나TV의 얌체 상혼이 끝간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초 LG파워콤이 망임대계약을 위반한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에 대해 서비스 차단을 한데 이어 이번에는 큐릭스, 씨엔앰같은 케이블TV방송업체(SO)들이 하나TV를 차단했다. 이유는 망이용대가없이 트래픽을 엄청나게 유발하는 하나TV를 서비스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은 발끈하고 나섰다. 하나로는 지난 20일 배포한 자료에서 "하나TV 가입자 접속을 방해하는 행위는 부당한 이용자 차별에 해당되며, 하나TV 서버 차단과 같이 인터넷 접속의 일부 이용을 일방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이용약관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의 원인제공자는 '하나로텔레콤'이다. 경쟁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나TV를 서비스하려고 했다면 마땅히 망사업자와 이를 협의해야 했다. 이런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하나TV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비슷한 서비스인 KT의 '메가패스TV'는 자기 고객만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름길이라고 남의 집 앞마당을 사전양해도 없이 함부로 지나 다닌다면 어떨까. 주인이 가만히 있을까. 똑같은 이치다. 더구나 원인제공자인 하나로가 하나TV 차단이 이용약관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하나로 가입자를 제외한 나머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이 하나TV를 시청하는 것이 이용약관 위반이다.


씨앤엠같은 SO들과 KT의 이용약관뿐 아니라 이 문제를 거론한 하나로텔레콤의 이용약관(16조 4항)에도 '회사 승인없이 서버를 설치해 제3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별도의 서브네트워크를 구성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약정한 수 이상 단말을 연결하면 서비스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가입자가 임의대로 TV셋톱박스와 PC를 연결해서 TV를 통해 함부로 시청할 수 없도록 이용약관마다 제한하고 있다. '하나TV'는 곰TV나 판도라TV와 달리,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또 TV와 연결할 수 있는 셋톱박스를 PC와 별개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니 하나TV 가입자들은 조목조목 이용약관을 위반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하나로는 "SO들이 무단침입 운운하면서 하나TV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적반하장 격이다.

더구나 SO들이 하나TV 서버를 차단하는 것이 '망중립성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망중립성 원칙을 발표한 것은 일본 총무성이지, 우리나라가 아니다. 미국도 망중립성 법안이 부결됐다. 우리는 망중립성을 보장한 국가가 아니다. 다시말해, KT와 하나로텔레콤같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자기망에 대한 관리권한을 보장해주고 있다. 그래서 기간통신업체간의 망연동은 반드시 개별업체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나로텔레콤 역시 기간통신사업자다. 기간통신사업자가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잊어버리고 '망중립성 원칙 훼손'을 운운하는 것은 자기권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만일 구글이나 다음, 네이버같은 포털이 하나TV와 같은 서비스를 하나로망에서 하겠다고 나서면 하나로는 이 공간을 아무말없이 내줄 것인지 의문이다.

하나로는 더이상 '가입자'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 하나TV로 돈버는 곳은 가입자도 아니고, SO도 아니다. 하나로텔레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