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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시장]그놈의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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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관기 변호사
  • 2007.07.0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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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보증'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사람에게 경제적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경제거래의 활성화'라는 유용성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보증제도'는 대륙법계나 영미법계를 불문하고 민사법상의 제도로 확립돼 있다.

특히 기업간 거래는 금융기관들의 보증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무역거래에서 사용되는 신용장도 보증의 한 예다.

개인의 보증도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할 수 있다. 또 기업 여신과 관련해 금융기관이 대주주와 핵심 임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이는 기업주에게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라는 것으로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으로서는 당연한 요구다.

다만 사업 실패로 천문학적 채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이 보증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혹자는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파산제도 등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 정직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라면 자신이 소유한 것을 모두 금융기관에 내놓고 나머지 채무는 면책받아 새출발할 수 있다.

문제는 보증제도가 금융기관 또는 부도덕한 채무자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는 경우다.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보증인을 속여 대출을 받고 금융기관이 이를 공모 또는 묵인하는 사례가 그 전형이다. 금융기관이 연체상태에 빠진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보증인을 세우라는 요구를 할 때도 있다. 이 경우 보증제도는 채권자가 보증인을 착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형태의 보증은 가난한 자에게서 부자에게로 '부'를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서민생활을 멍들게 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지금까지 법원은 '보증을 섰으면 갚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국민들은 법원과 생각을 달리한다. 보증인에게 채무자의 상태를 잘 알려야 하고 보증에 한도를 두는 '보증인보호법'이 제정되는 것은 보증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보증제도를 없앨 수는 없다. 보증제도가 민사법에서 삭제된다면 각종 경제거래와 기업금융이 당장 위축될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행해진 보증행위에 대해서만 유효성을 인정하는 규제책을 만드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행해진 부당한 보증행위의 효력을 입법적으로 추인하는 인상을 준다.

해답은 민사법에서 찾을 수 있다. 민사법은 자족적이다. 빚 보증이 문제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단도 민사법체계에서 찾아야 한다. 영미법체계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타인의 빚을 갚아주겠다는 보증은 무효다. 대가 또는 약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 법리는 연체된 채무자에게 보증인을 들이대라고 볶아대는 것을 방지한다.

우리 법체계에는 이처럼 대가없는 계약을 무효화할 만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법조문은 있다. 법원은 카드회사의 채무압박 횡포를 민법 제2조 2항의 '권리남용' 조항에 따라 금지시킬 수 있고 민법 제103에 의해 '풍속과 질서위반'이라고 선언할 수 있다.

선의의 보증 피해는 가치가 의심스러운 채권을 넘겼다는 점에서 민법 제104조가 금하는 폭리행위로 따질 수 있고, 보증인을 협박하고 속이는 행위는 민법 제110조에 규정된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볼 수도 있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법원의 자랑스런 책무다. 법원은 '그놈의 빚'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사람을 줄여줘야 한다. 판사가 강자의 편이고 재판의 독립성이 의심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판사에게 석궁을 쏜다. 사법제도 개혁도 좋지만 법원이 재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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