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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대통령은 5년만기 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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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찬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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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2.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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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대통령은 5년만기 채권
“군자(왕)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키기도 한다.”

『순자(荀子)』의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이다. 요즘 말로 바꾸면 “국민은 대통령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바꾸기도 한다”가 될 것이다. 대통령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대리해 국가를 다스리는데,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正治)하면 계속 지지하지만 독선에 빠져 악치(惡治)하면 외면하고 다른 지도자를 찾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사흘도 안돼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취임전후에 일부 장관 및 수석 내정자를 둘러싸고 ‘부적격 논란’이 빚어지고 일부는 도중하차하는, 부적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하고 1년의 계획은 봄에 하듯, ‘5년 만기 정권’은 취임초기에 진용을 갖춰 말끔하게 출범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내세워 야심차게 추진했던 정부조직개편이 총선을 앞둔 정치논리에 휩쓸려 ‘어정쩡한 정부’로 된 판에 장관 인사마저 물의를 빚어 첫출발이 실망스럽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처럼 중요한 인사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는 ‘과연 회복시킬 수 있을까’라는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5년 동안 먹고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747(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실현하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약속을 믿고 그를 한국경제호의 선장으로 뽑았던 주인들이 벌써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닉네임은 ‘CEO 대통령’이다. 한국을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 소년이 노점상 고학생 일용노동자 샐러리맨을 두루 거쳐 (피눈물 흘리는 고생을 한 끝에) 월급쟁이에서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지내고 대통령이 됐듯이 대한민국은 (인생역전의) 꿈을 꿀 수 있고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이 대통령 취임사)로 만들 수 있는 경륜을 갖췄으며, 그런 경륜을 발휘해 먹고 살기 좋은 한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별명이다.

하지만 취임 전후의 인사잡음은 이 대통령이 ‘성공의 함정(휴브리스, Hubris)’에 빠져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세상이 변했고 자신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니가 뭐를 알아~’라든가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로 주위 사람들의 충언(衷言)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잘 아니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등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아두고 일은 직접 챙기면 된다’는 자신감이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과 ‘강부자(강남 땅부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가로막고 ‘전봇대’로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를 뒤집고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취임 초 상한가 인기를 누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요인 중 하나는 ‘386세대’의 테두리에 갇혀 눈과 귀가 막힘으로써 빛의 속도로 바뀌는 민심을 놓쳤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오기가 ‘진보세력의 패배’로 이어졌다.

좋은 약은 입에 쓴 것처럼 도움이 되는 말은 듣기 싫고, 달콤한 사탕이 이를 썩게 하듯 향기로운 말은 성공의 함정으로 이끈다. 당 태종 이세민이 최고의 황제로 평가받는 것은 ‘겸손하게 경청하면 현명하게 되지만 일부 사람들의 말만 믿게 되면 어리석어진다’는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이라는 위징의 말을 듣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잘못이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즉시 고쳐야 한다(過則勿憚改).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순항을 한 뒤 정권재창출을 이뤄낼지 아니면 국민의 외면을 받아 전복되는 아픔을 겪을지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지혜를 널리 구하되 잘못했을 때는 오기를 부리지 않고 고치느냐에 달려 있다. ‘대통령은 5년 만기 채권’일 뿐이다. 5년 동안 임기는 보장되지만 자칫 잘 못하면 부도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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