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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경리,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

머니투데이
  •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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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0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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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경리,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
5일 소설가 박경리가 타계했다. 82년 그의 생애에는 우리 현대사가 그대로 투영됐고 그 질곡의 삶은 다시 작품으로 녹아들었다.

여자 박경리는 불행했다. "내가 행복했다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그의 말대로 불행한 삶은 작품세계의 원천이 됐다.

◇모진 세월

그는 1926년 10월 경남 통영에서 자칭 "불합리한 출생"을 했다. 부모는 사이가 좋지 않아 아버지는 거의 나가 살았으며 어머니는 그런 남편 앞에서 무력했다. 훗날 박경리는 "나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경멸 아버지에 대한 증오 그런 극단적인 감정 속에서 고독을 만들었고 책과 더불어 공상의 세계를 쌓았다"고 회고했다.

박경리는 진주여고를 졸업한 후 46년 전매청 서기였던 김행도와 결혼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그의 남편과 아들을 앗아갔다.

외동딸 영주를 홀로 키워야 했던 박경리에게 세월은 모질었다.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소설 '계산'이 55년 8월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등단한 이래 그의 소설 속에선 남편과 아들을 잃고 홀어머니를 모시는 여성화자가 많이 등장했다.

60년 4.19의 경험은 박경리의 세계를 넓혔다. '김약국의 딸들', '파시', '시장과 전장' 등 굵직한 장편들을 내놓았다. 이제 시선이 개인과 가족의 고통을 넘어 민족과 인류의 보편성을 다루는 데까지 뻗치게 됐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여류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토지'와 박경리

69년 기념비적 대작 '토지'의 집필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련은 그를 따라왔다. 유방암 선고를 받고 병마와 싸웠고 70년대에는 사위인 시인 김지하가 필화사건으로 투옥돼 손자 원보까지 도맡아야 했다. 80년 무렵 외동딸 김영주가 있던 원주로 내려와 지금의 토지문학공원 자리에 정착했다.

26년간의 집필 끝에 94년 전 5부로 완성된 '토지'는 말 그대로 한국 현대문학의 근간이 될만한 대작이다. 등장인물이 700여명에 권수로는 21권, 원고지 4만장에 달하는 분량이다. TV드라마로도 3번 만들어졌다.

'토지'를 완성해 낸 이런 '질김'이 오히려 박경리를 세월의 흐름 앞에 담담히 순응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지난해 7월 폐암 선고를 받고도 담배를 끊지 않고 치료도 거부해왔던 그다.

◇"참 홀가분하다"

올해 월간 현대문학 4월 호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신작시에는 성찰과 회한도 묻어났다.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 사별 후 삼십여 년 / 꿈 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었다 / …(중략)…꿈에서 깨면 /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어머니' 중)

박경리가 그토록 미워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모진 세월 가고 /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옛날의 그 집' 중)

고인은 소설처럼 살다가 시처럼 우리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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