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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View]금융기술을 감상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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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영환 크레딧애널리스트
  • 2008.09.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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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09월18일(10:5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부채비율 200%가 구조조정의 절대 기준으로 작동하던 시절, 퇴출 위기에 몰려 있던 거대 그룹 CFO가 평가회사를 찾았다. 그리고 부채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묘안으로 제시한 것이 당시로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물적 분할’ 방안이었다.

“새로운 자금 유입(Cash injection)은... 없는 것, 맞지요?”

“부채비율 개선을 신용평가가 인정하면, 자금 조달이 가능해집니다.”

물적 분할 아이디어는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상황이 긴박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표만 개선되더라도 적지않은 위력을 가지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후 다른 그룹이 대형M&A의 부채비율 조건을 달성하는데 물적 분할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물론 물적 분할을 통한 부채비율 ‘마사지’는 연결재무제표가 기준이 아닌 참고 자료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특정 지표를 규준으로 하는 화재경보기(Fire alarm)식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간단하게 무장해제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물적 분할을 통한 부채비율 관리는 초보적 수준의 금융 기술(Financial technology)이다. 금융 기술은 기업의 펀더멘탈보다 규제나 심사 기준에 대응한 지표의 관리에 치중한다. 정책과 신념이 아니라 지지율 관리에만 매달리는 정치 공학(Political technology)과 유사하다. 기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수학적 기법으로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블랙-숄즈 모형 등의 금융 공학(Financial engineering)과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정치 공학이 정치의 현실이듯이 금융 기술도 금융 시장의 엄연한 현실이다. 때로 새로운 금융 기술은 신용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금호 그룹이 선보였던 타이어 사업부문의 분리 매각과 상장을 통한 차입금 감축은 훌륭한 구조조정 모델이었다. 최근의 자산유동화와 M&A의 기법 발달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신용파생상품도 금융 기술과 금융 공학이 어우러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눈부신 금융 기술도 그 자체로 펀더멘탈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저 차입금을 부외부채나 자본 계정으로 잠시 옮겨 놓을 뿐이다. 차입금 감축은 자산 매각이나 자본 확충 등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결국 관건은 차입금이다. 차입금만 제대로 관리한다면 그 어떠한 금융 기술에도 현혹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원론이다.

하지만 ‘악마는 각론에 숨어있다’던가? 최근 우리 금융시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건설PF와 LBO의 이슈가 단적인 사례다. 건설PF 우발채무와 재무적 투자의 옵션을 원론대로 차입금으로 간주했다면 무리한 신용확장은 억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란한 금융 기술로 포장된 각론은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 사이로 악마가 스며든 것이다.

건설PF 우발채무와 재무적 투자 옵션에 대한 우려는 평가사의 정성적 분석으로 걸러지고, 실질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가는데도 신용등급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환경이 달라지자 갑자기 황금마차는 호박으로 변했다. 그리고 어느덧 이슈는 구조조정으로 넘어갔다.

기술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전략적 투자자가 떠난 자리를 재무적 투자자가 대신해도 아무렇지 않다. 투자의 성격과 옵션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재무제표의 차입금이 늘지 않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자산매각 리스트에 한 줄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유동성 위기는 단박에 완화된다. 아예 이참에 변덕스러운 자본 시장 대신 믿음직한 은행으로 파트너를 바꾸는 것도 또 하나의 대안이다. 마법은 풀렸어도 쇼는 계속된다.

볼거리가 많아졌다. 신용평가의 ‘질서 있는 퇴각’은 가능할까? 테크니션 CFO의 환상적인 드리볼은 수비 국면에서 또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까? 갑자기 활발해진 시장과의 대화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리고 언제쯤에나 회사채 시장은 뒷북 들러리 신세를 면할까?

금융 기술은 시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국의 정책 가이드라인은 더 큰 기술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채비율이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이었다면, 카드위기 이후에는 금융기관의 정보 투명성과 건전성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1990년 전후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 대란을 통상 ‘S&L(주택대부조합)사태’와 ‘주전(주택전문금융)사태’라고 부르듯이, 최근 건설부동산 신용이슈의 관심은 저축은행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저축은행 건전성 기준의 단계적 강화를 중단했다.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외부 차입이 거의 없어 당국이 주도하는 ‘질서 있는 퇴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뇌관이 되어버린 건설부동산 거품의 크기와 민감성을 감안하면 생각처럼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PF의 양적 확대는 막았지만 브리지론의 성격상 자연치유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연평균 20%의 자산 확대는 새로운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아무리 화려해도 금융 위기는 결국 새로운 자본의 유입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적당한 기술은 위기 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그 때문에 자칫 자본 확충을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보다 더 큰 카드를 쓰게 될 수도 있다. 영업권이라는 조커를 과연 쓰게 될까? 쓴다면 어느 시점에 어떻게 쓸까? 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풀 뿌리 민주주의가 견실하면 정치 공학도 부담스럽지 않다. 시장에 분석과 공론이 살아있으면 금융 기술은 위기 관리의 훌륭한 동반자가 된다. 볼거리는 자꾸 느는데 분석과 공론도 그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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