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는 작은 배려에 감동한다

전 세계 경제가 휘청휘청댄다. 가뜩이나 흉흉한 요즘 같은 때에 기업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를 놓치지 않고자, 바이어를 집중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실제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의전 의뢰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같이 힘든 때인지라 안타깝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점점 성숙해져 가는 바이어 대상 의전 마인드에 괜히 뿌듯하기도 하다.


사실 바이어 의전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좀 생소하다. 바이어 의전의 사전적 의미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국인의 공항 픽업에서부터 시작해 숙소와 식사 예약, 회의 및 협상 통역, 관광에 이어 최종적으로 출국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종합 서비스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끄는 시작점이다.

국내 모 대기업에서 중요 바이어의 DMZ 관광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보통 이른 아침 출발하는 코스인데, 당시 담당했던 의전요원이 바이어의 일정 체크를 하던 중 전날 밤 늦게까지 바쁜 스케줄을 보냈다는 것을 알아냈다.

상황을 고려해 스케줄을 오후로 변경했고 해당 바이어는 편안한 일정을 보냈다며 즐거워했었다. 외국인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잘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 무사히 방한스케줄을 마칠 수 있게끔 하는 모든 과정이 바로 ‘의전’ 서비스의 일환이다.


의전은 특히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들, 하지만 동시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α가 될 수 있는 세세한 부분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바이어에게 우리나라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기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항 픽업 전에 개인의 성향, 선호도 조사는 필수다. 호텔 예약에 있어서도 개별 취향을 최대한 고려한다. 개개인에 따라 호텔 선택에 있어서도 객실에서 바라보이는 외부 전경을 중요시 한다거나,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등 호불호가 갈린다.

서울의 멋진 야경 조망을 원한다면 남산 자락에 위치한 신라호텔이나 하얏트로, 트렌디하고 Hot한 플레이스를 원한다면 파크 하얏트나 W호텔로 모시는 등 전략적인 호텔 선택도 중요한 요소이다.

방한 외국인이 VIP일 경우 한발짝만 더 센스를 발휘해 보자. 이른 아침, 원활한 준비를 돕기 위해 미용사나 뷰티 컨설턴트 등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예다. 타지에서 이미지 관리를 도와줄 사람을 제공해 주는 것은 차별화된 예상치 못한 서비스다. 이런 예상치 못했던 서비스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평이다.

통역사도 단순히 통역만 하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기분 상태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수시로 체크 하여 협상 당사자에게 슬쩍 귀띔해준다면 보다 순조로운 진행에 일조할 수 있다.

식사 및 만찬 과정에서는 국가, 종교, 채식주의자 등 각각의 성향에 맞는 적절한 식사가 준비되어야 한다. 업무 외적인 시간에 한국 관광을 가이드 해드리고 인터뷰 셋팅, 한국 방문 기념품 등을 마련하는 것도 의전의 연장선 상에 있다. 모든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귀국길 까지도 책임지는데, 이때 비행기 좌석까지도 앞/뒤, 창가/복도 쪽 어느 곳을 선호하는지 고려하여 예약을 한다.

한번은 다리가 불편한 바이어가 방한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의 도로와 건물은 휠체어가 이동하기엔 걸림돌이 많기에 턱이 없는 동선을 찾아 3번 이상 사전답사 했다. 또 이 분이 넌지시 공연을 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 장애인석이 마련되어 있는 공연장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나중에 거동이 불편해 되도록 움직이지 않으려 했지만 배려 덕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며 한국에 대해 따뜻한 이미지를 안고 간다고 말해왔다. 비즈니스도 성공적으로 성사되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에 발을 디디는 그 순간부터 떠나가는 마지막 길까지 책임지는 의전 서비스는 가히 비즈니스를 위한 제 4의 협상지대라고 할 만하다. 민간 외교관이라는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의전 관계자들이 있기에 외국인들은 한국의 정(精)을 느끼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