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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국내 대기업과 외국자본 충돌?

  • 심재현 기자
  • 조철희 기자
  • 2009.02.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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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됐다. 각종 개혁법안과 민생·경제 법안이 줄줄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연말 연초에 이어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진검승부가 재연될 전망이다. 머니투데이는 '법안전쟁'의 쟁점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 △언론 관련법 △사회개혁법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은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의결권 제한 없이 10%로 확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산업자본이란 비금융 부문의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말한다.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중심이 되는 비은행 금융투자 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금산분리 완화의 중요한 축이다.

금산분리 완화는 이명박 정부의 중요한 공약 중 하나였다. 금산분리를 완화하지 않으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외국자분뿐이라는 게 정부 여당의 인식이다. 외환은행의 론스타 헐값매각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이 있는 국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은행을 국내 재벌에 넘기는 꼴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의 핵심쟁점을 국회 해당 상임위인 정무위의 한나라당 간사 박종의 의원과 민주당 간사 신학용 의원으로부터 들어봤다.

▲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
▲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
- 지금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한가.
박종희 의원(이하 박) ▶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은행도 언제든 파산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 돈을 댈 여력이 있는 곳은 국내에서 대기업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기업에 쌓인 현금이 81조원이다. 이 자금을 동원하면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다. 아울러 국내 금융자본 형성이 미흡한 상황에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대형 투자은행으로 키우려면 민영화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도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 금산분리 완화는 은행을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금산분리 완화는 은행 주주를 의미 있는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다양한 그룹으로 만들어 은행의 책임경영 체계 확립에 도움을 줄 것이다. 비은행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도 현재 순환출자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재벌구조를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켜 금융위기 가능성을 줄이자는 것이다.

신학용 의원(이하 신) ▶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 한도를 10%로 높이면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된다. 은행이 대출로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데 특정 기업이 은행을 인수하면 나머지 경쟁기업들은 재무적으로 은행을 소유한 대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여신이 안 된다는 얘기다. 경쟁기업들이 이걸 피하려고 현금성 자산을 늘리게 되면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대기업이 쌓아둔 내부 유보금을 투입하면 자금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여당의 주장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지금 자금시장이 어려운 것도 경제위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현금성 자산 확보에만 힘쓰기 때문이 아닌가.

▲ 신학용 민주당 의원
▲ 신학용 민주당 의원
- 지금 상태로 두면 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갈 위험이 있나.
박 ▶ 주요 시중은행의 주식 대부분이 외국인 소유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율은 외환은행 80.7%, 국민은행 78.5%, 하나은행 74.4%, 신한지주 56.7% 등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 은행의 지분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대규모로 넘어간 것은 국내 자본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지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마저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또다시 은행 지분 상당수가 외국자본에 매각될 수밖에 없다. 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면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 같은 정부 정책이 먹히지 않게 된다.

신 ▶ 전체적으로 현 정부의 금융정책은 정치 논리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도리어 감소하고 있다. 외국 자본이 국내 은행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것도 당분간 힘들 거다.

-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은행이 대기업·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박 ▶ 대기업이 은행의 최대주주가 되거나 경영에 참여하려면 사전에 금융감독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일종의 안전장치다. 또 대주주와 은행간 거래를 제한하고 대주주와 은행간 불법거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은행뿐만 아니라 대주주까지 처벌하는 사후 제재 조치도 법안에 명문화돼 있다.

신 ▶ 대기업이 은행 경영권을 가지면 고객 돈을 자기 자본처럼 다른 계열사에 투자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힘들다고 본다. 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KIKO)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금융감독당국 퇴직자의 90%가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과연 철저한 관리감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 금산분리 완화가 국제기준에는 부합하는가.
박 ▶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보유주식 기준으로 은행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수준을 10~20%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대응 차원에서 지난해 9월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 한도를 10%에서 15%로 늘렸다. 일본은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 한도가 20%다.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은행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할 뿐 사전에 소유를 규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신 ▶ 금산분리 완화는 국제 기준이 명확치 않다. 각국이 필요에 따라 규제 여부와 수준을 정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한 채 규제를 화끈하게 풀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가 금융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진 곳은 17곳뿐이다.

- 출자총액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
박 ▶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국면에선 그나마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게다가 출총제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다. 지난 2007년 법 개정으로 규제 대상이 대폭 축소돼 출총제 소속 534개사 가운데 90% 이상이 이미 출총제 규제에서 벗어났다.

신 ▶ 출총제 폐지는 대한민국에 그나마 하나밖에 없는 재벌 규제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거다. 과연 지금이 그래도 되는 상황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민주당은 출총제를 폐지할 경우 상호출자 규제를 도입해 무분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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