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폴 크루그먼 - 한국경제 억울하게 당했다?

  •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 2009.05.28 16:35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시청자 여러분,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미국의 실책 때문에 왜 우리까지 이렇게 큰 어려움을 겪어야 하나 하는 불만이 생기실 겁니다. 97년의 외환위기 때 우리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는데 정작 미국은 이를 피해가는 걸 보고 당시 우리가 뭘 했나 하는 의구심도 드실 겁니다. 또 무엇보다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나 형편이 좀 나아지려는지, 제일 궁금하실 겁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제가 들고 있는 이 책, '불황의 경제학'을 펴내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답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경제가 과거에 왜 위기를 겪었고 현재 경험하고 있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도 적지 않은 지면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는 1994년 멕시코의 데킬라 위기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의 위기,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보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장기불황은 자초한 일본. 경기부양을 위해 충분한 돈을 풀지 않은 게 실책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재정적자를 메운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올려 경기를 더 얼어붙게 했습니다. 돈을 뿌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게 불황에서 벗어나는 처방전이었다고 크루그먼은 주장합니다.

기억에도 생생한 1997년의 외환위기. 우리는 지금도 금융기관들이 단기외채를 너무 많이 빌려 쓰고 대기업들이 빚더미에 올라 앉았던 탓에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크루그먼 교수의 진단은 다릅니다.

한국경제는 사실상 멀쩡했다는 겁니다. 아시아의 정실주의와 부패가 문제로 지적되긴 했지만 한국의 재벌은 30년 이상 매우 훌륭하게 기능해 왔다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갑자기 문제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자기실현적 패닉'이 불행의 씨앗이었다고 지적합니다. 태국경제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된 것을 계기로 실제 상황과 무관하게 한국경제가 도매 값으로 넘어가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갔다는 분석입니다. 그리고 외국자본의 엑소더스를 가능하게 한 건 금융시장 개방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한국경제는 희생양이었다는 말입니다.

이 상황에서 해결사로 나선 IMF. 엉터리 처방을 씁니다. 돈을 풀어도 부족할 마당인데 정부 돈줄을 줄이도록 요구해 불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또 돈을 빌려 주는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합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부실은행 퇴출 같은 금융개혁 조치가 금융위기 대책으로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IMF가 악순환을 막는다며 또 다른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것이 크루그먼 교수의 신랄한 평갑니다.

참 이쯤되면 어처구니 없지요? 당시 우리 국민들 살인적 고금리와 잇단 금융기관 퇴출 조치 등으로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야 했습니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해 크루그먼은 그리스펀 전 FRB 총재가 자산 거품을 꺼뜨리기 위해 금리 인상 같은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비판합니다. 거품이 터지고 나서야 난장판을 수습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위기 해소를 위해 무슨 대책이 필요할 까요? 크루그먼은 각국 정부가 신용 경색을 완화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재정지출은 미국의 경우 GDP의 1% 수준에 불과한데 4% 수준까지 크게 늘려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위기를 초래하는 국제적 자본 이동에 대한 규제의 도입도 해법으로 제시됩니다. 그다지 잘못이 없는 한국이 97년과 같은 위기를 다시 겪는 것은 이런 자본의 이동 때문이라는 겁니다. 금융세계화가 이만큼 위험하다는 말이지요.

크루그먼이 내놓은 앞으로의 전망,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밝지는 않습니다. 세계경제는 십중팔구 공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불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크루그먼의 이 말이 틀렸으면 하는 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미국이야 오랜 기간 어렵겠지만 우리경제는 위기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 잘 버틸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제는 심립니다. 시청자 여러분, 너무 위축되지 마시고 가계는 정상적으로 소비를 하고 기업은 투자의 불길을 되살려야 경제가 살아나는 겁니다.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점,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2019 모바일 컨퍼런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11/1~11/18)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