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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들과 함께 걷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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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 2009.07.2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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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전 사십대에 들어서면서 14년 동안 하던 IT 관련 일을 때려치우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중3 때부터 간직했던 필생의 꿈인 세계 일주를 완성하고 싶어 '호텔자바'라는 인터넷 여행서비스 회사를 차렸다. 주변에서는 "결국 네가 할 일을 찾았구나"라는 응원과 기대를 해주었다. 더 이상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됐다.

올해로 내 여행은 만 20년째이다. 1989년부터 시작된 해외여행 자유화와 나의 여행 이력은 길이가 같다. 그래서 올 휴가에 '20주년 기념여행'이란 그럴 듯한 타이틀도 붙였다. 20주년에 걸맞게 아들과 함께 걷는 여행은 과연 어떨까!

20년 전 나는 혼자서 박경우가 쓴 '배낭족'의 루트를 따라 떠돌았다. 홍콩의 5000원짜리 호스텔에서 만났던 세 부자는 잊을 수 없다. 뉴질랜드 아빠와 아들 둘은 닳아 헤진 신발에 그들의 몸집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다녔다. 뿌리를 찾아 유럽을 석 달 간 여행하고 홍콩을 경유 중이던 그들과 당시 한국의 가정이 많이 오버랩 됐다. 일종의 충격이었고, 일종의 영감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혹은 회사를 옮기는 사이마다 나는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 다녔다. 남들 벌 때 쓰고만 다닌다고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10년전 내 모습은 1년 휴직계를 내고 전세금을 털어 세계일주를 떠나는 요즘 커플과 다르지 않다. 유리창이 깨진 버스 안에서, 침대 하나 달랑 주는 1000원짜리 숙소에서, 뱀과 원숭이 등 온갖 짐승을 가져다 놓은 야시장에서, 다른 세상과 부딪치는 것은 한달치 월급을 더 버는 것과는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홍콩에서 만난 그 뉴질랜드 아빠가 왜 자식들을 데리고 대륙을 돌아다녔는지 이해가 갔다. 세상은 넓었다. 넓은 곳에는 세상의 온갖 것들이 존재했다. 산, 강, 바다, 계곡은 나라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강물은 모두 푸른색인 줄 알았지만, 방콕의 차오프라야 강은 진회색이었고, 인더스강은 쪽빛이었다. 설악산과 지리산은 울긋불긋한 산행이지만, 200m를 앞두고 회군해야했던 후지산 등정은 강풍이 몸통을 태평양으로 날려버릴 듯 위험천만이었다.

사람들은 또 어떤가? 여행 안에서 만난 이들은 한결같았다. 외지에서 온 이 낯선 청년을 도와주고 싶어 했다. 시모노세키에서 도쿄까지 히치하이킹을 했을때, 트럭 운전사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나를 다른 기사에게 바톤 터치해 주었다. 왕복 2400Km의 일본 종주가 알려준 것은 '보통사람 일본인' 자체였다. 내 기억 속에는 교과서의 제국주의 일본 외에도 밤새 트럭을 몰며 먹고 사는 평범한 일본인의 모습이 새롭게 새겨졌다.

뉴델리행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중년의 인도 부부와는 착륙 1시간을 남기고서야 말문이 트였다. 여행 중 만나면 흔히 하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부부는 내가 숙소예약이 없다는 말에 얼굴이 어두어졌다. 잠깐 상의를 하던 이들은 아들 방이 비었다면 자기네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인도여행의 첫날부터 터진 행운은 그 뒤 집사람까지 데리고 두 번이나 더 그 땅을 밟게 하였다.

여행은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어떤 절경을 보던, 어떤 박물관을 가던, 혹은 어떤 사람들을 겪던, 일상에서 보는 것과 달랐다. 다른 세상은 여행자의 오감과 마음을 흔든다.

아들은 태어난 지 20개월때부터 나와 함께 여행을 다녔다. 유모차나 카시트에 실려 국내외를 함께 했다. 이제는 엄마를 밀어붙일 만큼 부쩍 커버렸다. 스무살 혼자 제 발로 설 때까지 함께 할 시간은 앞으로 10년. TV, 신문, 휴대폰, 인터넷, 닌텐도... 이것들도 모자라 또 등장할 미디어 괴물들이 내뿜는 세계가 아닌, 맨살로 바라보는 세상을 아들과 함께 걷고 싶다.

나는 오는 8월19일 중국에서 소수민족이 가장 많이 모여 산다는 쿤밍과 다리, 리장, 그리고 중텐을 13박14일 일정으로 아들과 함께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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