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미녀는 괴로워' 보고 운 고객

‘미녀는 괴로워’ 라는 영화가 크게 대중의 관심을 받았을 때, 제 환자분 중 한 분이 그 영화가 어떠셨냐고 저에게 물어본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무심코 ‘참 재미있던데요’라고 대답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전 그 영화 보고 울었어요’ 라고 하셨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그 분은 2년 전만 해도 체중이 100kg 가까이 되셨고, 저와 1년 반 가까이를 치료를 하면서 체중 62kg정도로 감량하셨던 분이었기 때문에, 그 분께는 그 영화가 ‘명랑 오락 영화’가 아닌 ‘리얼 다큐멘타리’였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환자분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마치 영화처럼 한 번의 수술로 늘씬한 미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술적인 환상을 품고 병원을 찾으시는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130kg 정도의 체중이 지방흡입 이후 50kg정도로 바뀌게 됩니다. 자,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그것을 말하려면 일단 지방흡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됩니다. 가끔 전신 지방 흡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처럼 변신하는 것은 수술만 해서는 불가능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한 번의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지방량 때문입니다. 영화 속의 인물처럼 130kg정도의 초고도 비만 환자를 전신 지방흡입을 하게 되면 과연 얼마나 지방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지방흡입시 투여하는 약품의 양, 출혈, 신경손상 등을 고려한다면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최대 지방량은 약 8~10리터 정도 일겁니다. 그러니 순수하게 지방흡입으로만 제거되는 지방량은 10kg이 안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지방분포의 문제입니다. 인체내의 지방은 피부 밑에 존재하는 ‘피하지방’ 외에도 창자 및 내장에 존재하는 ‘내장지방’도 있습니다. 내장지방은 지방흡입을 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피하지방을 모두 지방흡입으로 제거했다 하더라고, 내장지방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지방흡입은 위험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도 흔히 듣습니다.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경험이 많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집도의가 수술을 한다면 그런 위험성은 많이 줄어들겁니다. 사실 지방흡입의 경우에는 단순한 수술의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의 체형의 변화에 대한 예측이 중요합니다.

가끔 지방흡입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나곤 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첫째 마취에 의한 마취사고의 경우, 둘째 지방 색전증이라고 해서 작은 지방 알갱이가 혈관으로 들어가서 심장 및 폐등의 중요 장기로 가는 혈관을 막는 경우, 셋째 수술 후 감염 등의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술 기술 및 도구의 발달로 인해 그런 확률은 굉장히 낮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