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구조개혁이 경제성장 촉진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경제현황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제조업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나친 규제를 완화하고 서비스시장의 대외개방 등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08)


그렇다면 국가의 경제구조를 보다 시장 친화적이고 외부에 개방하도록 개혁하는 경우 경제성장이 촉진될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예컨대 옛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로 이행하면서 시행한 구조개혁 조치들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살펴본 43개 연구를 정리한 논문(Babetskii and Campos, 2007, 'Does Reform Work? An Econometric Examination of the Reform-Growth Puzzle', CEPR)에 따르면 이들 연구결과의 3분의1은 구조개혁이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3분의1은 구조개혁이 성장을 저해한 것으로, 다른 3분의1은 구조개혁과 성장 간에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구조개혁과 경제성장 간에 일정한 관계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7개 OECD국가를 대상으로 생산물시장과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정도와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Aghion, Askenazy, Cette, and Dromel, 2009, 'Education, Market Rigidities and Growth', Economics Letters) 결과는 시사적이다.

이 연구에서는 대상 국가들을 미국과 비슷한 정도로 생산성이 높은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로 구분하고 그룹별로 시장규제와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살펴보았는데 생산성이 높은 국가들에서는 규제가 적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았지만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규제가 많은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타났다.


한편 자본자유화와 경제성장에 관한 연구성과를 정리한 논문(Kose, Prasad, Rogoff, and Wei, 2009, 'Financial Globalization and Economic Policies', Brookings Institute)에 따르면 자본자유화를 시행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높다고도 할 수 없다.

이는 금융시장이 발전되어 있고 자본유출입의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인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 국가들의 경우에는 자본자유화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자본자유화가 경제성장을 초래하기보다 오히려 불안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경제구조 개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각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최근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구조개혁이라는 수술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체질을 이미 갖춘 경우에야 경제구조 개혁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생산성의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의 결과로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고용되어 있는 사람들의 실업만이 증가한다면 구조개혁이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사회의 불안만 가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의 성패는 우리 경제가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서 높은 부문으로 자원의 재배치를 얼마나 원활히 할 수 있는 경제체질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