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절충 철근값 제시…거래재개 되나

철근 가격 인상을 놓고 건설ㆍ철강업계간 거래중단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건설업계가 조정된 가격안을 철강사들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가격인상폭과 협상방식 등에 여전히 의견차가 커 양측간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건설업계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30여개 건설사 자재 구매담당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는 최근 모임을 열고 철강사들이 건설사에 납품한 2월과 3월 철급 물량에 대한 대금결제를 위해 조정된 가격안을 철강사들에 제시했다.


건자회 관계자는 "2월분은 72만1000원을, 3월분은 철강사 요구액인 74만원1000원으로 결제를 하겠다고 전했다"며 "다만 전체 건설사에 공급 중단을 푼다는 전제조건으로 이 가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월과 3월분 공급분이 가격 결정이 되지 못하다보니 마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발 물러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31,600원 0.00%)과 동국제강 (8,310원 ▲20 +0.24%) 등 주요 철강사들은 철근 가격(고장력 10㎜)을 1톤당 69만1000원에서 올해 2월 74만1000원으로 올렸고 4월부터는 79만1000원으로 다시 5만원을 올렸다. 건설사들은 이에 대해 당초 2월분 71만1000원, 3월분 73만1000원, 4월분 74만1000원 등으로 가격 조정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철강업체들이 조정된 가격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4월 출하분에 대해선 의견차가 여전히 큰데다 철강사는 개별업체간 가격 협상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철근 원료인 고철의 국제 가격이 2월 톤당 360달러에서 3월에 450달러, 4월 현재는 490달러로 급등했다"며 "가격인상의 불가피한 측면은 외면한 채 건설사들이 '일방적인 공급중단'이라고 말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협상은 개별 기업 구매 담당자가 협의할 사항이지 건자회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철근 거래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철강업체의 철근가격 인상이 터무니가 없다며 건설사측이 2월과 3월분에 대해 결제를 거부했고 철강사들은 이에 맞서 지난 22일부터 철근 공급을 끊으면서 촉발됐다. 건설사와 철강회사 간 철근거래는 '선판매 후정산'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에 따라 현재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대우건설 (3,690원 ▲15 +0.41%), GS건설 (14,980원 ▲70 +0.47%), 대림산업 (49,900원 ▲300 +0.60%), 롯데건설 등 8개 대형건설사들은 철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뿐 아니라 일부 중견건설사들 역시 철근 수급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 건자회측의 설명이다.

한편 사태가 장기화되자 정부도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지식경제부가 철강업계 관계자를 불러들였고 국토해양부도 다음날 5개 건설사의 구매담당 관계자를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건설사들은 이날 정부측에 관급공사에 수입철근을 사용하는 것을 확대해줄 것과 정부차원에서 가격조절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