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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바꾼 국제빌딩, 운명 바뀔까

머니위크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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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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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LS네트웍스 용산 국제빌딩 리모델링

지금은 격차가 벌어졌지만 전성기 때 ‘프로스펙스’는 ‘나이키’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브랜드였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공식후원사로 선정되면서 한때 나이키를 제치고 국내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으니, 당시 프로스펙스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프로스펙스는 본 주인은 지금은 잊혀진 국제상사다. 1949년 설립돼 국내 신발산업을 주도하며 1980년대 재계서열 6~7위를 오르내리던 대그룹이다. 한강로 2가에 위치한 용산 국제센터빌딩은 화려한 국제그룹의 위상을 대변해주는 상징물과 같았다.

용산 국제센터빌딩은 지하 4층~지상 28층, 연면적 10만5540㎡(3만1925평) 규모로 용산의 랜드마크로 우뚝 솟으며 1984년 준공됐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독특한 기하학적 구조 때문에 ‘천의 얼굴’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같은 해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에 선정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하지만 독특한 외형은 풍수지리학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 뾰족한 상단부가 불길한 기운을 몰고와 건물을 소유하는 기업마다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건물의 앞뒤가 구분되지 않는 것도 직원들의 소통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최근 LS네트웍스 (2,450원 보합0 0.0%)가 3년만의 공사 끝에 용산 국제센터빌딩의 리모델링을 끝마쳤다. 굴곡 깊은 용산 국제센터빌딩의 한 많은 사연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소유기업마다 문 닫는 ‘비운의 빌딩’

국제상사는 5공 정권이 들어서면서 가혹한 시련을 겪었다. 전두환 정권은 그동안 밉상이던 국제상사를 부실기업 정리라는 명목으로 압력을 가했다. 1985년 2월 결국 국제그룹은 해체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본사 입주 후 3개월 만에 21개 계열사를 둔 대기업이 한순간에 공중분해된 것이다.

국제센터빌딩은 국제상사와 함께 한일그룹으로, 다른 주력 계열사는 극동건설과 동국제강 등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국제그룹의 양정모 회장이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뜨면서 안타까운 사연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한일합섬을 중심으로 한 한일그룹이 국제센터빌딩의 새 주인이 되자 재미있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국제센터빌딩의 묘한 스카이라인이 마치 실타래처럼 보이는데, 반대로 이 빌딩에서 남산을 바라보면 누에로 보인다는 것. 빌딩은 누에가 실을 뽑기 위해 만든 꼬치에 해당된다는 이야기다. 요약하자면 한일그룹이 국제센터빌딩의 원래 주인이 될 운명이었다는 소문이었다.

한일그룹은 국제상사를 인수하며 재계 5위까지 뛰어올랐지만 IMF 사태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1998년 정부가 발표한 퇴출 대상 기업에 한일그룹이 포함되면서 국제상사도 고스란히 피해를 뒤집어썼다. 결국 국제상사는 196억원의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

결국 국제상사 채권단으로부터 부채 조기상환을 약속한 이랜드가 새로운 주인이 바뀌자 ‘국제센터빌딩의 저주’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국제센터빌딩을 소유한 기업은 해체 수순을 겪고 새로운 기업에 인수된다는 이야기였다.

2006년 이랜드와 법정공방 끝에 국제센터빌딩에 입주한 에너지업체 E1(옛 LG칼텍스가스)이 국제상사를 손에 쥐게 된다. 창원 지법으로부터 정리계획 변경계획안을 인가 받아 8551억원에 국제상사를 인수하면서 국제센터빌딩의 새로운 주인이 된 것.

불길한 운명을 개척하려는 것일까? 인수 직후 E1은 국제상사의 사명을 LS네트웍스로 바꾸고 전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준공 후 24년 만에 시작된 리모델링이다. LS네트웍스는 2007년부터 3년간의 공사를 최근 마치고 건물 이름도 'LS용산타워'로 변경했다. 사명 변경은 곧 사람의 이름을 바꾸는 것과 같다. E1이 건물의 운을 바꾸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LS네트웍스, 빌딩 기운 바꿨나

‘승자의 독배’로 표현되는 기업의 무리한 확장은 인수합병 때마다 거론되는 이야기다. 특히 용산 국제센터빌딩은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다. 기업이 큰돈을 들여 높은 사옥을 구입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바벨탑 증후군’도 국제센터빌딩을 설명할 때마다 뒤따르는 스토리다.

하지만 E1 (49,450원 상승150 -0.3%)의 인수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건물의 가치가 몰라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용산미군기지의 이전과 용산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LS용산타워의 가치도 크게 향상됐다. 부동산업계는 이 건물의 가치가 6000억원대에서 1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치 상승은 호재뿐만이 아니다. 400억~5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리모델링 비용이 악명 높은 빌딩을 새롭게 변신시켰다. 여성전용 주차구역이 조성됐으며, 식당, 편의점, 카페, 서점, 화원 등이 입점하는 등 부드러운 빌딩으로 변신했다. 또 절전형 등기구와 LED조명, 에너지 절약형 인버터 공조 시스템 등 에너지 절약시설을 설치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16%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리모델링 방식도 독특했다. 기존 리모델링과 달리 입주사를 내보내지 않고 입주사가 재실(在室)한 상태로 진행됐다. 국내 건설업계가 처음 시도한 방법이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현재 LS용산타워에는 삼일회계법인,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한국GSK) 등 30여개 업체와 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대훈 LS네트웍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20년 이상 용산의 대표적인 빌딩으로 자리잡아온 LS용산타워가 2010년 새롭게 거듭났다”면서 “LS네트웍스는 LS용산타워의 자산 사업 부문과 브랜드 사업 부문의 발전을 통해 종합유통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져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 60년을 맞아 종합유통사로의 발돋움하겠다는 LS네트웍스가 ‘LS용산타워’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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