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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50만원 월세…당신도 '하우스푸어'?

  • 손우철 TNV어드바이저 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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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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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재테크 출구전략/ 은행에 월세 내는 사람들

최근 지인이 모 저축은행에 예금 할 일이 있다고 해서 동행을 한 적이 있었다. 담소를 나누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대출 담당자가 약간 언성을 높이면서 고객과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객님, 이번에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일부 상환을 해야 대출 연장이 가능하세요.” 대출 담당자는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고객과 통화를 하는 듯했다. “예. 당시에는 주택 시세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해서 저희가 당시 시세 2억2000만원을 기준으로 대출해드린 건데, 지금은 1억9000만원에도 집이 나가지 않으시잖아요. 다시 대출 조건을 맞춰주셔야 해요.”

추측해보건대 아마 통화를 하는 고객은 몇년 전에 집값이 오를 거라는 생각에 당시 시세 2억2000만원 중 은행에서 60%, 상호저축은행에서 30%를 대출받아 자기 돈 거의 없이 집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객의 기대와 다르게 집값은 떨어졌고, 이자는 고사하고 손해보고 집을 내놔도 집이 나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큰 폭으로 올랐던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목돈을 대출받아 집을 샀던 수요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처럼 여겨지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이러한 현상은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가정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무주택자일 때야 집값이 떨어지기 바라지만, 막상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이후에는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패신화'에 자연스레 세뇌돼 버린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사람들-즉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30%를 넘는 경우 또는 연소득 대비 이자 지출 비율이 30%를 넘는 경우-은 사실 다음과 같은 단순한 논리에서 시작한다. 첫째, 내가 집을 사는 순간 집 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 비록 매월 이자는 내겠지만, 집 값은 분명 이자 총액보다 훨씬 많이 올라갈 것이다. 셋째, 따라서 지금 무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집을 사야만 한다.

이런 논리를 가지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을 경우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이야 있겠지만 사실 은행에 월세 개념의 이자를 내면서 한달한달을 가까스로 버텨간다.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변치 않는 믿음을 가지고.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집값이 떨어지면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은 정부를 탓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산 집인데 집값이 떨어지는 거야, 정부는 빨리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서 집값을 원상복구 시켜라.’ 심지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단행한 금리 인상도 비판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렇지 않아도 이자 부담이 큰데, 금리까지 인상하다니 서민을 죽일 셈이냐?’

1980년대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집값 상승과 폭락에서 보듯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에는 투기 심리로 인해 거래량이 급증하고 급격히 가격이 뛰지만, 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거래가 끊긴 상태에서 호가만 높은 상태를 몇년간 유지하다가 갑자기 가격이 급락하면서 평균 수준 아래까지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가격 하락을 인정하지 못하고, 적어도 집을 매입한 가격과 인테리어 비용, 이자 비용을 포함해 호가에 반영했던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장 가격은 낮아져 있는데, 호가는 높은 괴리 현상이 지속돼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집값 하락에 따른 대출금 연체 또는 압류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가격이 폭락하게 됐던 것이다.

버블 세븐지역 중 하나인 용인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는 이러한 패턴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새로 분양한 아파트단지를 가보면 불 꺼진 집이 태반이다. 3.3㎡(1평)당 700만원대에 분양한 30평대 아파트의 호가는 3억원이지만 경매가는 2억2000만원이며, 그나마도 유찰이 되곤 한다. 이미 시장 가격과 주택을 매도하려고 하는 자의 괴리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재무상담사인 필자가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동산 가격에 대해 조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택 가격이 연착륙하기를 바라면서 이제는 서민층과 중산층이 집에 대한 관점을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집은 있어야 한다. 단 자신의 상황에 맞는 ‘부담 없는 주거’를 전제로 하는 내집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재무 상담을 하다보면 은행에 꼬박꼬박 매달 50만원 이상 월세를 내고 있는 가정이 너무도 많다. 은행에 월세를 내고, 자녀 사교육비를 자신이 아닌 옆집의 눈높이에 맞추어 과다 지출을 하다 보니 정작 자신에게 투자할 돈이 없어 결국 집 한 채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로 살다가 2년마다 이사 가기가 싫어서, 남 눈치 보기 싫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곤 한다. 하지만 공적 제도를 잘 살펴보면 30년 국민임대, 50년 공공임대, 5년 임대 후 분양 전환되는 공공임대, 재개발 매입 임대, 20년 장기 전세 등 ‘주거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자산을 모을 수 있는 알짜 주택들이 많이 있다. 이런 주택들의 경우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예비 입주자 모집’ 경쟁률을 보면 청약 1순위는 입주 번호를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무턱대고 집을 구입하는 개념이 아니라, ‘선 주거 안정, 후 내집 마련’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단 공적주택을 통해 주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산을 모아 내집을 마련하는 단순한 시스템이 꼭 내집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하고, 가정의 재무상태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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