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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 허무는 '불공정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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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민 기자
  • 2010.09.0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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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장관 딸 특채 파문···"서민자녀 신분상승 기획 박탈" 한 목소리

음서제도는 고려와 조선시대 과거제와 같은 선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양반의 친족 및 처족을 관리로 선발하는 제도다. 고위 관직에 오른 이들이 그 지위를 자손대대로 계승하기 위해 관직을 세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행정고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자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현대판 음서제도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닌 '고위직 세습'이 판 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홍준표 최고위원마저도 1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부유한 귀족자제들이 시험 없이 고위공직으로 가는 이런 제도를 채택하는 것은 서민자녀들이 신분상승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반 서민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 다음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 통상전문 계약직 5급 사무관에 특별채용 됐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유 장관 딸의 채용 과정에서는 심사위원 5명 중 2명이 외교부 간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7월에 실시된 1차 모집에 유 장관 딸이 제출한 외국어 시험증명서의 유효기간이 지나 탈락하자 1차 응시자 전원을 탈락시키고 재공모의 기회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사이 유 장관의 딸은 유효한 점수를 얻어 재 응시할 수 있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유 장관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하고 공모응시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고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이날 출근할 때만 해도 "장관의 딸이니까 오히려 더 공정하게 심사하지 않았겠느냐"며 특채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경위 파악을 지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황급히 수습에 나선 것일 뿐 자신의 딸 특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게 유 장관의 본심으로 보인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티즌들은 "외교부는 유 장관의 사조직이 아니다"며 "이런 특혜를 주기 위해 행정고시를 폐지하려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의 원칙을 밝힌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를 무색케 하는 '불공정 채용'이 일어나자 그 허탈함이 더 커진 것이다. '기회의 평등'과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돼야 할 공직 채용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자녀의 특혜 논란이 일자 '공정한 사회'라는 정부 기조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치권 역시 한 목소리로 유 장관 딸의 채용을 비난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외교부 장관 딸 한 사람만 특채하는 게 공정한 사회인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 대통령식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 답변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장관 딸만 특채하면서 과연 '공정한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특별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특별채용'도 이명박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인가"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상피제(일정범위 내의 친족 간에는 같은 관청 또는 통속 관계에 있는 관청에서 근무할 수 없게 한 고려, 조선시대 제도)'를 언급하며 "'공정한 사회'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끌어당기는 깃발인데 깃발 든 사람이 벌거벗고 있으면 사람들이 깃발을 보겠는가 몸뚱이를 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은 달랐다. 채용의 불공정성을 비판하기 보다는 "고위직일수록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일은 삼가야 된다"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안형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초 심사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불투명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다만 한 명만 선발하는 시험에서 해당부처 장관의 딸이 선발됐다는 것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의 '분노'를 '오해'로 받아들인 것이다.

어쨌든 여론은 들끓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유명환 장관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이 한참이다. 3일 현재 1000명에 이르는 네티즌이 이 청원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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