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추가부양책 예고…선거용?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장려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공개할 것이라며 추가 부양책 발표를 예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8월 민간부문 일자리가 예상보다 많은 6만7000개 늘어나는 등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자 "긍정적인 뉴스"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단지 속도를 더 내면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고용 규모가 충분히 좋지는 않다"며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또 "최악의 침체의 피해를 복구하는 일이 당장 되지는 않는다"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했다.

◇세금감면 확대 예상=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구상 중인 부양책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백악관과 경제정책을 협의 중인 의회 관계자들은 백악관 참모들이 중소기업이나 인프라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구개발(R&D) 분야 세제혜택의 기한을 철폐하는 법안을 의회에 재차 요구할 수도 있다.


반면 지난해 총 8140억달러를 풀었던 것과 같은 대규모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만큼 재정지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이 아니라 세금 감면 대상과 시기를 확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주 "새로운 대형 부양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백악관이 마련 중인 추가 부양책이 위축된 투자심리를 살리는 실효를 낼지는 미지수다. 시장은 이미 강력한 부양책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이 전격적인 통화완화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엔화가치가 순간적으로 하락했지만 당국이 기대했던 엔고 완화는 이루지 못했다.

◇이러나 저러나 재정부담= 세제혜택도 미국 재정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일 미국 퓨(Pew) 이코노믹그룹은 2001년과 2003년에 대대적으로 실시한 세제감면을 연장한 조치가 앞으로 10년간 연방재정에 2조2000억달러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시 연 소득 20만달러 미만의 개인과 연소득 25만달러 미만 가정에 세제 혜택을 줬으며 이는 미국 납세자 98%에 해당한다. 퓨그룹은 여기에 부유층에 대한 감세 조치까지 합산하면 연방 재정의 부담이 3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야당인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효과가 없고 적자만 늘린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맞서 다음주 위스콘신주와 오하이오주를 잇따라 방문, 경제정책을 설득하는 '경제 살리기'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선거용? 의회 일정도 빠듯=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을 겨냥해 추가 부양책을 언급했다고 분석했다. 세제 감면은 선거철 단골 공약이다.

백악관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도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 상원은 오는 13일, 하원은 14일 회기를 시작하지만 선거를 앞둔 탓에 의회가 일할 수 있는 시기는 그로부터 3주뿐이다.

미국 로텐버그정치보고서의 발행인인 스튜어트 로텐버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실제로 먹혀든다고 대중이 동의하기 전까지는 대통령이 아무리 경제회복을 약속해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측정 가능할 정도로 개선되고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