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법원, 예금거래실적 제출명령' 합헌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법원이 사건 당사자에게 예금거래실적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은 예금거래실적을 당사자에게만 제공되는 비공개 정보로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이 재판상 필요할 경우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민사소송 도중 법원으로부터 예금거래실적 증명서 제출을 요구받은 한모씨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 중 '법원의 제출명령'에 관한 부분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서 '사용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란 '법적 분쟁 해결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과 기간'을 일컫는다는 것을 누구라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법적 분쟁 해결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과 기간'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법적 분쟁 해결의 주체인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따라서 해당 조항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이나 포괄위임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되는 실체적 진실에 따라 법적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해당 조항은 개인정보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구상금 사건으로 민사소송을 당해 재판을 받던 도중 재판부로부터 예금거래실적 증명서 제출 명령을 받자 이에 반발하며 즉시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한씨는 재판부에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을 냈다가 또 다시 기각당하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상 제4조 제1항 등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