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생각하는 세안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풋풋한 20대 시절의 고현정은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예쁜 피부를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든 광고입니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상투적이지만 어찌 보면 진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클렌징이 피부를 망치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클렌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지우느냐, 무엇으로 세안하느냐 입니다.

‘물과 기름’ 순한 클렌징과 화학화 된 계면활성제

클렌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피부에 탈이 납니다. 하지만 과도한 클렌징은 오히려 피부를 망가뜨립니다. 바로 물과 기름의 경계면을 없애고 서로 섞이게 하는 계면활성제 때문이지요. 이 성분은 세정제나 유화제, 거품형성제 등의 이름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물론 모든 계면활성제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계면활성제는 천연에도 존재하며 유용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정을 하고 거품을 만들어내는 계면활성제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인위적인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쓰는 클렌징폼에 ‘PEG, PPG’가 들어있지 않나요?

클렌징 제품의 성분들을 살펴보면 PEG-00, PEG-00호호바 애씨드 등의 표기를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호호바는 피부에 좋은 오일이잖아? 안전한 천연 성분인가 보군!”하고 소비자들이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PEG라는 표기는 계면활성제의 성능을 높여주는 과정을 뜻하는 것인데, 결코 천연 성분이 아닙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호호바왁스피이지-120에스터’ 라는 표기는 호호바왁스에 120번의 인위적인 조치를 해서 그 성능을 키우는 것입니다. 성능이 커진 계면활성제는 세정력을 월등히 높여주죠. 또 이 과정을 거치면서 발암 의심물질이 부산물로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면활성제의 성능이 커질수록 좋은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피부에 좋지 않습니다. 피지는 사실 우리 피부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성능이 강한 계면활성제는 이 필요한 각질층마저 떨어뜨리고 피부 장벽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손상된 피부는 꼭 필요한 수분조차 잡아주지 못해 건조해지고, 각종 해로운 화학 성분이 몸 안에 쉽게 침투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성능 강한 클렌징 제품으로 열심히 세안을 할수록 피부는 더 거칠어지고 건조해지는 것입니다. 세안 후 건조하고 당기니 더 독한 화장품을 바르고요. 심하면 붉어지고 간지럽기까지 하고 그렇게 피부는 점점 더 예민해져 갑니다.

완벽한 세안보다 피부를 생각하는 것이 좋은 세안

완벽히 씻어내지 않으면 피부가 망가진다는 화장품 업체들의 광고에 우리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세뇌 당해왔습니다. 피부에 있는 모든 피지를 없애야 한다는 집념 하에 2중, 3중으로 세안해야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강한 세정제품일수록 PEG의 성분이 강화된 것이고 이것을 계속 사용할 경우 피부의 천연 피지막은 파괴되고 마는 거죠.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면역 장벽인 피부를 위해서 더 이상 자극 없는 안전한 클렌징이 필요한 때입니다. 얄팍한 화장품 회사의 상술에 속지 말고, 그 성분이 피부에 해로운지, 인위적인 조작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